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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나랏돈으로 민간의 최저임금 지원은 내년 한 해로 끝내야

중앙일보 2017.11.10 01:43 종합 34면 지면보기
정부가 어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의 부담을 재정에서 지원하는 일자리 안정자금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나랏돈 2조9708억원을 투입해 근로자 1인당 월 13만원씩 지원하는 내용이다. 저소득층의 소득이 5분기 연속으로 감소하는 등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긴급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정부와 여당의 주장이다. 현재 국회에서 예산 심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야당이 최저임금 지원을 ‘문제 예산’으로 정조준하며 벼르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구체적인 시행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국민이 기대하는 협치(協治)의 모습이라고 할 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은 가계소득을 늘려 소비를 진작시키고 취약계층의 인적자본 투자가 늘어나 중장기 성장잠재력을 키울 수 있다. 그러나 감내할 수준 이상의 최저임금 인상은 오히려 고용을 줄이고 경제에 부담을 준다. 그제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은 한 토론회에서 최저임금 인상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의 정책 방향은 맞지만 중소기업의 지급 능력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옳은 지적이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이려 재정을 투입한다지만 민간 근로자의 임금을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일이다. 게다가 힘들다고 나랏돈을 나눠 주면 그나마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인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에도 도움이 안 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이 한시적이라면서도 1년만 하고 중단하기보단 내년 하반기에 연착륙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런 식으로 슬금슬금 최저임금 재정 지원이 연장될 가능성을 열어두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지원하는 2조9708억원에 매년 인상액에 따른 추가 지원금까지 더하면 향후 5년간 28조5233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재정으로 최저임금을 지원하는 무리한 정책은 내년 한 해로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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