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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탈출’뿐 … 베네수엘라 엑소더스

중앙일보 2017.11.20 16:57
 정치ㆍ경제적 위기로 거대한 ‘엑소더스’ 행렬에 합류하는 베네수엘라 국민이 크게 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최근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의 반정부 시위 [EPA=연합뉴스]

베네수엘라의 반정부 시위 [EPA=연합뉴스]

FT는 “얼마 전 한낮 카라카스 도심에서 총을 맞고 죽어있는 남자를 보고, 네 살 딸과 함께 이 나라를 떠날 때가 왔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한 여성의 인터뷰를 인용하며 “점점 더 많은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이런 결정을 내린다”고 전했다. “베네수엘라는 한때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였지만 이젠 전직 의사, 엔지니어, 물리 치료사가 런던의 슈퍼마켓 점원이나 마드리드의 가정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웨이터로 일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문에 따르면 3000만명 가량 되는 베네수엘라 국민 중 200만 명이 해외에 살고 있으며, 이 숫자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경제난과 반정부 시위,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독재 행보로 베네수엘라는 혼돈의 늪에 빠진 지 오래다. 지난 8월부턴 미국이 마두로의 독재를 비판하며 강력한 제재를 시작해 더욱 큰 타격을 받아, 급기야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였다. 지난 15일 베네수엘라는 러시아와 양국 국채 재조정에 합의했다. 채무 31억5000만 달러(약 3조 4700억원)를 10년간 상환하면서 첫 6년간은 최소상환금액을 정하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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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그렇지 않아도 콜롬비아, 브라질 등 이웃 국가로 향하던 베네수엘라인들의 탈출 행렬이 최근 들어 더욱 길어졌다. FT는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이 터키에 관료들을 보내, 터키 정부가 시리아 난민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관리하는지 알아봤을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고 전했다. 반군과 평화협상을 진행중인 콜롬비아의 국내 사정도 복잡해, 베네수엘라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난민들은 이 나라의 또 다른 문제가 돼가는 중이다.  
 
미국과 남미가 아닌 유럽으로 향하는 이들도 많다. "베네수엘라가 아닌 어디로도 간다"는 것이 신문의 설명이다. 언어가 통하는 스페인으로 향하는 사람도 많아, 스페인 정부에 따르면 최근 이 나라로 향한 베네수엘라 사람들이 시리아와 우크라이나인들보다 더 많았다.  
 
정든 고향을 등지는 것은 더 이상 생존이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신문은 “베네수엘라의 경제는 대공황 때 미국이 겪었던 것보다 더 심각하다”며 “많은 젊은이가 ‘어딜 가도 베네수엘라보다 낫다’고 말하며 떠나는 이유”라고 보도했다.  
스페인으로 탈출한 안토니오 레데스마 전 카라카스 시장 [AFP=연합뉴스]

스페인으로 탈출한 안토니오 레데스마 전 카라카스 시장 [AFP=연합뉴스]

 
일반 시민들이 생존 때문에 엑소더스 행렬에 오르고 있다면, 고위직에 있던 반정부 인사들은 정치적 이유로 망명을 택하고 있다. 대표적인 반정부 인사 루이사 오르테가 베네수엘라 전 검찰총장이 지난 8월 마두로 대통령을 맹비난하며 베네수엘라를 탈출했고, 지난 17일에는 안토니오 레데스마 전 카라카스 시장이 해외에서 투쟁을 계속하겠다며 스페인으로 향했다. 그는 지난 2014년 시위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시장직을 박탈당하고 투옥됐다가 가택연금 상태에 처해 있었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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