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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 롱패딩 열풍…'등골 브레이커' 계보 잇나

중앙일보 2017.11.19 17:22
평창 롱패딩을 입은 모습.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평창 롱패딩을 입은 모습.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의류업계가 앞다퉈 ‘롱패딩(무릎까지 내려오는 다운 소재의 재킷)’ 완판을 알리며 판촉에 열을 올리고 있다. 급기야 백화점에 경찰이 출동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난 18일 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에 ‘평창 롱패딩’이 재입고된다는 소식에 새벽 4시30분부터 줄을 섰고, 개점 1시간 반만에 물량이 동나자 몸싸움까지 벌어진 것이다. 
 

18일 롯데백화점 '팽창 롱패딩' 경찰 출동
의류업계 앞다튀 '롱패딩 완판' 행렬 이면엔
"강남 한 반 30명에 28명 갖고 있어"
노스페이스 헤비다운 이어 '등골 브레이커' 될라

롯데백화점에서 평창올림픽 기념품 중 하나로 판매하는 ‘평창 롱다운’은 14만9000원으로 보통 30만원대인 유명 아웃도어·스포츠 브랜드 제품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품절대란 '평창 롱패딩'   (서울=연합뉴스) 큰 인기를 끌며 완판되고 있는 평창 공식 라이선스 상품 '구스롱다운점퍼' 제품 이미지. 2017.11.16 [평창 공식 온라인스토어 캡처=연합뉴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품절대란 '평창 롱패딩' (서울=연합뉴스) 큰 인기를 끌며 완판되고 있는 평창 공식 라이선스 상품 '구스롱다운점퍼' 제품 이미지. 2017.11.16 [평창 공식 온라인스토어 캡처=연합뉴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롯데백화점 관계자는“당초 22일부터 나머지 7000장을 판매할 예정이었지만 안전 사고 문제가 있어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당분간 판매를 중단한다”며 “물량 추가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롱패딩’ 열풍의 진원지는 중·고등학교다. 교복 위에 입는 외투 대용으로 유행하면서 롱패딩이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서울 강남의 A중학교 한 반을 조사한 결과 30명 중 28명이 롱패딩을 갖고 있었다. 강남 소재 중학생을 둔 학부모 김모씨는 “지난해부터 엄마들끼리 만나면 어떤 브랜드가 좋은 지 롱패딩이 화제가 됐다”며 “몽클레어 등 비싼 브랜드는 학교갈 때 입기가 뭐해 따로 국산 브랜드를 구매하는 엄마들도 꽤 있다”고 말했다.
 
브랜드의 판촉도 중고생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한 스포츠브랜드 영업부장 A씨는 “A급 모델이 광고로 등장하는 39만원, 49만원 제품 위주로 완판됐다”며 “TV 오락프로그램을 비롯해 ‘아이돌 공항 패션’ 등에 자주 노출된 점이 판촉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교복이 아니지만 교복처럼 입게 되면서 롱패딩이 ‘등골 브레이커’의 계보를 잇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부모의 등골을 깬다는 의미의 ‘등골브레이커’는 앞서 헤비다운·고어텍스 재킷 등이 있었다. 특히 3~4년 전 유행한 노스페이스 헤비다운(우모 함량이 높은 기능성 다운 재킷)은 기능성과 가격에 따라 계급 설정하면서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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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은평구 한 중학교에 근무하는 교사 B씨는 “강남보다 유행이 늦어서 그런 지 한반에 5명쯤 입고 다닌다”면서도 “예전만큼은 아직 아니지만 과열 움직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유행하는 옷이 없는 학생들은 친구에게 ‘빌려입자’고 하면서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롱패딩 직전에는 외국 브랜드인 ‘캐나다구스’와 ‘노비스’ 등 이른바 ‘야상형’ 재킷이 유행을 탔다. 이들 재품은 100만원이 훌쩍 넘는 가격에도 완판 행렬을 이어가 ‘짝퉁 캐나다구스’ 제품이 등장하기도 했다. 아웃도어업계 관계자 C씨는 “3년 주기로 이런 트렌드가 오고 있다”며 “고어텍스 재킷, 경량다운, 헤비다운, 야상형에 이어 이번엔 롱패딩이 대세”라고 말했다.  
 
아웃도어·스포츠 브랜드들이 롱패딩 마케팅에 사활을 건 것도 열풍에 기여하고 있다. 다운(거위·오리털 소재 재킷)은 아웃도어 브랜드의 명운이 걸린 제품군이다. 이 제품군이 연 매출의 40%를 차지하기 때문에 죽기 살기 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아웃도어 열풍이 꺾이고 패딩도 유행이 지나면서 대세로 떠오른 롱다운에 모든 것을 거는 분위기다. 
 
아웃도어·스포츠용품 업계는 올 겨울 다운재킷이 1000만장 이상 공급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중 롱패딩 제품 비중은 20~30%로 200만~300만 장으로 추정된다. 평균 가격대를 20~30만원으로 계산할 때 다운재킷 시장은 약 2조원, 롱다운 시장은 5000억원 규모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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