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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물렁물렁 … 포항 지진 액상화 첫 확인

중앙일보 2017.11.20 01:40 종합 1면 지면보기
19일 포항시 흥해읍 망천리 인근 논에 액상화 현상으로 모래 분출구가 형성돼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19일 포항시 흥해읍 망천리 인근 논에 액상화 현상으로 모래 분출구가 형성돼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19일 오후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곡강천 인근의 드넓은 들판.
 
지난 15일 규모 5.4 강진의 진앙 부근인 이곳에서 기상청 지진화산연구과 박순천 연구관 등이 논에서 무인기(드론)를 띄워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다. 박 연구관은 “모래와 진흙, 작은 자갈이 솟아오르는 등 액상화 흔적이 뚜렷하게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현장을 둘러본 경재복 한국교원대 교수도 “지반 조건에 따라서는 진앙에서 5㎞ 떨어진 곳까지 100여 곳에서 액상화 흔적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액상화(Liquefaction)는 지진으로 지하수와 토양 모래층이 뒤섞이면서 진흙탕처럼 물렁물렁해지는 현상으로, 액상화가 일어나면 지반이 약해져 건물 붕괴 등 피해가 훨씬 심해진다. 포항 일대에서 국내 최초로 액상화 현상이 확인되면서 19일 행정안전부 활성단층조사팀과 기상청 등이 굴착·시추작업을 통해 지하 단면을 조사하는 등 액상화 규모 등에 대한 정밀조사에 착수했다. 외국에서도 190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지진, 64년 일본 니가타 지진, 85년 멕시코 멕시코시티 지진에서 액상화 현상이 확인됐다. 특히 76년 24만여 명이 사망한 중국의 탕산(唐山) 대지진 역시 액상화 탓에 피해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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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학자인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는 “액상화 현상은 강·호수·해안 등 퇴적층이 있는 곳에 강한 지진이 일어나면 보편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진동이 커지면 압력에 의해 공극(지층의 빈 공간)을 채우고 있던 지하수가 분출되면서 토양과 섞이고, 결국 토양층의 강도가 약해져 흐물흐물해지게 된다”고 말했다.
 
국내 다른 지역에서도 액상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 땅 직접 파서 액상화 정밀조사

 
서경대 도시환경시스템공학과 최재순 교수팀은 지난해 9월 공개한 액상화 위험도 분석 자료에서 경남 양산에서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한 상황을 가정했을 때 부산뿐 아니라 서울 등 수도권에서도 액상화 위험이 확인됐다고 밝하기도 했다.
 
경 교수는 “지진 압력으로 지하에서 모래나 지하수가 분출된 뒤에는 분출된 두께만큼 다시 지반 침하가 일어나는데, 지반이 다시 다져질 때까지는 건물 붕괴 등 위험이 따른다”고 말했다. 지반이 다시 다져질 때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게 된다.
 
전문가들은 퇴적층이 발달한 강변이나 해안 지역, 특히 인위적으로 매립한 곳에서는 액상화 현상에 대비해 땅속 깊은 곳 암반까지 파일을 박는 등 내진 설계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강이나 바다로부터 지하로 물이 침투하는 것을 막는 제방을 쌓을 필요도 있다.
 
한편 과거 17세기 한반도에서도 액상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사건이 있었다. 승정원일기에는 조선 인조 21년인 1643년 7월 “울산에서 지진이 발생했는데, 마른 논에서 물이 샘처럼 솟았고, 물이 솟아난 곳에 흰모래가 나와 1~2말이 쌓였다”고 기록돼 있다.
 
◆정부, 이재민에 임대주택 무료 제공=정부는 지진 피해를 본 이재민의 주거 지원을 위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국민임대 160가구를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손병석 국토교통부 차관은 19일 “지진 피해자에게 임대보증금을 받지 않고 임대료도 50% 감면할 계획”이라며 “나머지 50%의 임대료도 경상북도와 포항시가 추가 지원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포항=송우영 기자
안장원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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