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러브, 어게인’
감독: 핼리 메이어스-샤이어
출연: 리즈 위더스푼 피코 알렉산더 냇 울프
등급: 12세 관람가
감독의 이름을 알면 영화를 예측하기 쉬워진다. 올해로 서른 살인 헬리 마이어스-샤이어 감독은 ‘나를 책임져, 알피’(2004) 등을 만든 영화감독 찰스 샤이어와 ‘왓 위민 원트(2000)’, ‘인턴(2015)’ 등을 연출한 낸시 마이어스 감독 부부의 딸이다. 밝고 씩씩한 여성 주인공의 유쾌한 성장기라는 점에서 어머니 마이어스 감독의 흔적이 느껴진다. 실제 이번 영화에 제작자로 참여한 마이어스 감독은 “나의 역할은 감독이 조언을 필요로 할 때 살짝 힌트를 주는 것 뿐이었다”며 “촬영 현장에서 딸의 성장을 시켜보는 건 떨리면서도 감격스러운 일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매끈하게 흘러가 조금 식상하기도 한 이야기를 꽉 잡아 주는 것은 배우 리더 위더스푼이다. 실제로도 40대에 접어든 세 아이의 엄마인 그는 주름도 늘고 살도 붙었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운 생동감을 잃지 않는다. 영화는 앨리스의 특별한 선택을 보여주며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몇 살이든, 어떤 삶을 살아왔든 아직 늦지 않았다고.
영화 중간, 어린 연인에게 헤어짐을 고하며 앨리스가 하는 말이 있다. “넌 너 자신이 어른인 것 같겠지. 하지만 스물 일곱이 뭘 알겠어?”, “내 말대로 하는 게 좋아. 왜냐면 내가 잘 아니까(Because I Know This).” 하지만 속속들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길에서도 예상 못한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는 것, 어쩌면 위험하다고 여겼던 길에 뜻밖의 행운과 기쁨이 숨겨져 있을 지도 모른다는 것.
그러니 나만의 공식에서 벗어나 무엇이든 새롭게 시작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영화는 곧 한 살을 더 먹게 될 우리의 등을 슬쩍 떠민다. ●
글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사진 이수 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