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국정교과서 홍보 25억 부당집행” 청와대 관계자 수사의뢰

중앙일보 2017.11.21 11:25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홍보를 위해 제작한 광고 영상. 지상파 방송사에 송출된 이 영상은 일부 검정교과서에 유관순 열사가 나오지 않는다며 국정교과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홍보를 위해 제작한 광고 영상. 지상파 방송사에 송출된 이 영상은 일부 검정교과서에 유관순 열사가 나오지 않는다며 국정교과서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지난 정부가 추진한 역사 국정교과서 홍보비 중 상당수가 부당 집행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교육부는 홍보비 부당 집행에 관련된 전 새누리당 홍보 총괄 조모 씨와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교육부 국정교과서 진상위, 국정화 홍보비 조사
홍보 영상, 카드뉴스 제작 등 특정 업체 '수의계약'
'유관순 영상 1억' 제작 과정서 단가 부풀리기 의혹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위원회'(진상위)는 21일 국정교과서 홍보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위에 따르면 2015년 국정교과서 예산으로 편성된 43억8780만원 중 56.6%인 24억8586만원이 홍보비로 배정됐다. 교과서 개발비(17억6000만원)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진상위는 홍보비 예산 중 12억원은 '정부 광고 업무 시행규정'에 맞게 집행됐지만 12억8000만원은 청와대 주도로 법을 위반하며 집행됐다고 보고 있다. 진상위 조사에 따르면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이 국정교과서 홍보 방향과 업체까지 지정해 교육부에 따르라고 지시했다. 이 과정에서 홍보물 제작 업체와 수의계약을 하는 등 위법을 저질렀다는 것이다.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가가 계약을 체결할 때는 2인 이상의 경쟁 입찰을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청와대 교문수석실 회의에서 전 새누리당 홍보 총괄 조모씨 등이 홍보 방향과 업체를 제안하면, 청와대 교문수석실·홍보수석실·정무수석실 비서관 등이 동의해 교육부 실무팀에 지시를 내렸다.
 
교육부는 '검정교과서에 유관순 열사가 없다'는 내용의 국정교과서 홍보 동영상을 지상파 3사에 내보내기로 하면서 광고가 아닌 '협찬'으로 약정을 체결했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 1곳에는 1억원의 유관순 영상 제작비를 끼워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다른 업체의 견적을 받는 경쟁 입찰 과정은 없었다.
 
또 1900만원을 받고 '검정교과서에 천안함 내용이 없다'는 홍보 동영상을 제작한 A업체와의 계약도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9000만원이 든 카드뉴스 제작도 당시 교육부 정책보좌관이 추천한 업체와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이와 같은 홍보 계약이 체결되기 전에 교육부 자체적으로 비용이나 효과가 적절한지 검토하는 과정은 없었다.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홍보를 위해 제작한 카드뉴스 일부

교육부가 국정교과서 홍보를 위해 제작한 카드뉴스 일부

 
진상위는 대부분 홍보물 제작 및 송출 계약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지고 업체끼리 하청을 주면서 단가가 부풀려졌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교육부는 당시 홍보 업무를 지시한 조모 전 새누리당 홍보 총괄과 청와대 관계자 등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이와 함께 당시 국정교과서 홍보 업무와 관련된 교육부 직원들의 조사 내용도 함께 검찰에 제출했다.
 
관련기사
최승복 교육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진상조사팀장은 "당시 교육부 장·차관은 업무 절차상 위법한 사실이 없어 수사의뢰에서 제외됐다. 직접 개입한 청와대 인사 등이 대상이다"고 설명했다. 또 "국가 예산에 손실을 입힌 경우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법에 따라 처리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