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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발등의 불인 내진시설 … 경각심 높여야

중앙일보 2017.11.20 01:46 종합 34면 지면보기
경북 경주와 포항에서 1년여 간격으로 일어난 지진은 우리도 더는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얼마나 지진에 무방비 상태인지도 드러냈다. 특히 지진 취약지역으로 꼽힌 포항조차도 건물의 내진 성능이 미흡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포항 지진에서 주택 3곳 전파를 포함해 1161여 동의 주택이 파손됐다.
 
내진 설계를 했다는 건물도 균열이 상당수 발견돼 안전진단을 받아야 할 지경이다. 내진 설계가 의무화된 학교 중 200여 곳에서 균열이 발견됐다. 입주 3년차 아파트도 균열이 일어나 주민이 대피하기도 했다. 내진 설계 의무화는 일반 건축물에도 2005년 3층 이상 연면적 1000㎡에서 2015년엔 3층 또는 500㎡, 오는 12월 1일부터는 2층 또는 200㎡로 점점 강화되고 있다. 또 지난 7월부터는 공인중개사가 집을 중개할 때 내진 성능을 계약자에게 알려주지 않으면 벌금 400만원을 물리는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시행규칙도 발효 중이다.
 
이렇게 각종 기준과 법은 강화되고 있지만 현실은 이를 못 따라간다. 서울에서도 내진 설계 대상 건물의 70% 이상이 내진 성능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도 내진 성능 확보율이 33.5%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준이 문제가 아니라 시공에 대한 검증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현행법상 5층 이하 건물 시공에는 구조 기술사 등 전문가가 참여하지 않아도 되다 보니 소규모 주택은 시공 관리·감독이 제대로 안 되는 게 현실이다. 또 내진 설계는 돈과 시간이 많이 들어 건축주가 웬만하면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제 내진 시설의 미흡함을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 정부도 기준만 만들어 놓고 방치할 것이 아니라 내진 설계가 기준대로 시공될 수 있도록 검증 시스템을 만들고 면밀히 관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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