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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정원 특수활동비 개혁, 문 대통령 앞장서라

중앙일보 2017.11.20 01:45 종합 34면 지면보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만·안봉근 전 청와대 비서관이 매년 10억원씩 총 40억원의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로 20일 기소된다. 사정기관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시절 국정원이 청와대 등에 불법으로 건넨 특활비는 70억원에 달한다. 당시 국정원장을 지낸 남재준·이병기 전 원장이 청와대에 불법 자금을 상납한 혐의로 구속됐다. 구속을 면한 이병호 전 원장도 19일 또다시 검찰에 불려 나와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이뿐이 아니다. 친박계 실세 최경환 자유한국당 의원도 경제부총리 재직 중 국정원 돈 1억원을 받은 혐의가 포착됐다. 정보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5명은 2015년부터 2년간 10여 차례에 걸쳐 회당 수백만원씩 국정원 특활비를 받았다는 소문이 돈다.
 

특활비, 역대 정권마다 청와대 흘러가
기밀 보장 전제 예결산 심사 검토할 때
“국정원 돈 안 받겠다” 대국민 약속도

감사원 감사는 물론 자체 감사조차 받지 않는 국정원 특활비는 2013년 이후 매년 늘어 지난해 4930억원에 달했다. 추가 배정된 예비비 4000억원은 별도다. 국정원 특활비는 고도의 기밀이 유지돼야 할 대공 수사와 공작 등에 쓰라고 영수증 처리 의무를 면제해 준 돈이다. 우리나라 같은 분단국가에서 강력한 정보기관은 필수적이다. 안보를 위해서라면 용처를 공개할 수 없는 눈먼 예산이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하지만 이를 악용해 대통령의 사적 용도나 정치자금으로 썼다면 특활비의 정당성을 무너뜨리고 국가 안보를 해치는 중대 범죄에 해당한다. 또 국정원이 자신의 예산에 영향을 미치는 경제부총리나 정보위 위원들에게 특활비를 ‘뇌물’로 주었다면 ‘예산 농단’임이 분명하다.
 
청와대로 흘러들어 간 특활비는 박 정부 때만 있었던 일이 아니라고 한다. 이명박 정부나 김대중·노무현 정부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관행’이란 이름 아래 정기적으로 특활비가 곳곳에 뿌려진 정황이 나온다. 이제는 더는 안보상 기밀이란 이유만으로 묻지마식 예산 통과에다 감사까지 건너뛰는 관행이 당연시될 수 없다. 정보기관의 성격을 고려해 예산의 전체는 아니더라도 가능한 영역에 대해선 투명하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개혁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의 비밀 인가를 얻은 예산 전문가의 통제를 받거나 국회 정보위에서 위원들의 기밀 엄수 서약을 받고 비공개로 예산·결산을 심사하는 방안이 포함된다. 이런 개혁안은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등에 의해 법안이나 제안 형태로 제시된 바 있다. 여야의 의견이 일치된 만큼 청와대와 각 당 지도부가 합심하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중요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국정원 돈을 받지 않겠다”고 공개 약속하고 측근들도 이를 따르도록 엄명해야 한다. 내년은 지방선거, 2020년에는 총선이 있다. 정치자금 수요가 크다 보면 여권 내부에서 권력의 이름으로 국정원 특활비에 손대려는 시도가 나올 수 있다. 대통령이 앞장서 국정원 예산 개혁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과거 정권마다 반복돼 온 구태가 되풀이되지 않게끔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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