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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교육 강사 손경이씨
’아이들과 성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어른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는 성교육 전문 강사 손경이씨. 아들과의 자위 토크 동영상이 인기다. [조문규 기자]

’아이들과 성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어른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는 성교육 전문 강사 손경이씨. 아들과의 자위 토크 동영상이 인기다. [조문규 기자]

“휴지는 들러붙어서 차라리 물티슈가 낫대요. 우리는 자위용 수건을 따로 마련해 둬요.” 엄마 손경이(48)씨가 말한다. “맞아요. 수건이 좋아요.” 옆에서 아들 손상민(22)씨가 자연스럽게 추임새를 넣는다. 온라인 미디어 ‘닷 페이스’가 만든 ‘엄마와 아들의 자위 토크’ 영상이다. 모자의 허심탄회한 토크 영상은 유튜브 조회 수 21만을 넘겼다.
 
손경이씨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성교육 전문강사다. 대기업을 다니다 결혼하면서 회사를 그만뒀다. 아이가 크면서 대화법·논술 등 양육에 도움이 되는 것들을 배우다 보니 성교육 전문가 과정까지 밟았다. 연간 약 350회 강의를 한다. 광운대 범죄학과 박사과정도 밟고 있다. 피해자를 돕기만 할 게 아니라 가해자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에서다.
 
“돌아보니 아버지나 남편, 내가 살면서 만났던 남자들은 참 별로였어요. 내 아이는 ‘좋은 남자’로 키우고 싶었어요.” 손씨는 자녀와 성 이야기를 하려면 일상 대화부터 잘 돼야 한다고 말한다. “저도 전에는 요즘 애들 성관념이 이해가 안 됐어요. ‘아니 그래도 몸을 함부로? 소문나면 어떡해?’ 했죠. 그런데 아이들 얘기를 듣다 보면 일리가 있더라고요. ‘덜컥 결혼했는데 잘 안 맞으면? 멀쩡해 보였던 남편이 변태라면?’”
 
그는 성에 관해 이야기하려면 어른들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부모 강의를 할 때 시대에 맞게 배워서 가르치시라고 해요. 요즘 애들은 자위를 어떻게 하는지, 아이가 보는 야동에 몰카는 없는지 … 우리가 아는 게 다가 아니라, 스마트폰 업그레이드하듯이 2017년 버전으로 젠더 의식을 업그레이드해야죠.” 손씨는 강의에서 남자아이들의 첫 사정을 축하하는 ‘존중파티’까지 열어주라고 가르친다.
 
“요즘 #미투 캠페인이 화제고, 우리나라도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여성들이 앞으로 나오고 있어요. 들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자 피해를 말하는 사람이 많아진 거죠.” 손씨는 자신도 성폭행 피해자라고 했다. 몇 년 전 성폭력 말하기 대회에 참가한 피해자들을 보며 용기를 냈다. 아들 상민씨는 사진작가인 꿈을 살려 지난해 ‘돌-보기’라는 제목의 사진전을 열었다. 파도에 둥글게 깎인 바닷가 돌을 찍었다. 손경이씨는 “세월이 흘러 아프고 상처받은 마음이 부드러워지기를 바라는 생각에서 아들이 엄마에게 바친 사진”이라고 자랑했다. 그는 “성폭력 피해자는 말하고 싶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라며 “말하고 싶은데, 사람들이 들어줄 준비가 돼 있지 않아 말을 못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손씨는 자신의 강연이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간주한다는 항의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남성’이 아니라 ‘가해자’ 이야기를 한 건데 ‘남성을 공격했다’고 받아들여 안타깝다”며 “남성들은, ‘좋은 남자도 많은데 저 사람이 먹칠했다’고 같이 화를 내달라. 침묵은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다”고 당부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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