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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테러지원국 지정의 역사…9년만에 불량국가 다시 낙인

중앙일보 2017.11.21 15:37

‘미국은 2O일자로 ①국무성이 규정한 테러국가 명단에 북한을 공식 등재하고 ②북한인에 대한 비자발급을 엄격히 관리하며 ③사교적 모임에서 북한 외교관과 실질적 대화를 허용한 작년 3월의 외교지침을 철회하는 등 세가지 응징 조치를 취했다고 「찰즈ㆍ 레드먼」국무성대변인이 발표했다.’

 
미국 정부의 북한에 대한 테러국가 지정 소식을 전한 중앙일보 1988년 1월 21자 1면 보도의 일부다. 당시 기사는 ‘미국 정부는 북한의 KAL기 폭파를 국제테러행위로 규탄, 모든 국가의 북한 규탄을 촉구하는 한편 대북한 외교접촉허가 취소 등 통상ㆍ외교적 제재조치를 결정했다’고 했다. 북한이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것은 1987년 11월 북한 공작원 김현희에 의한 대한항공 폭파사건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이 사고로 115명이 사망하자 국제사회는 테러에 대한 비난 여론으로 들끓었다. 
 
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 용의자로 체포된 김현희(당시 25세)가 그해 12월 15일 흰색 마스크를 쓴 채 호송요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중앙포토]

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 용의자로 체포된 김현희(당시 25세)가 그해 12월 15일 흰색 마스크를 쓴 채 호송요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서울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중앙포토]

 
당시에도 테러국가 지정은 실질적 효과보다 상징적 의미가 컸다. 당시 레드먼 미 국무성 대변인은 “(테러국가 지정에 따른) 북한에 대한 실질적 경제 효과는 크지 않지만 상징적 조치다. 미국의 대북한교역은 극소량이며 그것도 대부분 대 적성국 교역법 통제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매우 중요한 상징적 조치로, ‘북한이 테러를 지지하는 국가’로 우리가 확신한다는 것을 나타내는 공식적 규정”이라며 “이 조치로 미국 정부는 모든 국가들에 북한의 테러지지 사실을 적극적으로 환기시키는 한편 친북한 국가를 포함한 국제사회에 대해 북한 응징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미국이 지정한 테러국가는 리비아ㆍ이란ㆍ 시리아ㆍ 남예멘ㆍ 쿠바가 있었다.
 
2008년 10월 당시 김숙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관련 정부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8년 10월 당시 김숙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관련 정부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중앙포토]

 
북한이 테러지원국이라는 ‘불량국가’ 오명을 벗은 것은 2008년 10월이었다. 명단에 오른지 20년 9개월 만이다. 그해 10월 11일(현지시간) 숀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명단에서 삭제한다”고 발표했다. 성 김 미 국무부 북핵 특사는 이날 “미국과 북한 간에 이뤄진 북핵 검증 합의를 공식화하기 위한 6자회담이 이달 중 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후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0월 12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에서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를 환영한다”며 “우리도 영변 핵시설의 무력화(불능화)를 재개하며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 성원들의 임무 수행을 다시 허용하기로 했다”고 했다.
 
미국이 지정한 테러지원국 [미 국무부 홈페이지]

미국이 지정한 테러지원국 [미 국무부 홈페이지]

 
당시 보도는 “국제사회에 ‘정상적인 국가’로 편입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2008년 12월을 마지막으로 6자회담은 사실상 막을 내렸고, 북한은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며 현재에 이르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북한은 살인 정권”이라며 테러지원국에 다시 지정했다. 현재 미국 정부의 테러지원국 명단에는 이란과 시리아, 수단이 올라가있다. 북한까지 4개 나라가 됐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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