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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참수하면 현상금"···인도 뒤집어놓은 이 영화 뭐길래?

중앙일보 2017.11.21 16:07
영화 '파드마바티'

영화 '파드마바티'

인도 발리우드가 영화 한 편으로 뒤집어졌다.  
BBC는 20일(현지시간) 인도 뭄바이에서 12월 1일 개봉을 앞둔 영화 ‘파드마바티’에 대한 반대 시위가 벌어져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고 보도했다.

힌두 극우주의자 시위와 살해 협박에
영화 '파드마바티' 개봉 무기한 연기

 
‘파드마바티’는 인도에서 내로라하는 감독인 산제이 릴라 반살리가 연출하고 란비르 싱, 디피카 파두콘 등 톱스타가 출연해 제작 단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아름다운 왕비 파드마바티의 전설을 다룬 시대극으로, 14세기 무슬림교를 믿는 인도 할지왕조의 제2대 군주 알라우딘 할지가 힌두교를 믿는 메와르 왕조의 파드마바티 왕비에게 반해 이 왕국을 공격하며 벌어진 일을 그렸다.  
 
개봉 반대 시위는 이 영화에 알라우딘 할지가 파드마바티 왕비와 사랑을 나누는 장면이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시작됐다. 메와르 왕조의 후손이라 할 수 있는 라지푸트족이 격렬하게 항의하고 나선 것이다.  
인도에서 영화 '파드마바티'의 개봉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열렸다. [AP=연합뉴스]

인도에서 영화 '파드마바티'의 개봉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열렸다. [AP=연합뉴스]

 
이들이 격분한 것은, 파드마바티가 16세기 인도 시인 말리크 무함마드 자야시의 서사시에 등장하는 허구의 인물로 알려져 있음에도 여전히 라지푸트족에겐 ‘여성의 정절과 명예’를 상징하는 인물이어서다.  
 
이야기 속에서 파드마바티는, 강력한 할지 왕이 하룻밤을 허락하면 남편을 살려주겠다고 하자 이를 수락하는 척하면서 책략을 발휘해 남편을 살려낸다. 이후 할지가 다시 공격해오자 왕비는 라지푸트족의 전통을 따라 다른 여인들과 함께 불 속으로 걸어들어가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이 전설의 내용이다.
 
문제는 시위대의 분노가 단지 영화 개봉을 반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있단 점이다.  
 
라지푸트족은 영화 세트장을 파괴하고 반살리 감독의 모습을 본뜬 인형을 만들어 태우는 것도 모자라, 감독에게 폭행도 휘둘렀다. 또, 왕비를 연기한 디피카 파두콘의 코를 잘라버리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고대 인도 서사시 라마야나에 나오는 잘못한 이의 코를 자르는 장면에 빗댄 것이다.  
 
심지어 인도인민당(힌두 내셔널리즘을 내세우는 인도 정당) 소속 라자스탄(라지푸트족의 근거지) 지도자는 감독과 주연배우를 참수하는 이들에게 150만 달러(약 16억 4000만원)의 현상금까지 걸었다. “영화 속에서 여왕을 묘사하는 방식은 예술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사기”라는 것이 이유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감독은 이를 수습하는 인터뷰 영상 등을 배포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성난 시위대를 막진 못하고 있다. 역사학자들은 허구를 그린 영화가 이토록 격렬한 반응과 폭력 사태를 부른 것 자체가 터무니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알리가르 무슬림 대학의 저명한 역사학자 이르판 하비브는 “파드마브티는 허구적으로 창조된 인물일 뿐”이라며 지금과 같은 사태를 비판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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