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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무너져도 중상 0’ 지진 이겨낸 한동대 학생들의 비결

중앙일보 2017.11.21 15:18
15일 경북 포항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한동대의 한 건물이 무너지자 학생들이 대피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동대 학생들이 만든 지진 대피 매뉴얼 인원 배치도. [SNS 캡처, 한동대 총학생회 제공]

15일 경북 포항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으로 한동대의 한 건물이 무너지자 학생들이 대피하고 있다. 오른쪽은 한동대 학생들이 만든 지진 대피 매뉴얼 인원 배치도. [SNS 캡처, 한동대 총학생회 제공]

 
건물 벽돌이 ‘와르르’ 무너지는 중에도 4000여명의 한동대 학생들은 큰 사고 없이 대피할 수 있었다. 경상자 4명. 신속한 대피의 비결은 학생들의 ‘자체 제작 매뉴얼’에 있었다.  
 
21일 한동대학교와 총학생회는 지난 해 발생한 경주 지진 이후 재난 대피 매뉴얼을 만들고 네 차례에 걸친 대피 훈련을 했다고 밝혔다. 한동대 교직원들이 학교 시설과 외부 기관 안내 등이 담긴 전체적인 매뉴얼을 만들었고 이를 토대로 총학생회가 학생 대피 안내·정보 전파·구호 물품 전달·안전 귀가 등을 위한 세부적인 안을 작성했다.
 
매뉴얼에 따르면 총학생회 집행부는 각 강의동에서 학생들의 대피를 돕는다. 지원팀은 비상 물품 배부, 글로벌팀은 외국인 학생 통역, 교내팀은 학교 교직원과 협조를 하도록 돼 있다. 강의동 별 대피 장소 뿐 아니라 대피시 학생들을 안내해야 하는 집행부 학생들의 위치도 정확하게 지정해놨다.  
[이미지 유튜브 캡처]

[이미지 유튜브 캡처]

 
실제 해당 매뉴얼을 작성한 신의(23·경영경제학부) 씨는 중앙일보에 “경주 지진 당시 대피도 중요하지만 대피 이후에 학생들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당시 운동장으로 대피한 학생들이 밤 늦게 추위에 떨었는데 담요가 부족했던 경험이 있어 이번에는 대피 이후 학생들을 보호하는 데에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대피에 대한 주요 매뉴얼은 학교에서 제작했기 때문에 총학은 실질적인 대피 안내 훈련과 대피 이후 필요 물품 보급, 안전한 귀가 조치 등을 대비했던 것이다.
 
매뉴얼이 실제 재난 상황에 얼마나 도움이 됐을까. 신 씨는 “지진이 일어나자 집행부 학생들이 휴대폰도 보지 않고 집결 장소로 뛰어오더라”며 “집결장소에 미리 준비돼 있던 대피 물품을 나르고 신속하게 자신의 위치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우왕좌왕하지 않고 신속하게 움직였다. 학교 측도 총학생회와 협력했다. 특히 한동대는 미리 총학생회가 쓸 수 있는 '안전 예산'을 확보해 힘이 돼줬다.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한동대학교 건물이 무너지고 균열이 발생하면서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대피해 있다. [연합뉴스]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한동대학교 건물이 무너지고 균열이 발생하면서 학생들이 운동장으로 대피해 있다. [연합뉴스]

재난 상황에서는 정확한 사실 전달도 중요하다. 총학생회의 공지 사항은 카카오톡˙SNS 등으로 빠르게 퍼졌다. 한동대는 3~40명의 학생이 한 팀에 소속되는 팀제를 운영한다. 모든 학생들이 팀 단위로 공지사항을 받을 수 있어 사각지대가 거의 없었다. 부작용도 있었다. 재난 상황이다 보니 부정확한 정보나 헛소문이 학생들 사이에서 퍼졌기 때문이다. 신 씨는 “정보가 난무하는 상황에서는 공인된 정보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그게 우리에게 남은 숙제”라고 소회를 밝혔다.  
 
학생들이 제작한 매뉴얼을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매뉴얼 첫장 첫째줄에 위치한 ‘안전 매뉴얼 목적’이다. 첫 줄에는 “총학생회 집행부는 총학생회 회원인 한동대학교 학생들을 위기상황 및 재해로부터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라고 쓰여있다. 학교에서 작성한 매뉴얼은 재난시 안전관리 체계의 총칙부터 시작한다. 학생들은 어떤 마음으로 ‘매뉴얼의 목적’을 먼저 명시했을까. 신 씨는 중앙일보에 “매뉴얼을 만들 때 우리가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부터 생각했다. 우리에겐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데 모두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총학생회가 재난시 자신들의 의무를 먼저 생각했기 때문에 집행부 70명이 한 몸처럼 실전에 임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동대학교 총학생회 재난시 대피 매뉴얼. [사진 한동대학교 총학생회 제공]

한동대학교 총학생회 재난시 대피 매뉴얼. [사진 한동대학교 총학생회 제공]

한동대학교 총학생회 재난시 대피 매뉴얼. [사진 한동대 총학생회 제공]

한동대학교 총학생회 재난시 대피 매뉴얼. [사진 한동대 총학생회 제공]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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