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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만원짜리 욕창 방석이 32만원,실버용품 값 부풀린 업체 수사

중앙일보 2017.11.21 06:00
실버용품를 생산하는 A업체는 주력 상품인 욕창 예방 방석을 만드는 데 1개당 8만4800원을 들였다. 그런데 실제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이 방석의 가격으로 고시한 금액은 실제 단가의 4배에 가까운 32만4000원이었다.
 
이 업체가 제조원가 자료를 허위로 작성해 건보공단에 제출했기 때문이다. 이후 고시가격을 기준으로 지급된 장기요양급여는 A업체에 판매대금으로 흘러 들어갔다. 허위로 부풀려 청구한 장기요양급여를 제조업체와 판매업체가 나눠 가지는 수법으로 돈을 챙긴 것이다.
용어사전 > 실버용품
욕창 예방 방석, 미끄럼 방지 매트, 지팡이와 같이 고령의 노인이나 노인성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복지용구를 말한다.

용어사전 > 장기요양급여
혼자서는 6개월 이상 일상생활이 어려운 이들에게 제공되는 현금, 신체·가사 활동 지원, 간병 등의 서비스로, 건강보험 가입자가 매달 납부하는 장기요양보험료가 재원이다.

 
실버용품(복지용구)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 성인용 보행기, 목욕 의자 등이 포함된다. [사진 서울서부지검]

실버용품(복지용구)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 성인용 보행기, 목욕 의자 등이 포함된다. [사진 서울서부지검]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조사부(부장 이준엽)는 이같이 유통과정에서 고시가격을 허위로 부풀려 1370억원의 장기요양급여를 편취한 혐의(사기)로 실버용품 제조·수입업자 전모(68)씨 등 7명을 구속 기소하고, 14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이들은 과다 청구한 장기요양급여의 차액을 나눠 갖는 방법으로 부당하게 돈을 받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해 장기요양급여 수지가 400억원 적자로 돌아선 것을 확인하고 지난 4월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관세청과 함께 기획수사를 벌였다.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검찰은 지난해 장기요양급여 수지가 400억원 적자로 돌아선 것을 확인하고 지난 4월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관세청과 함께 기획수사를 벌였다. [자료 국민건강보험공단]

검찰은 지난해 400억원의 장기요양급여 재정적자가 발생한 것을 확인하고 지난 4월부터 건보공단·관세청과 함께 불법적인 수급 사례를 살펴왔다. 그 결과 일부 실버용품 제조·수입업체가 원가를 부풀려 건보공단이 고시가격을 높게 책정토록 한 사례와 수급자 몫의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고 실버용품를 판매하는 업체 등을 확인했다. 실버용품에는 미끄럼 방지 매트, 성인용 보행기, 목욕 의자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용품은 건보공단이 장기요양급여 형태로 판매금액의 85%를 부담한다.
실버용품 제조·수입업자들은 자신들이 제출하는 원가 자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결정하는 고시가격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 서울서부지검]

실버용품 제조·수입업자들은 자신들이 제출하는 원가 자료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결정하는 고시가격에 큰 영향을 준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 서울서부지검]

검찰은 실버용품의 본인부담금이 감면된 경우 그 가격이 부풀려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관련 불법행위가 의심되는 25개 업체를 선별해 압수수색과 계좌추적 등의 수사를 벌였다. 수사 결과, 이들은 원가를 최대 4배까지 부풀려 청구한 뒤 총 1370억원의 장기요양급여 지급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은 업체마다 2~9년으로 다양했는데, 허위로 부풀려진 금액은 433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건보공단이 실버용품 고시가격을 결정할 때 자신들이 제출하는 자료를 기초로 하는 점을 악용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고시가격은 업체의 판매희망가격과 건보공단이 조사한 시장조사가격, 업체가 낸 원가 자료를 토대로 건보공단이 산출한 공단산출가격 중 최저가격을 기준으로 결정된다. 업체가 제출한 자료가 고시가격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이유다.

검찰은 실버용품 판매업체들이 수급자의 본인일부부담금을 감면한 경우 그 가격이 부풀려져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자료 서울서부지검]

검찰은 실버용품 판매업체들이 수급자의 본인일부부담금을 감면한 경우 그 가격이 부풀려져 있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자료 서울서부지검]

검찰은 고시가격의 15%인 수급자 본인부담금을 감면하거나, 브로커에게 수수료를 지급해 수급자를 알선 행위를 조장한 혐의(노인장기요양보험법 위반)로 실버용품 판매업체 대표 정모(40)씨 등 11명도 재판에 넘겼다. 본인부담금은 필요 이상의 실버용품이 공급되는 것을 막아 복지 예산의 낭비를 방지하기 위한 장치다. 검찰은 이들이 브로커 한 명에게 3년간 1억5000만원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등 오히려 재정 건전성을 해치는 데 일조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1900여 개에 이르는 판매업체의 과당 경쟁이 이 같은 불법 행위를 부른 것으로 보인다. 실버용품 고시가격 결정과 판매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고 관리·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건보공단·관세청과 함께 마련해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에 건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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