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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TF “태광실업 세무조사 권한 남용” … 당시 무슨 일이

중앙일보 2017.11.21 01:19 종합 12면 지면보기
2008년 12월 10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15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2008년 12월 10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15시간에 걸친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중앙포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이어졌던 ‘박연차 게이트’의 시발점인 국세청의 태광실업 세무조사(2008년)에서 “중대한 조사권 남용이 있었다”는 국세행정개혁 태스크포스(TF)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치 조사’ 의심된 62건 자체 점검

당시 야권에서 ‘하명 조사’ 비판
부산 기업을 서울청 조사4국이 담당
조사 마무리 전 검찰에 박연차 고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로 수사 확대

현재 야권에선 ‘하명 점검’ 비판
지적된 건 MB·박근혜 정부 상황
“TF가 적폐청산의 도구로 활용돼”
외부위원은 자료 열람 제한 한계도

국세청은 TF가 작성한 ‘과거 세무조사 점검 결과 및 처리 방안 권고’를 20일 공개했다. 국세청은 세무조사 개선 등을 위해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를 단장으로 외부 위원 10명을 포함해 19명이 참여한 TF를 지난 8월부터 운영했다. TF는 국회와 언론 등에서 문제를 제기한 62건의 세무조사에 대한 자체 점검을 했다.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는 대표적인 정치적 표적 조사로 의심받아 온 사안이다. 태광실업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 회장이 이끌었다. 국세청은 2008년 7월 30일 태광실업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나섰다. 태광실업은 부산 소재 기업이었는데, 부산지방국세청 대신 ‘대기업의 저승사자’로 통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조사를 담당했다. 태광실업뿐 아니라 관계사 및 협력사 수십 개에 대한 세무조사도 이어졌다. 이후 국세청은 같은 해 11월 25일 박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이례적으로 세무조사가 마무리되기 전에 검찰 고발이 이뤄졌다. 검찰은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 박 회장을 구속했다. 이어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15억원을 빌려줬다는 내용의 차용증을 확보했다. 수사망이 전직 대통령에게까지 뻗친 것이다.
 
국세청, 감사원 감사 청구나 검찰 고발 검토
 
이듬해 4월 30일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조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같은 달 5월 23일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며 이 사건은 종결 처리됐다. 이후 당시 야권을 중심으로 “이명박 정부가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통해 노 전 대통령에게 ‘정치적 보복’을 가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박 회장은 2011년 12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 벌금 291억원을 확정받은 후 복역해 2014년 2월 만기 출소했다.
 
TF는 태광실업과 관련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 과정에서 여러 조사권 남용 혐의가 발견됐다고 봤다. 특히 부산청이 아닌 서울청 조사4국을 조사에 투입한 ‘교차 세무조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교차 세무조사는 특정 지역의 사업자에 대해 관할 지방국세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조사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지역 유착’을 끊고 공정성을 높이려는 의도다. TF는 이런 교차 세무조사의 본래 취지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TF는 “교차 조사 신청 사유가 명확하지 않고, 신청 및 승인 기간도 이례적으로 짧았다”며 “근본적 개선 방안을 마련해 즉시 시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정인이 과도하게 조사에 관여한 정황도 포착했다고 TF는 밝혔다. 당시 국세청은 한상률 청장, 조홍희 서울청 조사4국장 체제였다. 조 전 국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TF는 이런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승희 현 국세청장에게 “공소시효 등 법적 요건을 검토해 적법 조치하고, 강도 높은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할 것”을 권고했다. 국세청은 이 사안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요청하거나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9년 전 사건이라 직권남용 혐의(공소시효 7년)를 적용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 다른 혐의가 드러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제동·윤도현 소속사 조사도 의심 정황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에 참여한 김제동·윤도현씨가 소속된 다음기획에 대해 두 차례(2009년, 2011년)에 걸쳐 표적 세무조사가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TF는 “언론 보도 문건으로 볼 때 조사권 남용 금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2015년 4월부터 이현주 대원어드바이저리 대표에 대한 표적 세무조사가 이뤄졌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특검 수사 과정의 관련인 진술 기록 등으로 볼 때 조사권 남용 금지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 대표는 국정 농단 사태를 일으킨 최순실씨의 단골 성형외과 의사로 알려진 김영재씨의 중동 사업 진출을 방해했다는 이유로 표적 세무조사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두 사안은 현재 검찰에 고발됐거나 조사가 진행 중이다. TF는 국세청에 “검찰 조사에 적극 협력하라”고 권고했다.
 
TF가 이번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 세무조사는 모두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이뤄진 것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이뤄진 언론사 세무조사 등도 검토했지만 “별다른 문제점을 찾지 못했다”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은 “TF가 새 정부의 ‘적폐청산’ 도구로 활용되는 게 아니냐”고 비판했다.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TF가 청와대와의 교감에 의해 구성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세청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려면 법적 근거도 없는 TF 운영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은 TF 외부 위원 중 4명이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진보단체 출신이란 점도 문제 삼았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부호 역시 완전히 해소하지 못했다. 국세기본법상 비밀유지의무 조항 탓에 TF 외부 위원의 조사 자료 열람이 제한돼서다. TF에 참여한 최원석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세무조사 외압에 대한 의심을 밝히려면 당시 해당 실무자를 인터뷰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웠던 게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윗선’의 압력으로부터 세무조사가 자유로울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이 없으면 ‘정치 세무조사’ 논란은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미국 내국세법은 대통령이나 고위 공무원이 세무조사에 개입했을 때 5000달러 이하의 벌금 혹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며 “한국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F는 다음달 중 종합적인 국세행정 개혁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박연차 게이트’ 일지
<2008년>
7월 30일: 국세청, 박연차 전 회장 소유 태광실업·정산개발 세무조사
11월 25일: 국세청, 박 전 회장 탈세 혐의 고발
12월 12일: 박 전 회장 구속
12월 29일: 검찰 “박 전 회장,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15억원을 빌려준 내용의 차용증 확보”
 
<2009년>
4월 30일: 노 전 대통령 소환조사
5월 23일: 노 전 대통령 서거
6월 12일: 검찰 ‘박연차 게이트’ 수사 결과 발표
(박 전 회장 포함 21명 기소, 노 전 대통령 뇌물수수 의혹 부분은 수사 내용 미공개 및 내사 종결)
◆교차 세무조사
특정 지역에서 장기간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에 대해 납세지 관할이 아닌 다른 지역의 지방국세청이 세무조사를 관할하는 제도다. 지역 유착을 막고 공정한 세무조사를 하기 위해 2008년 도입됐다. 하지만 과세당국의 조사권 남용의 도구로 활용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국세행정 개혁TF는 국세청에 이 제도에 대한 개선책 마련을 권고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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