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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비장의 ‘외교 무기’ 한류…퍼스트 레이디·도터 웃게 한 건

중앙일보 2017.11.10 13:16
K-팝과 드라마 등 한류 문화 상품이 한국의 ‘외교적 무기’가 되고 있다. [중앙포토, SM엔터테인먼트]

K-팝과 드라마 등 한류 문화 상품이 한국의 ‘외교적 무기’가 되고 있다. [중앙포토, SM엔터테인먼트]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인니 대통령궁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전날 결혼한 조코위 대통령의 장녀를 위해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민호가 결혼을 축하하는 동영상과 또 다른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서명이 담긴 CD를 선물했다. 정상회담 뒤 이어진 환영만찬에서 조코위 대통령은 “나도 오랜 한류 팬”이라며 딸을 위한 문 대통령의 선물에 감사를 표시했다.
 
이렇게 ‘퍼스트 도터(First Daughterㆍ대통령의 딸)’에게 선물해서 상대 정상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정도로 K-팝의 위상은 대단하다. 인니를 포함해 대부분의 동남아 국가에서 엑소와 방탄소년단 등이 콘서트를 열거나 공항을 통해 입ㆍ출국할 때면 소녀 팬이 운집하는 것만 봐도 문화적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인터뷰했던 싱가포르 유력 언론 ‘채널뉴스아시아(CNA)’는 배우 송혜교와 송중기의 결혼도 비중있게 보도했다. [CNA 홈페이지 캡처]

문재인 대통령을 인터뷰했던 싱가포르 유력 언론 ‘채널뉴스아시아(CNA)’는 배우 송혜교와 송중기의 결혼도 비중있게 보도했다. [CNA 홈페이지 캡처]

 
‘세기의 결혼식’으로 불린 지난달 31일 배우 송중기와 송혜교의 결혼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중국의 한 매체는 비공개 결혼식을 몰래 촬영하려 드론을 띄우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동남아시아로 순방을 떠나기에 앞서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던 싱가포르의 유력 언론 ‘채널뉴스아시아(CNA)’도 관련 소식을 비중있게 다뤘다. 일부 동남아 일간지에는 ‘송ㆍ송 커플’의 사진이 1면에 등장하기도 했다.
 
이제는 한국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담은 선물뿐 아니라 한류(韓流)와 연관된 선물이 정상 사이에서도 통할 정도의 ‘외교적 무기’가 됐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7일 서울 정동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열린 '걸스플레이2' 행사에서 샤이니 민호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7일 서울 정동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열린 '걸스플레이2' 행사에서 샤이니 민호를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7일 서울 정동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열린 '걸스플레이2' 행사에서 샤이니 민호와 함께 미소짓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7일 서울 정동 주한미국대사관저에서 열린 '걸스플레이2' 행사에서 샤이니 민호와 함께 미소짓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조코위 대통령의 딸 결혼을 축하해준 민호는 최근 한국을 다녀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도 기쁘게 해줬다. 방한 첫날이던 지난 7일 주한 미국대사관이 주최한 행사에 참석했던 멜라니아 여사는 한국 학생 80여 명 앞에서 “세계에 소녀들도 스포츠를 한다는 것을 상기시키자”며 평창겨울올림픽에 관해 연설을 했다.
 
그러던 중 민호가 행사장에 등장했고, 참석자들이 환호를 했다. 이를 본 멜라니아 여사는 반가움을 표시하며 환하게 웃었다. 평소 표정이 일관된 멜라니아 여사가 모처럼 활짝 웃자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고 ‘멜라니아 광대 승천’이라는 연관 검색어까지 등장했다. 멜라니아 여사에게 한국의 좋은 인상을 심어준 데 민호가 역할을 한 셈이다.
 
중국과 일본 등 한반도 주변 국가의 정상 부부에게 한류는 이미 한국의 대표 상품으로 통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는 2014년 7월 한국을 방문한 펑 여사는 시 주석이 박근혜 당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동안 창덕궁을 찾았다. 당시 인정전 내부를 돌아보던 펑 여서는 “(드라마) 대장금 안에 들어와 있는 것 같다”고 말해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또한 중국에서 인기를 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와 관련해 “남편(시 주석)이 별에서 온 그대였으면 좋겠다”고 농담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딸과 함께 남편의 젊은 사진을 보며 ‘별에서 온 그대’ 주인공 도민준과 똑같다는 생각을 했다”는 말도 했다. ‘별에서 온 그대의’에서 별에서 온 남자(도민준)는 배우 김수현의 역할이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젊은 시절 사진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 김수현(가운데). 2014년 중국 웨이보에서 인기를 끈 사진이다. [중앙포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젊은 시절 사진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 김수현(가운데). 2014년 중국 웨이보에서 인기를 끈 사진이다. [중앙포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2014년 7월 3일 서울 창덕궁 경내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가 2014년 7월 3일 서울 창덕궁 경내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는 잘 알려진 한류 팬이다. 지난 2월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선 “배우 박용하씨와 친했는데 돌아가셨을 때 정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한ㆍ일 관계가 경색됐을 때도 아키에 여사는 한국 관련 행사에 참석할 정도였고, 김치를 좋아해 집에 김치냉장고까지 갖추고 있다고 한다.
 
사실 한류의 성장세에 맞춰 한류 상품은 이미 외교적 카드로 활용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3년 6월 첫 중국 방문 때 베이징의 K-팝 공연장을 찾았다. 공연 전에 대기실로 찾아가 출연 가수들과 일일히 악수하고 격려를 했고, 공연을 보고 환호하는 중국팬을 보며 미소를 짓기도 했다. 2015년 4월 중남미 순방 때는 페루의 K-팝 동호회 회원 15명과 만남을 갖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내에 중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고, 일본에도 머지않아 방문할 예정이다. 방중ㆍ방일 때 ‘소프트 외교’의 일환으로 한류 관련 일정이나 상품이 또 다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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