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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규모보다 지반, 서울서 발생 땐 강남이 강북보다 위험”

중앙일보 2017.11.21 01:22 종합 8면 지면보기
규모 5.4의 강진으로 인해 휴업에 들어갔던 경북 포항 지역 대부분의 학교가 20일 정상수업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영신고등학교 학생들이 지진으로 갈라진 학교 외벽 앞을 지나 등교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규모 5.4의 강진으로 인해 휴업에 들어갔던 경북 포항 지역 대부분의 학교가 20일 정상수업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영신고등학교 학생들이 지진으로 갈라진 학교 외벽 앞을 지나 등교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경북 포항시 일대에서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20일 오전 6시5분쯤에는 포항시 북구 북쪽 11㎞ 지역에서 규모 3.6의 여진이 발생했다. 규모 3.6은 15일 발생한 본 지진에 비하면 약한 지진이다. 하지만 포항에는 진동을 크게 느낀 시민이 많다. 한 시민은 포항 시청에 “규모 3.6은 ‘진동을 느낄 수 있는 정도’라고 나와 있는데, 왜 집이 휘청거릴 정도로 크게 느껴지는 건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도 지질 조건이나 건물의 종류 등에 따라 진동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지진의 규모가 같아도 지진 발생 지역이 암반 지대인지 퇴적층인지, 건물 구조는 어떤지에 따라 영향이 다르다는 뜻이다.
 

‘국내 1호’ 지진학 박사 김소구 소장
강북은 암반 많지만 강남은 적어
포항 지반 퇴적암, 경주는 화강암
지진 규모 약한 포항 피해 더 큰 이유

내진설계 기준 지역별 세분화 필요
활성단층 지도 만들고 정보 공유를

김소구 박사

김소구 박사

김소구(75·사진) 한국 지진연구소장은 이 같은 문제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현재 지역별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계산된 내진 설계 기준을 세분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76년 미국 세인트루이스대에서 지진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한양대 교수를 지낸 김 소장은 ‘국내 1호’ 지진학 박사로 통한다. 다음은 김 소장과의 일문일답.
 
지진 규모가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인가.
“이번 포항 지진에 대해 ‘규모가 작아도 피해가 컸다’는 얘기가 많았는데, ‘진원이 얕아서 그렇다’는 기상청의 설명은 일부만 맞다. 가장 중요한 건 경주는 단단한 화강암 지대인 반면, 포항은 약한 퇴적암 지역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액상화도 생긴 것이다. ‘규모가 몇이면 어느 정도 흔들린다’는 식의 개념 자체가 틀린 얘기라는 의미다. 언론과 몇몇 전문가조차 규모 위주의 시각을 갖고 있다.”
 
지질 차이가 어느 정도로 중요한가.
“지진의 피해 규모를 결정하는 데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 서울의 경우를 예로 들면 암반이 많은 강북 지역은 규모 6.5의 지진이 와도 건물들에 큰 피해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암반이 별로 없는 강남 지역에선 건물들의 피해가 꽤 발생할 것이다.”
 
그럼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같은 암반이라도 지역마다 성질이 다 다르다. 지역마다 고유진동수와 공진(외부의 힘이 가해지면 에너지가 증가하는 현상) 정도가 다르다. 그래서 같은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도 가속도 값이 다르고 지역마다 흔들리는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지역별 차이를 조사해서 지역마다 내진 설계를 달리해야 한다.” 
 
현행 내진 설계 기준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인가.
“내진 설계는 규모가 아니라 가속도 값으로 정해진다. 규모가 중요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 나라나 그렇게 한다. ‘이 건물은 규모 6.0의 지진까지 견딥니다’는 식의 말이 엉터리라는 것이다. 정부가 1988년 처음 내진 설계 기준을 논의할 때 내가 참여했다. 외국의 기준을 참조했지만 사실상 지역별 차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활성단층 지도 등 우리나라 지질에 대한 정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었던 측면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 정보들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가장 시급한 것은 뭔가.
“국립지진연구원이 있어야 한다. 지금은 지진 전문가들만 모여 있는 연구기관이 없는 상태다. 지진 관련 데이터를 공유하고 연구하며, 서로 경쟁을 할 수 있는 국가지진연구원이 꼭 필요하다.” 
 
포항=송우영 기자 song.wooy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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