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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은 백자, 안은 개방 공간… “일하는 방식과 생각 바꾸자”

중앙선데이 2017.11.19 02:16 558호 20면 지면보기
[BUSINESS] 소통 콘셉트의 아모레퍼시픽 용산 신사옥
아모레퍼시픽 용산 신사옥에는 건물 5층과 11층, 17층에 5~6개 층을 비워내고 녹지를 조성한 옥상정원 ‘루프 가든’이 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아모레퍼시픽 용산 신사옥에는 건물 5층과 11층, 17층에 5~6개 층을 비워내고 녹지를 조성한 옥상정원 ‘루프 가든’이 있다. [사진 아모레퍼시픽]

최근 서울 용산 부근을 지난 운전자라면 하얀 빛깔의 정육면체 건물에 시선을 빼앗긴 경험이 있을 것이다. 중간중간 여백을 둔 건물 앞면에는 산책이 가능한 옥상 정원이 눈에 띈다. 이달 20일부터 직원들이 입주하는 아모레퍼시픽의 용산 신사옥이다. 영국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한국의 백자에서 영감을 얻어 설계한 작품이다. 아모레퍼시픽은 1958년 첫 사옥을 지은 자리에 1976년 두 번째 사옥을, 올해 세 번째 사옥을 다시 짓는 진기록을 세웠다.

사무실 칸막이 없애 자유롭게 토론
옥상형 정원, 미술관 등도 마련
실리콘밸리선 2000년대부터 도입
사옥 내 숲속에서 휴식·운동까지

 
지역사회와의 조화까지 염두에 두고 건설
회사를 상징하는 녹색으로 디자인된 네이버 본사. [사진 네이버]

회사를 상징하는 녹색으로 디자인된 네이버 본사. [사진 네이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지난 13일 “사옥을 옮기는 것은 단순한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일하는 방식과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용산 신사옥은 지하 7층~지상 22층, 연면적 18만8902(약 5만7150평) 규모로 최대 7000명이 함께 근무할 수 있다. 특히 사무공간(6~21층)은 전부 열린 공간으로 꾸몄다. 칸막이 없는 책상에서 서로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임직원들이 언제나 재충전(리프레시)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건물 전면을 뚫고 만든 옥상형 정원 ‘루프 가든’이 대표적이다. 5층과 11층, 17층에 5~6개 층을 비워내고 녹지를 조성했다. 임직원들은 이곳에서 자연과 가깝게 호흡하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편안하게 소통하고 휴식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약 800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직원식당·카페, 최대 130명이 들어갈 수 있는 피트니스센터도 만들었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진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지상 1층과 지하 1층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미술관은 전통과 현대를 조화시킨 새로운 형태의 전시·기획전을 개최할 예정이다. 외부 고객을 위한 약 30개의 접견실(6~110명 규모)과 고객연구공간, 아모레퍼시픽 계열 전 브랜드를 체험할 수 있는 매장도 설치한다. 사원복지를 위해 2층에는 약 9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사내 어린이집(약 269평 규모)도 마련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신사옥을 관통하는 콘셉트는 연결(Connectivity)”이라고 강조했다. 자연과 지역, 회사와 고객, 임직원 사이에 자연스러운 교감과 소통이 이뤄지도록 설계했다는 의미다. 권성혜 과장은 “30층 높이까지 지을 수 있었지만 서울역에서 한강대교로 이어지는 한강대로변 공간과의 조화를 위해 스스로 22층으로 낮췄다”고 설명했다.
 
네이버·카카오도 개방형 사옥으로 꼽혀
이 같은 개방적인 오피스 환경은 사실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2000년대 들어 도입한 개념이다. 전 세계 시가총액 ‘톱 5’에 들 정도로 성장한 애플·구글·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페이스북의 본사 내부를 들여다보면 칸막이가 없다. 언제든지 사원과 프로젝트 책임자(PM), 담당 임원이 의사소통할 수 있는 구조다. 층층이 파티션이 따로 쳐져 있는 딱딱한 한국식 업무 환경과는 다르다. 미술관을 방불케 하는 작품이 걸리기도 한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사옥에 걸 벽화에만 377만 달러를 썼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마운트뷰에 위치한 구글의 본사 ‘구글플렉스’는 이른바 개발자의 천국으로 불린다. 회사의 모든 시설이 직원들의 생활 패턴에 맞춰 설계·운영되기 때문이다. 2~3층짜리 저층 건물로 구성된 구글플렉스 밖에는 야외탁자와 울창한 나무와 산책로가 있다. 하루에 3번 무료로 음식이 제공되며, 언제든 간식을 먹으며 일을 할 수 있다. 또 수영장과 오락실·마사지실에서 직원들이 쉴 수도 있다. 2020년 완공을 목표로 새너제이에 짓는 구글 신사옥은 레고블록처럼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쉽게 사무실 구조를 변경할 수 있게 설계됐다.
 
애플파크 내부 모습.[연합뉴스]

애플파크 내부 모습.[연합뉴스]

애플이 올 4월 입주를 시작한 신사옥 이름은 아예 ‘애플 파크’다. 창업주 고 스티브 잡스가 생전 직접 추진한 프로젝트로 대형 우주선 형상을 띤 원통 모양으로 설계됐다. 중앙부는 사무실이 아니라 나무 9000그루가 자라고 있는 공원이다. 직원들이 걷거나 달릴 수 있는 3.2㎞의 산책로와 과수원·연못도 함께 자리를 잡았다. 페이스북의 본사 역시 화려하지는 않지만 실용적인 건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칸막이 없이 전체가 하나로 뻥 뚫린 거대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2010년 완공된 네이버의 분당 본사 ‘그린팩토리’와 카카오의 제주도 사옥 ‘스페이스닷원’이 대표적인 실리콘밸리 형 오피스로 꼽힌다. 그린팩토리는 1·2층은 도서관으로 책장과 책상, 의자까지 모두 원목(原木)으로 꾸몄다. 층마다 설치된 ‘조식 자판기’는 동전이나 지폐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 프로그래머 이두희씨는 “밤을 새워 코딩하는 일이 잦은 개발자들에게는 회사가 곧 생활공간이 될 수밖에 없다”며 “산업 전체적으로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많아지는 만큼 기업 문화도 이를 반영해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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