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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 지역, 개발 인센티브 요구는 과연 합당한가?

중앙일보 2017.11.21 15:46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문제로 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가 무릎을 꿇고 눈물을 보인지 2달이 지났습니다. 무릎 꿇은 어머니가 주민들에게 반대 의견을 거두어 줄 것을 호소하는 모습은 많은 이의 마음을 울렸습니다. 그 사이 '장애인부모연대' 소속 부모들이 청와대에서 대통령 부인을 만나 위로를 받은 일이 화제가 되기도 했죠. 

 
서울시에는 또 다른 ‘분쟁지역’이 있습니다.
양재역에서 약 3km 떨어진 서초구 염곡동이 바로 그곳입니다. 염곡마을은 8만4633㎡ 규모에 151가구가 사는 작은 마을입니다. 서울시 도시계획상 ‘제1종전용주거지역’으로 묶여있어 2층까지만 건물을 지을 수 있고,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도 들어설 수 없는 서울에서 보기 드문 단독주택마을이죠.
서초구 염곡동 전경. 구룡산에 둘러쌓인 한적한 전원주택단지다. [네이버 항공사진]

서초구 염곡동 전경. 구룡산에 둘러쌓인 한적한 전원주택단지다. [네이버 항공사진]

이 염곡동의 옛 언남초등학교 부지에는 특수학교인 ‘나래학교’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개교 일자를 맞추기 위해서는 늦어도 내년 초 공사를 시작해야 하지만, 이 지역에선 아직 제대로된 공청회 한 번 열리지 못했습니다. 올 6월과 11월로 예정됐던 주민 설명회 역시 모두 주민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종상향’을 둘러싼 갈등 때문입니다.

특수학교가 들어설 옛 언남초교 부지. [다음지도]

특수학교가 들어설 옛 언남초교 부지. [다음지도]

종(種)상향이 뭐길래?

종상향이란 국토이용에관한법률에 따라 구분된 용도지역을 상향 조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1종일반주거지역을 2종으로, 2종을 3종으로 높일수록 건물의 층수를 높일 수 있고 다양한 상업 시설을 유치할 수 있어, 토지소유자들 사이에선 ‘종상향=로또’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주민들이라면 종상향을 바라는 것이 당연하겠죠.
지난 8월 서울시청 앞에서 종상향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는 서초구 주민들. [사진 박성중의원실]

지난 8월 서울시청 앞에서 종상향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는 서초구 주민들. [사진 박성중의원실]

주민들은 나래학교 설립을 ‘무조건 반대’하는 건 아니라고 말합니다. 현재 2층까지만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1종 전용주거지역’으로 지정된 염곡동을 4층까지 증축이 가능한 ‘1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바꿔달라는 겁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 문제의 시작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010년 서울시(당시 오세훈 시장)는 서초구 원지동에 혐오시설인 화장터를 세우기 위해 주민들에게 보상책으로 종상향을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시간이 흐르며 시장이 바뀌었습니다. 박원순 시장은 취임 후 “저밀도의 단독주택 단지를 보호하기 위해 전용주거지역은 가급적 현행 용도로 유지한다”는 내용을 담은 2030 서울플랜을 발표했습니다. 오세훈 시장의 약속과는 정면 배치되는 내용이었죠. 

2001년 서울시가 서초구 원지동에 추모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하자 주민들이 반대 집회에 나선 모습. [중앙포토]

2001년 서울시가 서초구 원지동에 추모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하자 주민들이 반대 집회에 나선 모습. [중앙포토]

서울시에 물어봤습니다 

그렇다면,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한 번도 종상향이 없었을까요? 서울시 도시계획과에 따르면 서울의 1종전용주거지역 약 30곳 중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종상향이 이뤄진 사례는 단 1건으로, “상습 침수지역으로 지하 개발이 불가능한 강남 세곡동 일대를 제1종일반주거지역으로 바꿔 최고 높이를 3층(12m)으로 허용해준 것이 전부”라고 합니다. 
 
서울시의 입장은 여전히 단호합니다. 현재 서울시내에서 단독주택으로만 이뤄진 1종 전용주거지역의 면적 서울시 전체 면적의 0.8%. 이 것은 “자연 환경과 조화된 주택지 조성을 위해 필요한 최소 수준”이라는 겁니다. 종상향을 결정하는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는 “주택 유형 다양성을 보존하고 그린벨트해제지역의 난개발을 막기 위해 1종전용주거지역의 종상향을 지양해야 한다”며 지역민들의 요구를 두 차례 불허하기도 했습니다.
 
“도시 계획이 재산 증식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
염곡동 종상향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립니다. 김지엽 아주대 건축학과 교수는 “토지 소유자는 누구나 개발 이익을 얻기 위해 종상향을 원하지만, 이를 모두 수용할 순 없다”며 “도시 계획은 공공성이라는 틀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도시 계획이 일부 지역 주민들의 재산 증식 수단이 되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층수를 높여야 토지효율성 개선”
반면 강남의 ‘노른자’ 땅을 전원 주택 단지로 남겨두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서초구는 강남권에 속하는 고용 중심지인 만큼 평창동, 성북동 등 다른 전용주거지역과는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며 “개발 이익을 적절히 환수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된다면, 층수를 올려 주거 밀도를 높이는 편이 토지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도 있습니다. 특정 시설물에 대한 보상책으로 종상향을 약속하는 무책임한 행정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겁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종상향은 도시계획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한다”며 “시장 의사에 따라 종상향이 결정되거나 번복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인센티브 준다면 혐오시설 인정하는 꼴” 
무엇보다 특수교육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강경숙 원광대학교 특수교육학과 교수는 “특수학교를 흥정의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된다”며 “특수학교 설립 지역에 보상성 규제 완화를 해주는 선례가 생긴다면, 특수학교가 혐오시설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과 다름없으며 앞으로도 인센티브를 제공해달라는 민원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8년 동안 지켜지지 않은 약속을 이행하라는 주민들과,
종상향과 특수학교 설립은 별개의 문제라는 서울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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