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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교음악 편견 깼다, 클래식과 15년 5만 관객 곁으로

중앙일보 2017.11.21 01:00 종합 27면 지면보기
지난 12일 열린 매일클래식 공연에 앞서 김화림 음악감독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지난 12일 열린 매일클래식 공연에 앞서 김화림 음악감독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클래식 공연일수록 대중과의 거리를 좁혀야 하고 그러기 위해 여러가지 소통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걸 절감했다. 지금과 같은 ‘찾아가고 초대하는’ 공연 콘셉트는 그렇게 자리 잡았다.”
 

김화림 매일클래식 음악감독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과 의기투합
“걸그룹 좋아할 것 같던 군인도 환호
클래식 들으면 삶이 풍요로워져”

김화림(59) 매일클래식 음악감독은 그의 붉은 드레스 만큼이나 활기찼다. 지난 12일 경기도 부천시민회관에서 열린 제27회 매일클래식 ‘풍자와 저항’에서 만난 김 감독은 갑자기 떨어진 기온이 무색할 정도로 뜨거운 에너지를 뿜어냈다.
 
매일유업이 기업 메세나 활동의 일환으로 지난 2003년 시작한 매일클래식이 이날로 관객수 5만 명을 돌파했다.
 
매일클래식은 같은 주제의 한 회차마다 2~3차례 각기 다른 곳에서 공연을 한다. 그래서 이번 공연은 27회이지만 총 공연 횟수는 82회가 됐다. 그중 71번의 공연이 제주, 전북 고창 등 지방에서 이뤄졌다.
 
김 감독은 그 15년, 82차례의 공연을 모두 함께했다. 바이올린 전공인 그는 예원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했고, 1977년 서울대 음대 1학년 재학 중 바이올리니스트 김영욱의 초청으로 전액 장학금을 받고 미국 메네스 음대에 진학했다. 여기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그는 89년 뉴욕주립대 스토니부르크에서 박사를 받았다. 그해 아티스트 인터내셔널 오디션에서 우승해 뉴욕 카네기 와일홀에서 데뷔연주를 했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원색의 정열적인 연주”라는 평을 썼다.
 
이후 미시시피 교향악단 수석 등 다양한 연주와 교육 활동을 펼치던 그는 95년 귀국해 첫 국내 독주회를 열었다.
 
“충격을 받았다. 청중들과의 거리감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 뉴욕에선 익숙하던 현대음악에 대해 우리 관객들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관객과의 거리를 줄이는 것이 클래식 공연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2003년 우연한 기회에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과 일본 도쿄의 산토리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산토리홀은 86년 주류회사인 산토리가 위스키 출시 60주년을 기념해 건립, 운영까지 맡고 있는 콘서트홀이다. 김 회장은 산토리와 같은 사회공헌을 고민 중이었고 그때 김 감독은 “꼭 큰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클래식의 정수라 할 수 있는 실내악(체임버 뮤직) 공연에 시민들을 초청하면 어떠냐”고 제안해 매일클래식이 탄생했다.
 
그는 2015년 경북 경산 제2수송교육단에서 열린 공연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다른 매일클래식 공연을 찾았던 장교가 “우리 군인들에게도 클래식을 들려주고 싶다”고 요청해 찾아간 자리였다. 김 감독은 “걸그룹이나 좋아할 것 같던 군인들이 베토벤의 곡을 들으며 감동하는 모습에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연주자 섭외부터 레퍼토리 구성, 바이올린 연주, 공연 중간중간 곁들여지는 설명까지 직접 맡고 있다. 그는 K팝 등 대중음악이 큰 발전을 이룬 한국에 훌륭한 클래식 연주자들이 많다는 걸 잊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김 감독은 “클래식을 태교음악 정도로 생각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클래식을 들으면 인생이 입체적이고 풍요로워진다. 매일클래식을 다녀간 관객들이 감사 편지를 보내올 때마다 더 좋은 연주자들과 함께 더 좋은 경험을 더 많은 관객들께 전해 드려야겠다고 다짐한다”고 말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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