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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스타일] 조명, 공간의 주인공 되다

중앙일보 2017.11.21 01:00 종합 21면 지면보기
요즘 핫한 카페나 레스토랑에 가면 식탁이 아니라 천장을 보며 사진 찍는 사람이 많다. 조명 때문이다.
 

천장 아래 늘어지는 ‘펜던트’
장식 효과 커 카페·가정서 인기
수백만원 고가에도 매출 급증

서울 한남동 브런치 레스토랑 ‘다츠(DOTZ)’도 그렇다. 여기에는 조명 4개가 매달려 있는데 모두 개당 400만원이 넘는 덴마크 브랜드 베르판의 VP 글로브 조명이다. 투명 구 안에 조명기구가 들어 있어 불을 켜지 않아도 그 자체로 눈길을 끈다. 다츠의 공간 디자인을 맡은 ‘디플랏’ 이세현 대표는 “조명 본연의 역할보다 공간의 콘셉트를 살려 주는 역할”이라고 말했다.
 
요즘 뜨는 까페에 가면 천장에 매달린 ‘디자인 조명’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루이스폴센의 스노볼 조명을 단 서울 청담동 ‘앤더슨 C’ 카페. [송현호 인턴기자]

요즘 뜨는 까페에 가면 천장에 매달린 ‘디자인 조명’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루이스폴센의 스노볼 조명을 단 서울 청담동 ‘앤더슨 C’ 카페. [송현호 인턴기자]

요즘 이렇게 천장에서 떨어지는 형태의 펜던트(pendant) 조명이 인기다. 서울 청담동의 카페 겸 레스토랑 ‘앤더슨 C’ 역시 펜던트 조명으로 시선을 끈다. 이곳에는 요즘 ‘디자인 조명’으로 선풍적 인기를 끄는 덴마크 브랜드 루이스폴센의 PH 시리즈 조명이 여러 개 달려 있다. 루이스폴센의 또 다른 조명 스노볼, 다츠와 같은 베르판 조명, 덴마크 디자이너 아르네 야콥센의 조명까지 흡사 조명 매장을 방불케 할 정도다. 앤더슨 초이 대표는 “10년 전부터 모아온 오리지널 조명”이라며 “천장이나 벽에 붙은 형태의 직부등을 사용하지 않고 펜던트 조명이나 스탠드 조명 등 부분 조명만으로 공간을 디자인했다”고 말했다.
 
공간 전체를 환하게 밝히기보다 부분 조명을 여러 개 설치하는 게 요즘 추세인데, 특히 펜던트 조명은 장식성이 뛰어나 더욱 주목받고 있다. 리빙 칼럼니스트 이정민씨는 “펜던트 조명은 공중에 떠 있는 조각이자 소품”이라며 “직접 조명(주로 형광등)은 밝아도 밋밋하지만 부분 조명은 밝고 어두운 부분이 생기면서 깊이를 줘 분위기 연출에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공중에 매달린 ‘조각’ 같은 디자인으로 인기를 끄는 덴마크 브랜드 구비의 멀티라이트 펜던트 램프. [사진 구비]

공중에 매달린 ‘조각’ 같은 디자인으로 인기를 끄는 덴마크 브랜드 구비의 멀티라이트 펜던트 램프. [사진 구비]

디자인 조명의 인기는 아무래도 요 몇 년간 리빙 트렌드를 이끈 북유럽 인테리어의 영향이 크다. 요즘 디자인 조명으로 각광받는 브랜드 대부분은 북유럽 디자이너 제품들이다. 가구와 의자로 시작된 북유럽 인테리어 열풍에 조명까지 합세한 셈이다.
 
조명 편집숍 브랜드 ‘라잇나우’는 2016년 4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매장을 열었다. 가구와 생활용품 외에 조명 전문 매장이 백화점에 둥지를 튼 것은 이례적이다. 라잇나우 박수빈 MD는 “외국 유명 디자이너 제품을 판매하는데, 루이스폴센의 PH5와 핀란드의 아르텍 JL341 펜던트 조명이 인기”라고 말했다.
 
설치 후 원하는 대로 위치와 형태를 조절할 수 있어 인기인 플로스의 스트링 라이트. [사진 두오모]

설치 후 원하는 대로 위치와 형태를 조절할 수 있어 인기인 플로스의 스트링 라이트. [사진 두오모]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교적 쉽게 설치하고 바꿀 수 있는 조명이 주목받고 있는 측면도 있다. 조명 전문업체 ‘두오모’ 이택동 이사는 “가구는 바꾸기 어려운 데다 가격도 비싸지만 조명은 가구에 비해 적은 가격으로 큰 인테리어 효과를 낼 수 있는 아이템”이라며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본인이 직접 위치를 바꾸고 조도를 조절할 수 있는 조명에 대한 선호가 높다”고 전했다. 두오모에서 인기 있다는 이탈리아 브랜드 플로스의 스트링 라이트가 대표적이다. 줄이 길어 원하는 대로 줄을 교차하거나 늘이는 식으로, 설치 후에도 유동적으로 위치와 형태를 바꿀 수 있다. 스트링 라이트는 플로스 홈페이지에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으면 조명 밝기도 조절할 수 있다.
 
이정민씨는 “천장에 매입하는 등은 설치와 제거 모두 쉽지 않지만 펜던트 조명은 이사갈 때마다 쉽게 들고 다닐 수 있다”며 “다른 조명에 비해 펜던트 조명에서 유독 고가의 오리지널 조명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펜던트 조명은 여러 개를 겹쳐 설치하기도 한다. 프랑스 DCW의 히어컴스더선 제품. [사진 스페이스로직]

펜던트 조명은 여러 개를 겹쳐 설치하기도 한다. 프랑스 DCW의 히어컴스더선 제품. [사진 스페이스로직]

펜던트 조명으로 연출한 공간은 사진으로 찍었을 때 더 진가를 발휘한다. 뭐든지 찍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는 요즘, 펜던트 조명 인테리어가 뜨는 이유다. 앤더슨 초이 대표는 펜던트 조명의 ‘사진발’ 효과를 잘 이해하고 있다. “펜던트 조명은 전등갓 모양에 따라 그림자의 색이 층층이 달라지고, 조명과 거리가 먼 곳과 가까운 곳의 빛의 느낌이 달라진다”며 “공간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것이 유행인 만큼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디자인 조명이 주목받는 것”이라고 했다.
 
개당 400만원대의 덴마크 브랜드 베르판의 VP 글로브 조명. 고가지만 요즘 찾는 사람이 많다. [사진 베르판]

개당 400만원대의 덴마크 브랜드 베르판의 VP 글로브 조명. 고가지만 요즘 찾는 사람이 많다. [사진 베르판]

하지만 천장이 낮은 집에서도 이런 효과를 낼 수 있을까. 많은 이가 시도하는 걸 보면 어렵지 않아 보인다. 서울 성북동에 사는 주부 강향숙(40)씨는 베르판 VP 글로브 조명을 다이닝 룸에 설치했다. 강씨는 “손님 초대가 잦아 거실보다 다이닝 공간에 힘을 줬다”며 “조명 자체의 디자인도 예쁘고 식탁과 그 주변만 밝히는 부분 조명이라 불을 켰을 때 아늑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집에서 펜던트 조명을 설치할 때 과감하게 아래로 떨어뜨리라고 조언한다. 이정민씨는 “천장이 낮다고 짧게 다는 것보다 과감히 내려 달아야 멋스럽다”며 “만약 식탁 위에 단다면 식탁 의자에 사람이 앉아 있을 때 머리보다 한 뼘 위, 식탁 옆에 서 있을 때 이마와 높이가 맞는 것이 적당하다”고 노하우를 알려줬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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