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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적은 미국 양키”…북 청소년 야영소 반미 훈련장 변신

중앙일보 2017.11.20 11:26
북한 어린이가 원산 송도원 국제소년단 야영소에서 유격전 게임을 하며 호주 채널9 프로그램 60분과 인터뷰하고 있다.[유트브]

북한 어린이가 원산 송도원 국제소년단 야영소에서 유격전 게임을 하며 호주 채널9 프로그램 60분과 인터뷰하고 있다.[유트브]

“미국 양키들을 죽일 수 있어 너무 즐겁습니다. 미국과 일본, 한국인을 죽이는 걸 상상하면서 게임을 합니다”
북한 원산에 있는 청소년 휴양시설인 송도원 국제소년단 야영소에서 ‘유격전’이란 이름이 붙은 슈팅게임을 하던 한 소년이 한 말이다. 이 소년은 장남감 자동소총을 들고 비디오게임 상의 도주하는 적군의 등에 총탄을 퍼부으면서 “미국과 일본ㆍ한국은 우리 북조선 인민의 적”이라고 말했다.

비디오게임 통해 반미 유격전 등 교육
호주 TV프로그램이 현지 취재 후 방영

호주 채널9 프로그램 60분이 19일 방영한 북한 어린이들이 원산 송도원 국제소년단 야영소 게임장에서 유격전 게임을 하는 모습.[유튜브]

호주 채널9 프로그램 60분이 19일 방영한 북한 어린이들이 원산 송도원 국제소년단 야영소 게임장에서 유격전 게임을 하는 모습.[유튜브]

호주 방송 채널9은 19일(현지시간) 저녁 방영한 시사주간 프로그램인 ‘60분’에서 러시아 등 해외 공산주의국가 청소년들의 값싼 여름 휴양지이던 송도원 야영소가 북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반미선동 교육장으로 바뀌었다고 보도했다.  
수개월 간 방문 신청 끝에 허가를 받고 방문한 송도원 시설에서 만난 60분 취재진에 어린이들도 “단순히 비디오게임이 아니라 ‘전쟁연습’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한 어린이가 원산 송도원 국제소년단 야영소 게임장에서 유격전 게임을 하며 호주 채널9 프로그램 60분과 인터뷰하고 있다.[유튜브]

북한 어린이가 원산 송도원 국제소년단 야영소 게임장에서 유격전 게임을 하며 호주 채널9 프로그램 60분과 인터뷰하고 있다.[유튜브]

게임을 하던 다른 여학생도 “네 적이 누구냐”는 질문에 “우리 적은 미국 양키놈들입니다. 미국은 침략자입니다”라고 답했다. 게임장 지도 교사도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치느냐”고 묻자 “김일성 주석이 일본 제국주의 군대를 물리칠때 사용했던 항일 유격전술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송도원국제소년단 야영소. [사진제공=노동신문]

송도원국제소년단 야영소. [사진제공=노동신문]

송도원 야영소는 김일성 주석 시절인 1960년 북한 소년단원과 외국인 청소년을 위한 휴양시설로 건설됐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2013년 5월 현지 시찰에서 “김일석 주석의 생일(4월 15일) 낙후된 시설 리모델링을 마치라”고 지시한 후 이듬해 4월 김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을 가졌다. 지난 7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ㆍ화성 14형) 시험발사에도 러시아 극동지역 청소년들이 98명이 이곳에서 여름 휴양을 즐기는 영상이 공개되기도 했다.
호주 채널9 프로그램 60분이 19일 방영한 북한 어린이들이 원산 송도원 국제소년단 야영소에서 물놀이 모습.[유튜브]

호주 채널9 프로그램 60분이 19일 방영한 북한 어린이들이 원산 송도원 국제소년단 야영소에서 물놀이 모습.[유튜브]

‘60분’은 “송도원은 북한에서 가장 뛰어난 우등생들이 입소 교육을 보상으로 받는 곳”이라며 단체로 김정은 위원장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며 행진하고, 축구경기를 하거나 워터파크에서 보트를 타는 모습도 내보냈다.
 
평양외대생 "외국에 관해 좋아하는 게 뭐냐" 질문에 "노코멘트" 
60분 취재진은 평양 외국어대학 학생들과도 만났다. 사전에 정치적 질문을 하지 않도록 약속된 상황에서 남·녀 대학생은 유창한 영어로 "최고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의 영도력으로 최근 2~3년 간 우리나라는 매우 호화롭고 현대적인, 번창한 국가로 변모했다""모든 인민들이 사회주의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두 학생의 답변은 간단한 질문 하나에 막혔다. "외국어대학을 다니면서 전 세계, 다른 나라들과 관련해 가장 관심있고 좋아하는 게 뭐냐"는 질문이었다. 남학생은 "간단한 질문이 아니다"고 했고, 여학생은 "대답해나 하나요"라고 되묻곤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취재진이 만난 한 대학생 출신 탈북자는 "그들이 뭔가 원한다고 답했다면 분명히 곤경에 처했을 것"이라며 "지도자 김정은과 북한이외 다른 나라를 좋아한다는 말만으로 평양에서 추방될 수 있다"고 말했다.    
 
60분은 “2년 6개월 전 북한을 취재할 때와 달리 북한 내 핵전쟁 위협에 대한 긴장이 훨씬 고조돼 있고 호주에 대한 적대감도 커졌다”며 “평양 시내는 다른 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이키ㆍ맥도널드 광고판대신 ‘미 본토 전역이 우리의 사정권’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핵 무기와 ICBM 기술을 홍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외무성 관리는 60분과 인터뷰에서 “북한은 먼저 미국을 선제공격하지 않을 것이지만, 미국으로부터 군사침략의 조짐이 보이면 가차없이 핵 무기를 발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에 대한 위협은 북한이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라며 “우리는 트럼프로부터 위협을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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