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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와 최저임금이 소비 지출에 도움될 것

중앙선데이 2017.11.19 01:10 558호 19면 지면보기
여전히 기회 많은 한국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일러스트=강일구 ilgook@hanmail.net

한반도의 긴장 고조로 한국이 어려움과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긴 하지만 현재로서는 투자를 기피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투자기회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 방문을 통해서 이러한 기회를 점검해 봤다.

부산 해운대 개발, 거제 조선소 등
방문한 곳마다 활력 느낄 수 있어
무역이 생존에 중요한 한국 기업
기술력·브랜드 갖추는 데 힘 쏟아

 
먼저 한반도 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부산을 찾았다. 부산에 오면 유명한 해운대 해변 인근 호텔에 투숙하곤 한다. 최근 몇 년간 해운대를 중심으로 한 부산 지역에는 건축 붐이 일고 있다. 여름 휴양지에서 현대식 초고층 아파트와 전망 좋은 호텔을 갖춘 전천후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해운대 해변에는 최고층이 지상 100층, 높이 411m에 달하는 대규모 리조트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호텔과 쇼핑몰, 고급 아파트를 갖춘 복합건물로 높이 381m인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견줄 만하다. 이 프로젝트는 부산에서 추진되고 있는 여러 대형 프로젝트 중 하나에 불과하다.
 
이런 개발과 발전이 경제적인 혜택을 유발하기는 하지만 모든 사람이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근처 식당 주인은 높은 빌딩들이 너무 많은 열기를 내뿜고 있다고 불평했다. 실제로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주변을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리조트 개발 과정에는 부패 스캔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지역은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이다. 해변 산책로를 걷다 보면 거리 공연과 마술사, 점술사, 유명 가수를 닮은 꼭두각시 인형들을 민첩하게 다루는 사람 등 즐길 거리가 많다.
 
첫 번째로 방문한 기업은 대형 조선소였다. 조선소로 가는 중에 한국 기업들이 인프라 건설에서 세계 수준의 명성을 얻게 된 이유를 알게 됐다. 부산과 거제를 잇는 고속도로는 바다 위를 달리는 아름다운 케이블 다리와 은빛 수중터널을 갖춘 장관이었다. 고속도로 건설에 상당한 기술적 어려움이 있었다. 각각 230m가 넘는 두 개의 케이블 지지 교각을 세워야 했고, 3.7㎞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깊은 수중 터널도 만들어야 했다. 이전에 거제까지 가려면 바다를 건너야 했는데, 이 고속도로 개통으로 시간이 40분으로 단축됐다. 매년 교통비용으로 3억 달러를 절감하고 수십억 달러의 경제적 생산 유발 효과도 얻게 됐다.
 
거제 조선소, 쇄빙 선박으로 재기 노려
조선소에 도착해 쇄빙 LNG선 건조 현장을 둘러봤다. 작업 중인 LNG 탱크 안에서 많은 노동자들이 프랑스에서 수입한 스테인레스 강철로 극한의 기후에도 변형되지 않는 특별한 형태의 패널을 부착하고 있었다. 회사 임원은 고객들이 쇄빙 LNG선 이외에도 북극해를 횡단할 수 있는 기준을 충족하는 벌크선·유조선·컨테이너선을 주문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 은행의 재정지원을 받고 있는 중국 조선업체들과 경쟁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쇄빙 LNG선을 수주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조선소를 포함해 한국의 조선업체들은 선박건조 수요 둔화와 중국과의 경쟁 때문에 힘든 시기를 보냈다. 재정적인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경영진의 인내와 노동자들의 헌신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고, 대형 조선소를 둘러보면서 활기를 느낄 수 있었다.
 
거제도 조선소에 이어 근처의 자동차 제조업체도 찾았다. 전기차 생산 노력뿐 아니라 수소차 대량생산에 힘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흥미로웠다. 수소차의 경우 운행거리가 전기차보다 훨씬 길고 더 빨리 충전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생산비용이 훨씬 많이 든다.
 
다른 지역에 위치한 신설 타이어 공장을 방문했을 때 청결하고 자동화된 모습이 인상 깊었다. 타이어를 만드는 노동자를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단지 품질을 관리하고, 작업 대부분을 수행하는 로봇을 작동할 뿐이었다. 로봇으로 운행되는 카트가 타이어를 한 장소에서 다른 곳으로 옮겼다. 과거에는 타이어 제조사가 노동비용이 싼 국가로 공장을 이전했지만 이제는 우수한 자동화 설비를 갖춘 선진국으로 다시 복귀하고 있다는 한 임원의 언급이 흥미로웠다. 실제로 타이어 산업은 변화하고 있다. 미국이 중국산 타이어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고 원자재 가격이 인상되면서 많은 중국 타이어 제조사가 손실을 입고 파산하기까지 했다. 일부 업체는 중국 공장을 폐쇄하고 베트남이나 다른 이머징 국가로 이전하고 있지만, 로봇 기술로 인해 미국으로 옮겨가는 제조사도 생겨나고 있다.
 
유통·제약 등 글로벌 경쟁력 강화 나서
최근 완공된 현대적인 쇼핑몰도 들렀는데 활기찬 모습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기초연금과 아동수당을 늘리는 등 복지예산을 확대하고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한편 이로 인해 어려움에 직면한 소상공인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런 조치는 소비 지출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대출 기준이 강화됐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는 여전히 가파르다. 일부 지역에서는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는 조치가 시행됐다.
 
서울에서는 전 세계에 판매망을 갖춘 스포츠 브랜드 유통업체를 방문했다. 외부에 생산을 위탁하고 브랜드를 라이선스 판매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이 업체의 경우 모든 제품을 해외에서 생산한다. 이는 한국 기업들이 싼 제품을 제조하는 전략을 구사하기보다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브랜드 구축에 중점을 두는 추세의 한 예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기업의 글로벌한 특성이기도 하다.
 
한국의 제약사들은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과거 전자업체와 건설사들과 마찬가지로 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 한국에는 200개가 넘는 제약사가 있는데, 대부분 유명한 브랜드 약품에 대한 복제약을 생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가 신약 개발에 나서는 제약사를 지원하고 있으며, 방문했던 업체 중 한 곳은 다양한 신약 제품을 갖춘 해외 제약사를 인수하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이들은 최근 한국을 방문하면서 들렀던 다양한 산업과 기업의 일부에 불과하다. 기업 탐방을 통해 얻은 핵심적인 내용은 한국 기업의 생존에 무역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다. 중국은 한국 제품에 대한 수요와 기업 경쟁, 핵심적인 원자재 공급처 등 많은 부문에서 중요한 상대국이다. 기술 또한 많은 한국 기업을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였다. 공장에서 사용되는 로봇에서부터 디지털 사무실에서 활용되는 3D 스캐너와 프린터까지 신기술이 많은 부문에서 영향을 주고 있었다. 양질의 품질을 추구하는 노력으로 한국 기업들이 대표적인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었다는 것을 확인했다.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 이머징마켓 그룹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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