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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직접 가슴에 전해지는 공연"…창극 '트로이의 여인들' 연출가 옹켕센

중앙일보 2017.11.21 11:32
22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서울 국립극장에서 공연하는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의 연출자 옹켕센.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22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서울 국립극장에서 공연하는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의 연출자 옹켕센.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이 22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개막한다. 지난해 11월 서울 초연, 지난 9월 싱가포르 공연에 이은 세번째 무대다. “감정이 직접적으로 가슴에 전해진다는 것이 이 작품의 가장 큰 미학적 아름다움”이라는 연출자 옹켕센(54)을 20일 만났다. 싱가포르 출신인 그는 ‘리처드 3세’(2016, 일본 도쿄예술극장), ‘리어 드리밍’(2015, 프랑스 테아트르 드 라 빌), ‘디아스포라’(2009,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등을 만든 연출가다. 2013년부터 4년 동안 싱가포르예술축제 예술감독을 맡기도 했다. 그는 “창극은 너무나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예술언어”라고 강조했다.  
 

"굿에서 K팝까지 한국 노래엔 순수함 있어
슬픔ㆍ기쁨 공존하는 한의 정서도 특징"

그는 1998년 한국의 전통예술을 공부하기 위해 3주 동안 한국에 머무르며 판소리를 처음 접했다. “당시 굿과 살풀이춤ㆍ민요ㆍ사물놀이ㆍ하회탈춤 등을 봤다. 안숙선 명창의 ‘춘향전’을 듣고 굉장히 스펙터클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한국의 노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어느 나라에나 그 나라 사람들의 감정을 대변해주는 예술 형식이 있는데, 한국에서는 노래가 그 역할을 한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그는 “굿과 민요에서 시작해 운동가요와 K팝에 이르기까지 하나로 관통하는 특징이 있다”고 말했다.
 
어떤 특징인가.
“순수하고 미니멀하다는 것이다. 민중 속에서 태어난 판소리는 물론이고 상업적인 요소와 결합한 K팝도 순수함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그리고 ‘한’이라고 말하는 한국 특유의 감수성도 있다. 한은 기쁨과 슬픔이 공존하는 감정이다. 암울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찾아보려고 하는 ‘트로이의 여인들’과 부합하는 요소다.”
 
‘트로이의 여인들’은 그리스ㆍ스파르타 연합군과의 전쟁에서 패망한 트로이의 여인들이 노예로 끌려가기 전 몇 시간 동안의 이야기를 다룬다. 그리스 작가 에우리피데스의 원작(기원전 415)을 극작가 배삼식이 창극 형식에 맞게 각색했다. 그는 “2015년 국립창극단 김성녀 예술감독으로부터 창극 연출을 제안받았을 때 ‘작품은 직접 정하겠다’고 하고 고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트로이의 여인들' 2016년 서울 초연 장면. [사진 국립극장]

'트로이의 여인들' 2016년 서울 초연 장면. [사진 국립극장]

1년 만의 서울 재공연이다. 초연 때와 달라진 부분이 있나.
“트로이 몰락의 원인인 스파르타 왕비 헬레네의 등장 장면을 바꿨다. 헬레네가 파리스 왕자에게 반해 트로이로 도망치면서 전쟁이 시작됐다. 헬레네는 당시 트로이의 여인들에게 나쁜 여자라고 비난받았다. 나는 헬레네를 좀 양면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이기적인 여자였지만 또 진정한 사랑을 따라 떠난 인물 아닌가. 그래서 남성 배우인 김준수에게 배역을 맡겨 관객들에게 모호한 느낌을 주고자 했다. 초연 때는 헬레네가 처음 등장하면서 피아노를 타고 들어오도록 했다. 전통 공연에서 서양 악기인 피아노를 등장시켜 낯선 느낌을 강조하고 싶었는데, 실제 공연을 해보니 효과가 필요이상 강해 너무 갑작스러워 보였다. 이번에는 피아노가 무대 위로 들어오지 않는다.”  
 
전통예술을 현대화할 때 초점을 맞추는 부분은.
“젊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통을 고수해온 사람들의 정신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도 중요하다. 옛 것을 아끼는 사람들에게 옛 것을 느끼게 해줘야 한다. 또 전통이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압박감을 갖고 작업하면 안된다. 전통예술의 형식에만 집중해 단순히 형식을 차용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창극도 그 소리만 따오면 의미없다. 이야기꾼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며 가치를 직접 설파했던 판소리의 기본 컨셉트를 살려야 한다.”
 
‘트로이의 여인들’은 내년 5월 영국 브라이턴과 런던에서 공연한다. 옹켕센은 “비엔나와 암스테르담 페스티벌에서도 초청 의사를 밝혔다. 현재 시기ㆍ조건 등을 조율 중인데, 오페라의 고장 비엔나에서 한국의 오페라인 창극 공연을 하게 된다면 의미가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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