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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촌 족발집서 용역 강제집행...건물주 ‘갑질’ vs 세입자 ‘을질’

중앙일보 2017.11.10 06:38
서울 서촌의 한 족발집 주인 김씨는 건물주가 부당하게 보증금과 임대료를 올리며 가게를 비우라고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김씨 측에서 시민들에게 나눠준 유인물. [연합뉴스]

서울 서촌의 한 족발집 주인 김씨는 건물주가 부당하게 보증금과 임대료를 올리며 가게를 비우라고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김씨 측에서 시민들에게 나눠준 유인물.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서촌의 한 식당에서 세입자의 퇴거를 위한 강제집행이 진행되던 중 식당 주인인 세입자가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온라인 세상에서는 사설 용역까지 동원한 건물주의 '갑질'이라는 의견과 명도소송에서 승소한 건물주의 정당한 권리에 반발하는 세입자의 '을질'이라는 주장이 충돌하고 있다.
 
사건은 9일 오후 5시쯤 발생했다. 건물 주인 이모씨는 사설 용역업체 직원을 동원해 족발집을 운영하는 김모씨의 가게를 비우기 위한 강제집행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세입자 김씨가 철제 조리대를 잡고 거세게 항의하다 왼손을 다쳤다.
 
김씨는 상의를 벗고 몸에 시너를 뿌리는 등 저항을 멈추지 않았다. 용역업체 직원 등 10여명은 결국 30분가량 강제집행을 시도하다 집행불능 결정을 내리고 철수했다.
 
족발집 사장 김씨 측에 따르면 자신이 오래 가게를 운영해온 건물에 새 주인이 들어서자 점포를 비우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 측은 "족발집을 2009년부터 운영해 왔는데 작년 초 이 건물을 48억원에 인수한 건물주가 갑자기 건물을 비우고 70억원에 (건물을) 내놓으려 한다"며 "점포를 비우게 하려고 일부러 임차료도 연체시켰다"고 주장했다.
 
건물주가 지난해 1월 김씨에게 건물을 재건축·리모델링 하겠다며 가게를 비우라고 요구하면서, 리모델링 후에는 보증금 3000만원을 1억원으로 올리고 임대료 월 297만원을 120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통보했다는 게 세입자 김씨의 주장이다.
 
또 김씨 측은 자산이 건물주의 가게를 비워달라는 요구에 불응하자 건물주가 최근 3개월간 월세를 낼 계좌를 알려주지 않는 방식으로 임차료를 받지 않았고, 이를 근거로 명도소송에서 승소해 강제집행을 시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서촌의 한 족발집 주인 김씨는 건물주가 부당하게 보증금과 임대료를 올리며 가게를 비우라고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김씨 측에서 시민들에게 나눠준 유인물. [연합뉴스]

서울 서촌의 한 족발집 주인 김씨는 건물주가 부당하게 보증금과 임대료를 올리며 가게를 비우라고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김씨 측에서 시민들에게 나눠준 유인물. [연합뉴스]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건물주가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하도록 규정 하고 있다. 세입자 보호를 위해서다. 그러나 '임대인이 재건축을 위해 건물 점유를 회복할 필요가 있는 경우'는 예외규정으로 두고 있다.
 
이날 사건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의 의견은 반으로 갈렸다. 건물주의 갑질이라는 의견과 세입자의 을질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을질은 '을' 처지에 있는 이들이 자신의 불리한 처지를 이용해 도리어 부당한 요구를 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갑질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한 이후 등장한 신조어다.
 
한 네티즌은 포털사이트 댓글을 통해 "건물임대업을 15년 정도 했었는데 임대료도 15년 동안 거의 인상도 안 했다. 그러나 건물이 낡아서 매각하려고 하니 세입자들이 상가를 못 비우겠다고 떼를 써서 2년분 임대료를 이사비용으로 주고 겨우 비우게 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나는 실로 억울했었다"고 이날 사건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건물주의 권리가 침해받았다는 주장이다.
 
다른 네티즌도 "이렇게 되면 모든 건물의 소유권은 의미가 없어지고 매매나 용도변경 리모델링 등의 수익 및 효율증대는 생각할 수 없다. 엄정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며 건물주 편에 선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도 많다. 사설 용역이 왜 불법이 아닌지 모르겠다는 의견과 상가임차인 보호법이 실상 보호해주는 것은 하나도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건물 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은 2013년 가수 리쌍과 세입자 서모씨의 사건 등을 통해 알려지며 꾸준한 논란이 되고 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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