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체제에서 산다는 것은 원하지 않더라도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의미다. 사실 자리나 기회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평등을 외치는 공산주의 체제에서도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승자가 될 수도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승자의 위치에 선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이들이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승리한 1등이 주목을 받고 나머지는 아웃사이더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법칙은 군사분야에서 더욱 철저하게 적용된다. 패하면 은메달이라도 딸 수 있는 운동 경기와 달리 전쟁에서 이기지 못하였다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을 뜻하므로 세상사 어느 분야보다 1등이 되기를 가장 원한다. 특히 좋은 성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는 무기의 세계에서 그렇지 못한 존재는 머지않아 사라져야 할 대상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동차의 경우 구식이라도 운행에 문제가 없다면 목적지에 갈 수는 있지만 무기의 경우는 차원이 다르다. 양보다 질에 의해 승패를 갈리는 현대전에서 상대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무기를 들고 싸워서 이기기는 상당히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승리를 위해 좋은 무기가 당연히 필요하다. 따라서 단지 작동에 문제가 없더라도 성능이 뒤쳐진다면 무기는 퇴출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JSF 사업에서 X-35(현 F-35)에 패한 X-32. 지금은 박물관에서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wikipedia]](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1/19/htm_20171119205254599894.jpg)
JSF 사업에서 X-35(현 F-35)에 패한 X-32. 지금은 박물관에서나 모습을 볼 수 있다. [사진 wikipedia]
그냥 사라지기 아쉬운 것
예를 들면 ATF(고등전술전투기)의 후보였던 YF-23이나 JSF(통합타격기)에 도전한 X-32는 시대를 선도할 만큼 뛰어난 성능을 자랑하였으나 자신보다 좀 더 뛰어난 경쟁자로 인해 고배를 마셨다. 경합전에서 승리한 F-22나 F-35와 달리 이들은 피워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하고 이제는 단지 박물관에 놓여있을 뿐이다. 출발은 같았지만 결과는 이처럼 너무나 판이하다.
그런데 쉬운 일은 아니지만 패배자도 멋있게 부활한 경우가 있다. 1970년대 초에 실시된 미 공군의 LWF(경량 전투기) 프로그램에서 YF-16(현 F-16)에게 밀려났지만, 해군의 다목적 전술기인 F/A-18로 환골탈태하는데 성공한 YF-17 코브라(Cobra)가 대표적 사례다. 사실 LWF에서 YF-17이 현격한 성능의 차이 때문에 YF-16과의 경쟁에서 패한 것은 아니었다. 평가자들도 아쉬워했을 만큼 성능으로는 우열을 가릴 수 없었을 정도였다.
![LWF 사업 당시 경쟁을 벌인 YF-16과 YF-17. 경쟁에서 패해 사라질 뻔한 YF-17은 미 해군의 F/A-18 전투기의 베이스가 되면서 부활했다. [사진 wikipedia]](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11/19/htm_20171119205343602636.jpg)
LWF 사업 당시 경쟁을 벌인 YF-16과 YF-17. 경쟁에서 패해 사라질 뻔한 YF-17은 미 해군의 F/A-18 전투기의 베이스가 되면서 부활했다. [사진 wikipedia]
1등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뿌린 노력만으로도 대접받을 자격이 있다. 하지만 1등이 되지 못하거나 1등이 되었어도 여러 이유로 말미암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경우는 흔하다. 외풍의 영향을 많이 받는 국내 방산 분야에서도 그런 사례가 흔하다. 하지만 YF-17의 사례에서 보듯이 획득한 기술력이 나중에라도 빛을 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좌절하지 않고 계속 노력해 주기를 바란다.
남도현 군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