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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트렌드] 눈썹 문신과 피어싱, 예쁘지만 간(肝) 생각도 해야죠

중앙일보 2017.11.14 00:02 4면
눈썹 문신, 타투, 네일케어, 피어싱 …. ‘패피’(패션피플)라면 한번쯤 경험해 봤을 것이다. 멋과 개성을 얻기 위한 이 과정에는 공통점이 있다. 뾰족한 도구를 사용한다는 점, 출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해당 업소에서 도구를 재사용하거나 위생에 만전을 기하지 않으면 C형 간염 바이러스(HCV)가 체내에 침투할 수 있어 위험하다. C형 간염 바이러스는 혈액을 통해 체내 침투한 뒤 주로 간세포 내에 존재한다. 이 바이러스를 없애기 위해 몸에선 면역 반응을 보이는데, 그 결과 간세포가 파괴되면서 간에 염증을 일으킨다.
 

기자의 눈

하지만 ‘침묵의 장기’인 간은 문제가 생겨도 특별한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다. 병원에서 일부러 항체 검사를 받아 C형 간염으로 진단받기 전까지 C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자가 감염 여부를 알아내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2012~2014년 실시한 ‘국민 건강 영양 조사’를 통해 파악된 국내 C형 간염 환자는 약 3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중 진료를 받은 환자는 4만5000~7만 명에 불과하다. 최대 25만5000명은 C형 간염에 감염된 사실조차 모르고 지내는 셈이다.
 
C형 간염은 바이러스에 한 번 감염되면 70~80%가 만성간염으로 진행된다. 이 중 30~40%는 간경변증이나 간암이 발병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현재 자신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줄 모르는 ‘숨은 감염자’가 20~30년 뒤 심각한 간 질환으로 진행한 후에야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신도 모르게 남에게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어 집단감염 사태의 단초가 될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C형 간염을 미리 막을 백신이 없다는 것. 결국 ‘숨은 감염자’를 빨리 찾아내 치료하는 게 최선이다. 2015년 C형 간염을 조기 치료하면 90% 이상 완치에 가까운 치료 효과를 내는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 DAA가 등장했다. 이 약(경구제)이 개발되면서 세계보건기구(WHO)는 2030년까지 C형 간염을 박멸하겠다고 선포하기도 했다.
 
현재 개인이 병원에서 C형 간염 항체 검사를 받을 때 부담하는 비용은 2만~3만원 선이다. 비용 부담이 큰 편은 아니지만 C형 간염 검진에 대한 대국민 홍보가 부족해 검진 필요성조차 간과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정부가 C형 간염 검진을 국가 건강검진 항목에 넣는다면 ‘숨은 감염자’를 더 빨리, 더 많이 찾아내는 발판이 마련되지 않을까.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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