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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난화로 산악 빙하 다 녹으면 물 공급 끊겨 끔찍한 재앙

중앙선데이 2017.11.19 01:11 558호 27면 지면보기
[기후변화 리포트] 생존 위협하는 물 부족
기후변화로 집중호우가 많아졌지만 수자원 활용도가 낮아 우리나라는 여전히 물 부족 국가다. [중앙포토]

기후변화로 집중호우가 많아졌지만 수자원 활용도가 낮아 우리나라는 여전히 물 부족 국가다. [중앙포토]

생명 발생 이후, 대략 33억 년 동안 생명체는 오로지 바다에만 머물렀다. 4억7000만 년 전에야 다세포 생물이 육지로 올라왔지만, 여전히 바다와 육지를 오가는 물 순환과 연결되어 있었다. 육상 생명체는 ‘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가 생존조건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육상으로 진출한 양서류는 물과 뭍, 양쪽에서 산다. 수분이 증발하지 않는 껍질을 가진 알을 낳는 양막류에 이르러서야 육상에 완벽하게 적응했다. 이어 등장한 인류는 관개 시설, 댐과 상하수도라는 엄청난 구조물까지 만들어 물을 확보했다.
 

민물은 지구상 물의 2.5%뿐
69%는 빙하, 호수·강에 0.3%

기온 올라 해양 증발량 증가
집중호우·가뭄·토양침식 빈발

우리나라 물 부족 체감 못하는 건
많은 양의 식량 수입하기 때문

라이벌 어원은 강 뜻하는 리부스
10억 명 물 부족, 분쟁 위험 증가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물을 파악하려면 전 지구적인 물 저장소의 배분을 알아야 한다. 지구가 농구공 크기라면 지상의 모든 물은 탁구공 크기에 해당한다. 지구의 약 70%가 물로 덮여 있지만, 이 물의 97.5%는 짜서 마실 수 없다. 단지 2.5%만이 민물이며, 그중 68.9%가 빙하에 갇혀 있고 30.9%는 지하에 묻혀 있다. 약 0.3%만이 호수와 강에 각각 머물고 흐르며 약 0.05%는 대기가 머금고 있다. 오늘날 인류는 이용 가능한 담수의 절반 이상을 이미 사용하고 있으며 이것은 전 지구 물의 약 0.01%이다.
 
 
기록적 집중호우 주기 5년으로 짧아져
물은 시시각각 움직인다. 즉, 구름은 모였다가 흩어지고 강물은 흐르고, 해양은 느리게 선회한다. 물은 하늘, 땅과 바다에 있는 저장소를 계속해서 옮겨 다니며 순환한다. 바다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바다로 되돌아오는 물 순환은 대략 일주일이 걸린다. 기후변화는 전 지구 규모로 물 저장소와 순환에 변화를 일으킨다. 이것은 생태계를 풍요롭게 하고 곡식을 자라게 하고 문명을 지속시키는 물 공급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구 온난화는 전 지구적으로 해양 증발량이 많아져 강수량을 증가시키지만, 그보다 더 큰 영향은 대기와 해양 간의 물 순환을 더욱 빠르게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일정하게 내리는 비는 줄어들고 집중호우는 많아진다. 집중호우가 내리면 하천 유출량이 커져, 물을 저장하고 사용할 수 있는 효율이 낮아지고 경작지의 토양침식이 커진다.
 
반면, 공기가 하강하는 지역인 건조 지역에서는 더욱 건조해져 가뭄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2012년에 발간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특별보고서에서 20년에 한 번 발생하는 기록적인 집중호우와 가뭄이 각각 5년과 2~5년마다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산악 빙하와 아시아 몬순의 변화는 인류에게 큰 고통을 줄 수 있다. 세계 인구의 25%는 물을 산악 빙하에서 얻고 있다. 겨울철 내린 눈이 빙하로 있다가 여름철에 녹아 흘러 곡식을 자라게 한다. 온난화는 산악 빙하를 녹여 단기적으로 물 공급을 증가시키지만, 이 빙하가 다 녹아 버리면 물 공급이 끊기게 된다. 매년 약 100일 동안 몬순에 의한 비가 아시아 전역에 내린다. 이 비로 세계 인구의 절반을 부양하는 식량을 재배한다. 몬순의 강도와 위치가 변화되면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유지됐던 아시아 식량 생산에 파국이 일어날 수 있다.
 
20세기가 석유 분쟁의 시대였다면 21세기는 물 분쟁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세계은행이 전망했다. 석유는 신재생에너지로 대체될 수 있지만, 물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으니 더 심각한 셈이다. 전 세계 물 수요는 앞으로 14년 안에 55%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수자원은 필요량의 60%만 충족시킬 수 있다. 2015년 발간된 유엔 보고서에서는 이 격차를 해결하지 않으면 “세계는 더 심각한 물 부족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 세계 약 10억 명이 물 부족 상태에 있다고 IPCC 특별보고서는 추산한다. 물 부족은 분쟁의 위험을 증가시킨다. 영어로 경쟁자를 뜻하는 라이벌(rival)이란 단어가 강을 뜻하는 리부스(rivus)에서 유래될 정도로 경쟁은 제한된 물 사용을 둘러싼 싸움에서 시작되었다. 목마름과 배고픔 앞에서 사람들은 살아남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한다. 필사적으로 싸우거나 국경을 넘게 된다. 최근 들어 가뭄이 발생한 수단과 시리아에서 이미 이런 일이 일어났다.
 
이제 우리나라에서 물의 변화를 살펴보자. 강수량은 지난 100년간 약 19% 증가했다. 여름철 집중호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IPCC 5차 보고서에 참여한 16개 기후변화예측모델은 앞으로 100년 동안 우리나라 강수량이 7~1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물 걱정을 안 해도 되는 걸까?
 
최근 국립기상과학원에서 수행한 우리나라 미래 물 순환 연구에서 하천 유출량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강수량이 증가해도 사용 가능한 수자원 효과가 미비하고 오히려 홍수 발생 가능성이 커짐을 의미한다. 반면, 지상 기온 상승으로 지표 증발량이 많아져 지표 토양은 더욱 건조해져, 밭작물의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즉, 하천에선 홍수 위험이 커지고 밭 지역은 가뭄 위험이 커지는 상반된 극한 현상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연평균 강수량이 전 세계 평균보다 훨씬 많아도 인구가 많아 물 부족 국가다. 그런데도 물 부족을 심각하게 체감하지 못하는 것은 많은 양의 식량을 수입하기 때문이다. 농축산물의 생산·유통·소비·폐기 과정에 간접적으로 들어가는 물, 즉 ‘가상수’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식량 무역을 통해 전 세계 각 나라를 이동한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식량 생산을 위해 외국에서 사용한 가상수는 국내 농업용수보다 2배 이상 더 많다.
 
이는 우리가 배고프지 않으려고 우리나라의 물뿐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물에 더욱 의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물 위기는 다른 나라의 물 부족으로부터 발생하여 ‘목마름이 아니라 배고픔’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가 식량을 수입하는 곳의 수자원도 감시하고 대응해야 한다. 우리가 먼저 위험에 대응하지 않으면 위험이 우리를 먼저 찾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수입 식량의 가상수, 국내 농업용수의 2배
국가별 물 상태를 물 풍족, 물 부족과 물 기근으로 국제인구행동연구소에서 구분하였다. 이 분류는 실제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강우량, 국토면적, 인구수로 계산한 수치일 뿐이다. 물 기근 국가인 이스라엘은 농산물 수출국이지만, 아프리카 물 풍족 국가에서도 많은 사람이 물 부족으로 고통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는 물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다시 말해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다면, 부족한 것은 물의 양이 아니라 물의 관리이다.
 
물 부족에 대해 전혀 대응하지 않는 것과 효과적인 물 정책을 수행하는 두 가지 경우, 2050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세계은행에서 분석했다. 동아시아(한국, 중국, 일본)에서 물 부족에 대응하지 않을 경우 국내총생산(GDP)이 6%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효율적인 물 정책을 수행하면 GDP가 오히려 2%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물 부족에 대응하려면, 물 사용을 최적화하고 물 공급을 확대하고 극한기후의 영향을 줄이기 위한 정책을 수행해야 한다고 세계은행 보고서는 제시했다.
 
담수는 깨끗한 물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체와 문명이 남긴 온갖 더러운 것을 씻어 내려 강을 통해 바다로 가져가는 청소부의 역할도 한다. 앞으로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으로 더 많은 양의 물의 사용과 함께 수질오염이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여기에 지구 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해 녹조와 적조가 많이 늘어난다. 이처럼 물 소비와 오염 속도가 점점 빨라지면서, 물 순환에서 사용된 만큼 보충되는 속도 격차가 갈수록 커진다. 따라서 물의 수요와 수질에 대해 관리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물은 모든 생명체가 의존하고 있는 모든 물질 체계를 순환시키고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물 흐름은 물질 현상에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인류는 수많은 사회문화적 배경에서 물을 숭배하고 사랑하고 두려워했으며 물로 연결되고 물 때문에 갈등을 해왔다. 이제 우리는 물과 식량의 안정적 공급이 점점 더 위협받게 되는 기후변화 시대를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물을 통해 연결된 지구 생태계와 문명이 지속할 수 있도록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한국은 상품 생산에 사용된 可相水 수입 5위국
영국 런던대학의 앨런(Allan) 교수가 창안한 개념인 가상수(假想水 , Virtual Water)는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사용된 물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밀 1㎏을 생산하기 위해 물 1500L, 쌀 1㎏에 3400L와 쇠고기 1㎏에 1만5000L가 사용된다. 수입된 농축산물량에 가상수를 곱하면 외국에서 수입된 물의 양이 산출된다.
 
국토교통부 보고서에 따르면 농산물의 경우 1992~2007년 가상수의 연평균 수입량이 288억t으로 수출량 17억t과 비교해 271억t이 더 많았다. 이는 국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농업용 물 소비량 125억t보다 더 많은 양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이탈리아·영국·독일에 이어 세계 5위의 가상수 순수입국이다. 즉, 우리의 생존은 이미 다른 나라의 물에 달려 있다.
 
 
조천호 국립기상과학원(책임운영기관) 원장
연세대 대기과학 박사. 국립기상연구소 지구대기감시센터장, 지구환경시스템연구과장, 기후연구과장 역임. 미국 지구시스템과학원 지구대기감시연구소 탄소순환연구실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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