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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거동 불편한 척추 환자 위해 한·양방 의사가 한자리서 진료”

중앙일보 2017.11.21 10:02 6면 지면보기
인터뷰 자생한방병원 이진호 병원장 
 

서울 논현동에 문 연 신사옥
교통 편리, 동선 최소화 시설
비수술 척추 치료법 효과적

국내 최대 한방병원인 자생한방병원이 최근 변신을 거듭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이달 초 올해 만 38세의 ‘젊은 한의사’가 병원장으로 부임한 데 이어 13일 서울 논현동에 신사옥을 오픈하며 척추·관절 환자를 위해 의료진이 한자리에 모여 진료하는 새로운 시스템을 선보였다. 새 보금자리의 수장을 맡은 이진호 병원장(사진)에게서 신사옥에 대한 비전과 포부를 들었다. 
 
 
신사옥을 이전하게 된 배경이 궁금한데.
“자생한방병원은 1990년 서울 역삼동에서 작은 한의원으로 개원한 이후 척추·관절 환자가 입소문을 타고 점점 많이 찾아오면서 99년 압구정동에서 한방병원으로 승격 개원했다. 이후 공간을 확대하기 위해 건물을 1개 동에서 4개 동으로 늘렸다. 병원은 거동이 불편한 척추·관절 환자의 이동을 돕기 위해 지하철역과 구사옥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상시 운영했다. 하지만 척추·관절 환자는 여러 건물을 오가는 일이나 셔틀버스를 타고 내리는 것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에 ‘지하철에서 가까운 곳’ ‘휠체어를 탄 척추·관절 환자가 한 건물 안에서 이동할 수 있는 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기자는 꿈을 세웠다. 지하철 7호선 논현역 2번 출구에서 100m, 9호선 신논현역 3번 출구에서 600m 거리에 입지를 선정했다. 휠체어를 탄 환자도 탈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넉넉한 장애인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이뿐 아니라 건물 내에서도 척추·관절 환자의 동선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번 신사옥 오픈과 함께 ‘한·양방 한자리 진료’ 시스템을 2개월간 시범 운영한다.”
 
‘한·양방 한자리 진료’ 방법은.
“우리나라에선 병원에서 환자가 자신의 질환을 다루는 진료과를 직접 찾아다녀야 한다. 반면 독일 등 유럽은 의사가 찾아가는 시스템이 구축돼 환자의 동선이 매우 짧은 편이다. 자생한방병원이 신사옥에서 선보이는 ‘한·양방 한자리 진료’는 한방의 한방재활과·한방침구과와 양방의 재활의학과·영상의학과·가정의학과 등 한·양방 진료과의 각 전문의가 한자리에 모여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같은 환자의 검진 자료를 놓고 환자의 치료 계획을 세우는 새로운 형태의 통합의료 시스템이다. 이 ‘한자리’에는 환자도 동석해 궁금증을 즉석에서 해결할 수 있다. 여기서 담당 주치의도 배정한다.이번 시범 운영 기간에 병원을 이용하는 중증 척추·관절 환자는 예약을 통해 주 1회 30분가량 ‘한·양방 한자리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환자의 번거로움을 최소화하고 환자의 요청 사항은 바로 대응할 수 있다. ‘한자리’라는 용어는 직접 만들었는데 어떤가(웃음). 참고로 전문의 5명이 모여 진료한다고 해서 진료비를 다섯 배로 받지는 않는다.”
 
수술 없이 한방으로 척추를 고치는 원리는 뭔가.
“최근 10년여간 척추 치료는 수술하지 않고 고치는 ‘비수술’ 치료법이 진화를 거듭했다. 비수술 치료법 가운데 대표적인 방법이 스테로이드(항염제) 요법이다. 스테로이드를 주사로 투여하는 방법도 있고 카테터로 주입하는 방법도 있다. 문제는 스테로이드의 부작용 위험이다. 장기 투여 시 살이 찌거나 골다공증이 심해지고, 골괴사증(뼈가 죽는 증상) 같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이에 자생한방병원은 스테로이드의 항염 효과는 얻으면서 부작용 우려가 거의 없는 대체 약물을 개발해 사용한다. ‘신바로 약침’이 대표적이다. 신바로 약침은 스테로이드보다 통증 감소 효과가 더 빠르고 높다는 것이 연구를 통해 입증됐다. 자생한방병원이 개발해 특허 받은 이 약침에는 주요 한약재 6종이 함유돼 있다. 2003년엔 골관절 질환의 치료 및 신경 재생에 효과가 있는 핵심 성분임이 입증돼 미국과 한국에서 물질특허를 획득했다. 척추·관절 환자에게는 동일한 성분의 한약 처방이나 추나 요법을 병행한다.”
 
한방은 비과학적이란 견해도 많은데.
“한방과 양방의 갈등이 분분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자생한방병원의 ‘한·양방 한자리 진료시스템’에서 엿볼 수 있듯 한방 치료를 적극 지지하는 양방 의사도 있다. 양방에 한방을 접목하려는 시도도 많다. 서로의 불신은 결국 환자에게 혼란을 줄 뿐이다. 자생한방병원의 ‘한·양방 한자리 진료시스템’에 참여한 환자는 이 같은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한자리에서 한방 및 양방의 전문의가 진료 방향을 함께 설계하기 때문이다. 이는 자생한방병원이 한방의 효능을 과학적으로 꾸준히 입증해 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신사옥에서도 한방의 과학화 작업은 계속된다. 먼저 자생척추관절연구소에 ‘실험연구센터’와 ‘임상연구센터’를 구축해 데이터 기반의 실험과 임상 연구들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다. 이들 연구센터에선 한의사를 비롯한 전문 연구인력이 병증의 치료 기전을 과학적으로 검증하는 연구에 몰입한다. 기초연구를 통해 척추 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여러 물질의 효능을 밝히고, 디스크 흡수모델 개발과 스테로이드를 대체할 약침의 효능도 연구한다. 이를 통해 한·양방의 장점을 진료에 접목시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능을 극대화할 것이다. 또 수핵 세포, 골세포 등에 대한 연구를 동시 진행해 척추 치료의 새 패러다임을 구축할 계획이다.”
 
글=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사진=프리랜서 김동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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