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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옷 입지 말고 작업실로 와 달라” 예술계 성폭력 실태 고발

중앙일보 2017.11.10 14:22
여성가족부는 지난 9일 문화예술계 성폭력 사건에 대응해 2차 피해를 방지하고 관계자들의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자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전국 해바라기센터 37개소와 성폭력상담소 104개소 등에 배포한다고 밝혔다.  

[사진 여가부 홈페이지 캡처]

[사진 여가부 홈페이지 캡처]

 
이는 최근 불거진 문화예술계 성폭력 사건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지난해부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중심으로 ‘#문단_내_성폭력’, ‘#영화계_내_성폭력’ 등 해시태그(#)를 활용한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고발 운동이 퍼지기도 했다.  
 
이와 함께 여가부는 10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017년 해바라기 학술‧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현황 및 개선방안 모색(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가 주제다.
 
여성예술인연대 소속 박은선 리슨투더시티 디렉터는 이날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이 같은 피해 사례를 포함한 문화·예술계 성폭력 실태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박 디렉터가 조선일보를 통해 밝힌 성폭력 사례는 다음과 같다. 유명 사진작가 A씨는 본인 작업실을 방문한 대학생 B씨(당시 21세)에게 “너는 여자애가 왜 이렇게 살갑지 못하냐” “너를 겁탈할 힘은 없으니, 나랑 해외여행 가자” “지금 지하 암실에 갈래?”라고 말하면서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추행했다. 다른 사진작가 C씨는 20대 초반 여대생에게 “내일 사진을 찍어야 하니, 속옷을 입지 말고 작업실로 와 달라”고 요구했다.
[사진 여가부]

[사진 여가부]

 
박 디렉터에 따르면 문화·예술계 성폭력 문제는 여느 분야와 다른 특수성이 있다. 프리랜서(자유 활동가)가 많은 특성상 성폭력 문제가 발생해도 조직이나 사회에서 제재가 어렵다. 또 경력과 인맥이 중요하기 때문에 부당한 일을 당해도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남성 예술가나 교수가 '예술가는 성적으로 자유로워야 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주입하면서 성행위를 강요하는 일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예술인의 67%가 월평균 수입이 100만원 미만(2015년 예술인 실태 조사)일 정도로 경제적 빈곤에 시달리는 점도 일자리를 빌미로 한 성폭력이 끊이지 않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문화예술계 사진분야의 성폭력 설문조사 결과 참여자 385명 중 320명의 피해자 가운데 ‘참고 넘어갔다’는 사람은 80.9%(259명)에 달했다. 신고하지 못한 이유로는 ‘문제를 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 ‘소문 평판에 대한 두려움’, ‘대처 방법을 잘 몰라서’, ‘불이익을 받을까 봐 두려워서’ 등을 꼽았다.
 
박난숙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은 “이번 가이드라인은 문화예술계 성폭력 특수성의 이해를 돕고 피해자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데 도움이 주기 위해 마련됐다”며 “성폭력피해 지원 전문가들이 문화예술계 내 성차별 구조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고 지원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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