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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굴욕" 국제사법재판소 역사상 첫 영국 판사 탈락

중앙일보 2017.11.21 11:01
유엔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 선출을 위해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투표를 하는 장면. [사진 UN/ Rick Bajornas]

유엔 국제사법재판소 재판관 선출을 위해 안전보장이사회에서 투표를 하는 장면. [사진 UN/ Rick Bajornas]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 1945년 창설 이후 72년 역사상 처음으로 영국 판사가 빠지게 됐다. 그 자리는 인도 판사가 차지했다. 영국의 국제 사회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고 있음을 나타내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ICJ는 15명의 판사로 구성된 유엔 최고 사법 기구로 국가 간 갈등과 분쟁 조정을 맡는다. 3년마다 판사 5명이 재선출돼 9년 임기를 맡는다.   
 

재선 도전한 영국, 인도 후보에 밀려
가디언 "영국의 국제적 위상 하락 상징,
안보리 상임이사국 견제 분위기 희생양"

유엔은 20일(현지시간) 국제사법재판소 판사 선거 결과를 공표했다. 마지막 남은 한 자리에 인도 달비르 반다리 판사가 확정됐다는 내용이다
 
당초 5명의 판사 선임에 6명이 도전했다. 앞서 5차 투표에서 프랑스·잠비아·소말리아(이상 재선)와 브라질·레바논(이상 신규) 판사가 유엔 총회 및 안보리 양쪽에서 다수표를 얻어 선출이 확정됐다. 하지만 재선에 도전한 영국의 크리스토퍼 그린우드는 충분한 득표수를 얻지 못해 인도 달비르 반다리 판사와 경선을 치러야 했다. 
 
마지막 한 자리를 두고 치열한 외교 로비도 펼쳐졌다. 하지만 반다리의 지지표는 늘어나고 그린우드의 표는 줄어들었다. 거듭된 투표 결과 유엔총회에서는 영국 68대 인도 121표, 안보리에서는 영국 9대 인도 5표로 나타났다. 영국 측은 20일 뉴욕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11차 투표를 앞두고 승복을 인정하는 서신을 유엔에 보냈다. 
 
매슈 라이크로프트 유엔주재 영국대사는 서신에서 "현재의 상황이 투표를 거듭한다 해서 해결될 것 같지 않다. 영국은 안보리와 유엔총회에서 더 많은 선거를 거쳐 귀중한 시간을 뺏는 건 잘못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면서 "그린우드 경은 재선 도전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결국 반다리는 20일 마지막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가디언은 이를 두고 "영국의 국제적 위신에 대한 굴욕적 타격이자 국제 문제에서의 위상이 축소되는 걸 인정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 유엔 안보리 5개 상임 이사국(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에 대한 국제적 분노의 희생양이 됐다고도 해석했다. 또 유럽연합에서 탈퇴한 브렉시트 이후 유럽 국가들의 외교적 지원을 받지 못한 것도 패인의 하나라고 분석했다. 
 
이경희 기자 dungl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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