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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쑥 크는 ‘바이오 코리아’ … 신약·복제약 해외서 잇단 잭팟

중앙일보 2017.11.21 01:00 경제 3면 지면보기
‘장밋빛 미래’의 시작일까, 지나친 낙관론일까. 국내 바이오 업계가 잇단 호재 속에 증권 시장에서도 투자자들을 폭풍처럼 끌어 모으고 있어 주목된다. 일각에선 과열 양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바이오 항암제 해외 시판 허가
셀트리온 ‘램시마’ 유럽 점유율 40%
작년 바이오 스타트업 400개 창업
“신제품 R&D에 역량 집중시켜야”

20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항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의 복제약) ‘온트루잔트’가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로부터 유럽 판매 최종 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온트루잔트는 스위스 제약업체 로슈가 판매하는 전이성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다. 허셉틴은 지난해만 7조8000억원의 글로벌 매출을 올린 세계 8위 바이오의약품(유전자 재조합과 세포 배양 등 신기술로 제조되는 의약품)이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외에 항암제로 첫 승인을 받으면서 글로벌 연구개발(R&D) 역량을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앞서 이 회사는 유럽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 치료 바이오시밀러 3종을 허가받은 바 있지만 항암제 승인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R&D로 해외에서 성과를 거두면서 모회사이자 코스피 상장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도 치솟고 있다.
 
셀트리온 역시 마찬가지다. 셀트리온은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로 지난해까지 미국 등 세계 79개국에서 판매 허가를 받았다. 램시마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40% 이상이다. 신라젠·바이로메드·제넥신·티슈진·메디톡스·코미팜·네이처셀·젬백스 등 다른 바이오 기업들도 투자처로 인기다. 개발 중인 신약의 국내외 임상 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등 각종 호재 속에 성장 잠재력이 부각되면서다.
 
다만 이들 업체를 두고 미래 가치가 ‘과대평가’됐다는 주장도 일부 있다. 예컨대 램시마는 미국(‘인플렉트라’란 이름으로 판매중)에선 점유율이 지난 9월 1.7%에 머물렀다. 이에 대해 셀트리온 측은 “현재 미국 시장 점유율이 기대에 못 미치는 건 사실이지만 유럽에서도 한 자릿수 점유율로 시작해 40%대로 성장했던 전례가 있다”고 밝혔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지난해 8월 유럽에서 내놓은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가 올 상반기 1%대 점유율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회사 측은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겸비해 장기적으로는 점유율 확대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바이오 업계에선 현재까지 분위기가 ‘기대 이상’이라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산업은 최소 10년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는 속설이 있는데 기대보다도 빠르게 성과가 나오고 있다”며 “바이오를 미래 먹거리로 확신한 국내 산업계의 투자 확대가 결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확립된 것”으로 해석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바이오 분야 신규 벤처캐피털(VC) 투자액은 4686억원으로 전체 투자의 21.8%에 달했다. 여기에 고급 인력이 바이오 분야에 대거 가세, 수년간 노하우를 축적하면서 바이오 기업들이 과거 부족했던 글로벌 R&D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는 분석이다.
 
생태계도 착실히 잘 조성되고 있다.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신설된 바이오 관련 스타트업만 443개로, 바이오 벤처 창업 ‘붐’이 일었던 2000년의 282개(역대 최다치)를 능가했다. 정부의 육성 의지 또한 강하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최근 “정부가 적극적 정책 지원으로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바이오산업을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위험할 수 있는 증시 과열 양상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인투자자들이 섣불리 거짓 정보에 현혹돼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기 쉬우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산업적으로도 과제는 남아 있다. 최윤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젠 질적 성장이 더해져야 하는 시점”이라며 “정부는 부처 간 조율 등 정책의 효율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둬야 하고, 기업들은 소비자 관점에서 더욱 빠르게 대중화할 수 있는 제품 R&D에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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