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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테러지원국 지정 안한 트럼프...북미 대화 신호? 남겨둔 카드?

중앙일보 2017.11.16 14:48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백악관에서 아시아순방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유튜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 백악관에서 아시아순방 성과를 설명하고 있다.[유튜브]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북핵 문제와 관련한 중대발표를 하면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전향적인 대화 제안도 없었다.
 
이날 발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기존의 대북 접근법을 다시 확인했다. 핵심은 ‘최고의 압박 작전’(campaign of maximum pressure)이다. 그는 한국 국회에서 한 연설 내용을 언급하며 중국과 러시아에게 북한과의 교역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평택 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했을 당시 한·미 군 수뇌부와 군사 옵션을 논의했다고도 소개했다.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획기적인 압박 방안이나 메시지는 나오지 않았다. 테러지원국 문제는 아예 언급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기간 동안 북한에 억류됐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을 수차례 직접 언급, 북한을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올리려는 의도라는 전망이 외교가에서는 지배적이었다. 외교가 소식통은 “국무부는 테러지원국 재지정을 위한 법률적 요건에 대한 검토도 모두 마무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만 기다리는 상태였다. 결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정하지 않는 쪽으로 결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결정에는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모색해보려는 국무부 기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북핵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조셉 윤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북한이 60일 동안 도발하지 않는다면 북·미 간에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17일까지 방한 중인 윤 대표는 14일 한국에 도착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계속 도발하지 않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북·미 협상을 위한 북한의 추가 신호가 필요하느냐는 질문에는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도 그들이 핵·미사일 실험을 한동안 중단하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에서 테러지원국 재지정 문제가 빠진 것은 북한의 도발 중단을 평가하며 미 측이 보내는 일종의 신호라는 분석도 그래서 나온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15일 하나금융투자 ‘2018 리서치 전망 포럼’ 기조강연에서 “미국이 압박을 유지하면서도 숨고르기 단계로 서서히 이동하는 조짐이 보인다”며 “미국과 북한이 접촉이나 대화를 신중하게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장 북·미 간 대화가 급물살을 타기에는 양 측의 입장차가 크다. 북한은 핵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핵보유국으로서 미국과 군축 협상을 하자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과의 모든 대화는 핵 폐기가 전제이자 최종적 목표라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발표에서 “우리는 북한을 비핵화시켜야 한다”고 명확히 했다.
 
미 국무부 한국과장을 역임한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은 “국무부가 대화 가능성을 언급하는 상황에서 일단 기다려보자는 취지로 이번 발표에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미 정부는 기본적으로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보여야 대화를 한다는 입장이라 이것만으로 북·미 대화가 시작되거나 트럼프 행정부가 유화책으로 돌아선다고 보기는 무리”라고 말했다. 또 “테러지원국 재지정은 지금 안 한 것 뿐이고, 여전히 살아있는 카드”라고 말했다.
 
유지혜·박유미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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