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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 부정 막는 김영란법, '특수활동비'엔 무용지물···왜

중앙일보 2017.11.21 12:10
정치권 핫이슈 ‘특수활동비’, 김영란법 사각지대
 

비공개로 쓰는 돈 외부선 사용처, 목적 파악 어려워
권익위 “특수활동비도 예외 없다"지만 법 적용 한계

김영란법. [중앙포토]

김영란법. [중앙포토]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인 특수활동비가 공직자의 부정 청탁과 금품 수수를 막기 위해 도입된 청탁금지법(김영란법)으로도 번지고 있다. 공직 사회의 특수활동비에 대해 비공개를 보장해줘 김영란법 적용이 어려운 사각지대에 있기 때문이다.
 
김영란법의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21일 “법 적용에는 특수활동비도 예외가 없다”는 입장을 확인했다. 권익위 청탁금지제도과 관계자는 “공직자가 주고받는 돈이 특수활동비건, 개인 자금이건 간에 법을 위반했다는 사실이 확인될 경우 김영란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영란법 8조1항에는 공직자가 한 차례에 100만원, 연간 합계 300만원이 넘는 금품을 받으면 대가성과 상관없이 형사 처벌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특수활동비는 외부에서는 구체적인 사용 내역을 파악할 수 없어 법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기획재정부의 ‘2018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 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규정돼 있다. 따라서 특수활동비로 편성되면 누구에게, 어떤 목적으로 쓰이는지 바깥에선 알 방법이 없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에 편성한 19개 부처의 특수활동비는 총 3217억6800만원이다. 여기엔 사용 항목과 액수만 공개돼 있을 뿐 세부 용처는 나와 있지 않다. 권익위 관계자는 “비공개라는 특수활동비의 성격상 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알 수 없으면 법 위반 여부의 확인 자체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특수활동비의 용처가 일부 확인된다 해도 법을 피해갈 방법은 존재한다. ‘기관이 소속 공직자에게 지급하거나, 상급 공직자가 위로ㆍ격려ㆍ포상 등의 목적으로 하위 공직자 등에게 제공하는 금품은 예외’(8조3항)라는 조항이 있어서다. 이 조항을 들어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하면 영수증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선 처벌의 근거를 마련하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5월 ‘돈 봉투 만찬 사건’은 김영란법의 잣대가 달리 적용된 대표적인 사례다.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경우 소속이 다른 법무부 간부들에게 특수활동비로 100만원씩 줘 김영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지만, 당시 함께 돈을 건넨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은 상급기관인 법무부가 일선 검사에게 적법한 예산을 집행한 것으로 보고 현행법 위반으로 문제 삼지 않았다. 이 전 지검장 측은 돈 봉투를 건넨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직무 관련 행사라 예외 사유에 해당돼 김영란법 위반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특수활동비를 부적절하게 사용했다 하더라도 비공개라는 특성상 오간 금품의 대가성을 입증하기 힘들어 김영란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건 사실”이라며 “일종의 ‘김영란법 사각지대’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록환 기자 rokan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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