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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억원 페라리에 소주잔 던진 일용노동자 왜? "나만 외로워서"

중앙일보 2017.11.21 11:04
페라리에 소주잔을 던진 40대 남성이 입건됐다. [중앙포토]

페라리에 소주잔을 던진 40대 남성이 입건됐다. [중앙포토]

5억 원짜리 외제차에 소주잔을 던진 40대 남성이 2000만원을 물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일용직 노동자인 이 남성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다 홧김에 소주잔을 던진 것으로 드러나 주위의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전기설비공사로 일하는 A씨(47) 최근 이혼하고 혼자 살면서 우울
지인들과 모인 술자리에서 자신의 처지 비관하며 주위사람에게 짜증
마침 굉음을 내며 지나가는 페라리에 소주잔 던져…2000만원 배상해야

이 사건은 지난 6월 16일 오후 11시 30분쯤 부산 해운대구 송정해수욕장에 있는 한 장어집에서 발생했다. 공사판에서 전기설비공사 일을 하며 사는 A씨(47)는 동창 친구가 술 한잔하자는 전화를 받고 술집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는 동창 친구뿐 아니라 제주도에서 부산으로 관광을 온 가족 2팀이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최근 이혼한 A씨는 일행 9명과 함께 술을 마시면서 점점 더 우울해졌다고 한다. 
해운대경찰서 관계자는 “다른 일행들은 가족들과 함께 즐겁게 이야기하는데 자신만 혼자인 사실에 굉장히 우울해 하더니 주위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고 한다”며 “A씨는 자식도 없어 홀로 외롭게 지내고 있었다”고 말했다.  
 
장어집 노천 테이블에서 술을 마시던 A씨는 송정해수욕장 도로를 내달리는 외제차들이 눈에 거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외제차 특유의 굉음에, 오픈카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가 A씨의 신경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페라리 포르토피노

페라리 포르토피노

 
이때 페라리 한 대가 굉음을 내고 지나갔고 곧바로 20m 뒤에 페라리가 또 한 대 따라오고 있었다. 굉음 소리에 짜증이 난 A씨는 페라리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지나갈 때를 맞춰 소주잔을 페라리 앞 유리창을 향해 던졌다. 
날아간 소주잔은 차량 운전석 유리창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고, 소주잔 파편에 유리창은 흠집이 났다.    
 
페라리 운전자 B씨(47)가 곧바로 차량에서 내려 앞 유리 상태를 살폈고, 경찰에 신고했다. 
5분 만에 경찰이 출동해 차량 상태를 확인하고 주변 탐문수사를 시작하자 A씨는 슬그머니 자리를 떴다. 현장에서 범인을 찾지 못한 경찰은 식당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한 결과 A씨가 소주잔을 던지는 모습을 확인했다. 
경찰은 A씨 일행이 지불한 카드 명세서를 확인해 A씨를 붙잡을 수 있었다.
 
해운대경찰서는 “A씨는 형사상 재물손괴 혐의로 200만원의 벌금형 처분을 받았고, 페라리 앞 유리 교체비용은 현재 민사상 합의가 진행되고 있다”며 “A씨가 2000만원을 지불할 능력이 안 되기 때문에 민사상 합의에 이르기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해운대경찰서 모습. [사진 부산경찰청]

해운대경찰서 모습. [사진 부산경찰청]

부산=이은지 기자 lee.eunji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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