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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8급 늘린 국회의 오만 "국민눈치 볼 필요 뭐 있나"

중앙일보 2017.11.21 06:00

[현장에서] 국민 눈치 볼 필요 없다는 강심장 국회
 
 
지난 10월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합동참모본부 등에 대한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보좌관들이 의원의 질의 모습을 각가 스마트폰으로 기록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10월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합동참모본부 등에 대한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보좌관들이 의원의 질의 모습을 각가 스마트폰으로 기록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회 운영위원회가 지난 17일 8급 상당의 별정직 공무원 1명을 늘리는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을 가결한 것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막대한 예산이 들어간다’며 소방관, 경찰관 등 공무원 증원을 결사 반대한 야당 의원들도 자신들의 보좌진 증원 문제를 놓곤 속전속결로 나섰다.
 
15일과 17일 열린 운영위 소위는 비공개였다. 그러나 당시 보좌진 증원 문제를 논의하는 의원들의 발언은 20일 국회 속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세금을 들여 공무원을 증원하는 문제’라고 우려한 일부 의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의원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국민의당의 한 의원은 "어차피 여론이라는 것은 며칠 지나면 없어지고, 바꿀 때는 제대로 바꿔버려야 한다. 이참에 4급이 둘이니 3급으로 하나 바꾸고, (인턴을) 8급․9급 정규직으로 딱 전환하자"고 말했고, 또 다른 의원은 “국회가 너무나 언론의 눈치를 보고 당당하지 못한 것 같다. 우리 다 새벽 6시에 나와서 힘들게 일하지 않느냐. 3D 업종 중 하나인데 국민 눈치 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의원 보좌진 정원을 1명 늘리면 국회 전체적으론 300명 증원이다. 국회의원 정수가 300명이기 때문이다. 일시에 공무원 300명을 늘리는데도 이렇다 할 논쟁은 없었다. 내년 1월 국회 의원실의 인턴 88명이 해직되고, 내년 연말이면 전체 인턴의 45%인 256명의 해직 사태가 발생한다는 것이 유일한 이유였다. 
  
 물론 인턴 해고 사태는 귀담을 대목이 있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을 아끼면서 인턴 무더기 해고 사태를 일부라도 줄이는 대안을 찾으려면 국회의원들의 '제살깎기'가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었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8급 보좌진 신설 과정에서 아무것도 양보하지 않았다. 추가 예산 67억원 가량이 소요되는 데 대해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운영위 소위 논의 중 "현실적인 여건 때문에 쉽지 않다면 인턴 두 명 중 한명을 정규직화하고, 예산 증액이 어려우면 세비를 깎자"(정의당 노회찬 의원)는 제안도 있었으나 호응이 없었다. 노 의원은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의 보좌진 수가 적지 않고, 세비가 과도하게 많은 것도 사실이다. 1인당 100만원씩 깎아서라도 능력있는 사람이 커 나갈 수 있는 여지를 열어주자"고 제안했지만 '자기 희생'에 대한 논의는 진전되지 않았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생각해 보라. 정부 부처에서 한꺼번에 공무원 300명을 증원하자고 하면 국회가 이렇게 신속하게 처리하겠는가"라며 "소요 예산, 인력 배치안, 증원 필요성 등을 샅샅이 들여다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공무원 증원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국회가 보좌진 증원을 속전속결로 하는 게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고 무엇이냐"라고 반문했다.   
  
국회의원 보좌진은 2000년 이후 꾸준히 늘어왔다. 2000년 이전까지 5명이었던 보좌진은 2000년에 6명(4급 1명 증원)으로 늘었고, 2010년에 7명(5급 1명 증원)이 됐다. 국회의원 수당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보좌진 숫자는 8명으로 또 늘어난다. 4급 상당 보좌관 2명, 5급 상당 비서관 2명, 6급ㆍ7급ㆍ9급 비서에 8급 비서가 추가된다. 
  
채윤경 기자 p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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