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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장성택·최용해 이어 황병서, 2인자 용납 않는 김정은

중앙일보 2017.11.21 01:30 종합 5면 지면보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앞줄 왼쪽)이 최근 군내 서열 1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총정치국 제1부국장을 처벌했다는 첩보가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20일 국회 정보위에 보고했다. 김정은이 지난해 말 황병서(앞줄 가운데), 최용해(앞줄 오른쪽)와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앞줄 왼쪽)이 최근 군내 서열 1위인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총정치국 제1부국장을 처벌했다는 첩보가 있다고 국가정보원이 20일 국회 정보위에 보고했다. 김정은이 지난해 말 황병서(앞줄 가운데), 최용해(앞줄 오른쪽)와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김정은의 그림자 역할을 하던 황병서 총정치국장은 지난 9월 21일 황해남도 과일군 과수원 현지지도를 끝으로 김정은 공식 수행명단에서 모습을 감췄다. 마지막 공개 행사는 지난달 12일 만경대혁명학원, 강반석혁명학원 창립 70주년 기념보고대회였다.
 

최용해도 한때 혁명화 조치 뒤 복귀
황, 9월 이후 김정은 수행서 사라져

주민 일탈 막는 공포정치 효과
북·미 대화 분위기 풀리는 기류 속
군부 강경파 길들이기용 분석도

국정원은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최용해 노동당 부위원장 주도로 황병서 총정치국장과 김원홍 총정치국 제1부국장을 처벌했다는 첩보가 있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만약 처벌이 사실이라면 10월 12일 이후라는 의미다. 김정은은 집권 직후 주로 노동당 간부 등을 처벌하면서 길들이기를 해 왔다.
 
장성택 당 행정부장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엔 북한의 국정원 격인 국가안전보위성 간부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하고 처형(총살)도 했다. 군도 무풍지대는 아니었다. 이영호 군 총참모장 등이 처형당했다. 오로지 군의 총정치국만 건재했다. 총정치국은 군내 최고 권력기관이다. 하지만 황병서와 김원홍의 처벌이 사실일 경우 군 총참모부→노동당→정보기관→군 총정치국 순으로 손을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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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은 처벌 수위에 대해서는 “확인 중”이라고만 했다. 북한 형법은 사형, 무기징역, 유기징역, 노동단련형, 선거권 박탈, 재산 몰수, 자격 박탈, 자격정지 등을 형벌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형법보다는 노동당 내규의 적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당 간부들에 대한 처벌로는 ▶감금 ▶혁명화 조치(지방의 공장이나 농장에서 노동하고 반성문을 쓰는 벌) ▶징역 ▶당적 박탈 ▶해임 ▶숙청(투옥 또는 지방행) ▶처형(총살) 등이 있다. 장성택의 경우 당적 박탈 후 처형을, 최승철 전 통일전선부 부부장은 닭공장에서 혁명화 교육를 받다가 처형당했다.
 
김원홍은 국가안전보위상을 맡았던 올해 초 혁명화 조치를 당한 뒤 4월 총정치국으로 복귀했다가 6개월여 만에 다시 처벌 대상이 됐다. 익명을 원한 고위 탈북자는 “육체노동을 하며 반성문을 쓰는 혁명화 조치는 당 간부들에게 가장 흔한 처벌 중 하나”라며 “혁명화 기간은 최고지도자의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고 전했다.
 
최용해 당 부위원장과 권력 서열 2~3위를 다투는 황병서에 대한 처벌이라면 특정 권력기관의 독점을 허용치 않겠다는 정치적 의도와 함께 2인자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드러내 보인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로 김정은은 2인자로 꼽히던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한 데 이어 역시 2인자로 불려 온 최용해를 혁명화 조치로 처벌한 적이 있다.
 
정보 당국자는 “최용해의 손으로 황병서와 김원홍을 처벌토록 한 건 자신의 손에는 피를 묻히지 않으면서 특정 권력기관의 독주를 막겠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최용해로 하여금 황병서를 치게 한 것처럼 김정은은 과거 장성택 처형은 국가안전보위성이 주도하게 하는 등 권력기관 또는 실세 간에 서로 견제해 충성경쟁을 유도하는 통치술을 써 왔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정은은 집권 5년을 보내면서 어느 정도 정권을 안정화했다”며 “이들이 개인적인 비리가 발견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아버지 시대의 얼굴마담 역할을 했던 사람들을 교체하면서 권력의 틀을 더욱 공고히 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강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나온 점도 북한 전문가들은 주목한다. 그동안 대북 제재의 고삐를 늦추며 북한의 ‘뒷문’ 역할을 했던 중국이 최근 제재에 참여하면서 주민들의 일탈을 막기 위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것이란 분석이다.
 
전현준 우석대 초빙교수는 “북한은 90년대 말 고난의 행군 시기(경제적 위기)에 서관히 농업비서를 처형하는 등 위기 때마다 간부 처벌을 통해 주민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며 “고위 간부들부터 일반 주민에 이르기까지 일탈행위에 대한 관용은 없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원은 지난 2일에도 “미사일 발사 축하 행사를 1면에 게재하지 않았다는 죄목으로 노동신문사 간부 수명을 혁명화 조치하고, 평양 고사포(대공포) 부대 정치부장을 부패 혐의로 처형했다”고 보고했다.
 
지난 9월 15일 이후 북한이 추가 도발을 멈추고 북·미 간에 대화 분위기가 싹트는 것과 연관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그간 강경 일변도였던 북·미 또는 남북관계의 변화를 위해 강경파인 군부 반발을 의식한 사전 조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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