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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 세금 최대 1247원 인상, 한 갑 5000원 넘을 수도

중앙일보 2017.11.10 01:08 종합 12면 지면보기
‘아이코스’와 ‘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개별소비세가 이달 중 20개비 한 갑당 403원 인상된다. 게다가 다음달 중 담배소비세와 교육세, 건강증진부담금도 따라 오를 것으로 예상돼 내년 초엔 전자담배의 소비자가격이 인상될 가능성이 크다.
 

개소세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통과
지방세 등 올리면 세금만 2986원
업계 “당장 값 인상 없지만 … ” 고민
사재기 땐 최대 5000만원 벌금

국회는 9일 본회의를 열고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소세를 현재 갑당 126원에서 일반 담배(594원)의 90% 수준인 529원으로 올리는 내용의 개소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불을 붙여 태우는 기존 담배와 달리 연초를 고열로 쪄서 수증기로 흡입하는 형태의 담배다.
 
전자담배

전자담배

앞서 기획재정부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을 일반 담배와 동일한 수준으로 올리자는 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세금이 일반 담배보다 지나치게 낮아 과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국회 논의 과정에서 일부 의원이 반대해 결국 일반 담배의 90% 선까지만 인상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윤승출 기획재정부 환경에너지세제과장은 “개정된 법은 이달 관보 게재를 통해 공포되며 즉시 시행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과 부담금 총액, 즉 제세부담금은 11월 중 1739원에서 2142원으로 403원 인상된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담배에는 개소세뿐 아니라 지방세인 담배소비세와 교육세, 건강증진부담금 등도 부과되는데, 이를 일반 담배의 90% 수준으로 올리는 내용의 개정안도 각각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해당 위원회는 이달 말에 개정안들을 의결할 예정이라 이르면 12월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궐련형 전자담배에 붙는 전체 제세부담금이 일반 담배(3318원)의 90% 수준인 2986원으로 인상된다. 이번에 올리는 403원에다 844원이 추가로 인상된다는 의미다.
 
일단 전자담배 업체들은 “개소세를 올렸다고 해서 곧바로 제품 가격을 올릴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제세부담금까지 모두 오르면 상황이 달라진다. 익명을 요구한 담배업계 관계자는 “건강증진부담금과 지방교육세까지 오르면 개발비용 회수를 위해서라도 전자담배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궐련형 전자담배의 소비자가격은 20개비 한 갑당 4300원이다. 업계에선 이번에는 가격 조정을 하지 않겠지만 제세부담금이 추가 인상되면 소비자가격이 5000원 안팎까지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또 하나의 서민 증세”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가 2015년 ‘국민건강 증진’ 명목으로 일반 담배의 세금과 가격을 올린 이후 관련 세수는 크게 늘었다. 일반 담배에 붙는 제세부담금 총액은 담뱃값 인상 전인 2014년 7조755억원에서 2015년 10조3388억원, 지난해엔 12조3907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담배 판매량은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2014년 43억6000만 갑에서 2015년 33억3000만 갑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36억6000만 갑으로 다시 늘었다.
 
아이코스 제조사인 필립모리스에 따르면 3분기 기준 아이코스의 한국 담배시장 점유율은 2.5%다. 단순 계산으로 지난해 전체 담배 판매량의 2.5%(9150만 갑)에 제세부담금 인상액 1247원을 곱하면 아이코스만으로도 세수 증가분이 연간 1141억원에 이른다. 국내 담배 시장점유율 1위인 KT&G가 국산 제품인 ‘릴’을 출시하면서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관련 세수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갑순 동국대 회계학과 교수는 “담뱃세 인상은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증세로만 귀결됐다는데 이젠 형평성을 내세워 전자담배 세금을 올리고 있다”며 “작은 부분에서나마 증세를 통해 복지 재원을 더 확보하려는 의도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정부는 ‘사재기’ 방지를 위해 9일 ‘궐련형 전자담배 매점매석 행위 지정 등에 관한 고시’를 시행했다. 고시에 따르면 제조업자와 수입판매업자, 도소매판매인은 직전 3개월간 월평균 반출량과 매입량의 110%를 초과해 반출하거나 매입할 수 없다. 정당한 사유 없이 전자담배를 판매하지 않는 행위도 단속 대상이다. 고시를 위반하면 물가안정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세종=박진석·하남현 기자, 강기헌 기자 kaila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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