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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풀러스' 논란에 대한 정부와 택시 업계의 잘못된 대처

중앙일보 2017.11.21 16:33
20일 열린 모빌리티 관련 토론회는 택시업계 관계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사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20일 열린 모빌리티 관련 토론회는 택시업계 관계자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사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스타트업 발전을 위한 규제 개선 정책토론회’ 회의장에는 60여 명의 택시 기사들이 일찌감치 와서 점거하고 있었다.  

20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 택시업계 반발로 무산
서울시도 "중앙 정부가 책임지라"며 토론회 취소
시대 역행하는 택시업계의 접근과 정부의 눈치보기

 
이날 토론회는 최근 논란이 된 카풀 애플리케이션(앱) ‘풀러스’ 때문에 열렸다. 풀러스의 카풀 영업을 ‘유사운송행위’ 등 위법 행위로 보는 정부ㆍ택시 업계와 ‘과도하고 낡은 정부 규제’로 보는 스타트업 업계의 이견을 좁히기 위해 만들어진 자리였다.
 
하지만 택시 업계의 반발로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토론회 자체도 열리지 못했다. 전국택시연합회와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들은 풀러스 논란을 ‘밥그릇 싸움’으로 접근한다. 이날 토론장에서도 이들은 “토론회는 정부가 풀러스를 허가해주기 위한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 택시인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고성을 지르고 난동을 부렸다. 국회 경비 인력들이 택시 업계 관계자들을 저지하려고 하자 되려 돌아온 것은 폭언과 욕설뿐이었다. 결국 토론회는 무기한 연기됐다.  
 
토론회가 무산된 다음 날인 21일 서울시도 22일 열려고 했던 카풀앱 관련 ‘범사회적 토론회’를 잠정 연기한다고 밝혔다. 택시 업계의 강력한 반발과 관계 기관에서 토론회 참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에서 가장 큰 책임은 택시 업계보다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있다. 정부는 카풀앱 논란의 쟁점과 당사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합의책을 찾기 위한 대화의 장도 제대로 열지도 못하고 있다.  
 
정부 기관 간의 ‘눈치 보기’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서울시가 21일 토론회를 미루면서 발표한 입장문에도 이런 소극적인 자세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카풀앱 논란은 관련 법령의 소관 부서인 국토교통부 등의 정부 차원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서울시의 의견”이라며 국토부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국토부가 "풀러스를 고발한 건 우리가 아닌 서울시"라며 책임을 회피한지 열흘 만이다.
 
택시 업계 관계자들의 막무가내식 반대도 문제다. 실제 카풀앱이 더 활성화되면 토론회장을 점거한 택시 기사들의 아우성처럼 택시 업계가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택시사업자의 생존권은 어떤 식으로 보장할 거냐”, “단거리만 뛰면 내 밥줄이 끊어진다”며 일방적으로 고함만 지르고 자신들의 요구만 관철하려 한다. '밥그릇' 문제보다는 카풀앱 서비스의 문제점과 한계를 지적하는 게 옳은 접근법이다.
 
아니면 택시 업계가 ‘카풀앱’의 본격적인 도입에 맞서서 “손님들이 카풀앱보다 기존 택시를 먼저 찾을 수 있게 택시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고 발표했으면 시민들의 지지를 받았을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에 신기술이 도입되고 이에 따라 산업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그중 모빌리티 시장의 변화는 눈부시게 빠르다. 미국의 대표적인 카셰어링 업체 우버는 21일 당장 내후년부터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1조원을 들여 자율주행차 2만4000대를 구입한다고 발표했다. ‘중국의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을 이용하는 중국인은 하루 평균 2000만명이 넘는다. 시대를 역행하는 정부와 택시 업계의 처사가 한국 모빌리티 시장의 성장을 억누르고 있다. 
 
dynamic@joongang.co.kr
하선영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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