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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브웨 '구찌 그레이스' 집권에 암초? 경질된 부총리 “무가베와 싸우겠다”

중앙일보 2017.11.10 00:05
지난 6일(현지시간) 로버트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이 에머슨 음난가그와 부통령을 경질한 뒤 짐바브웨 정국에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다. 
음난가그와 부통령은 무가베의 독립투쟁 동지이자 오른팔이다. 무가베의 유력한 후계자이기도 했다.

최즉근 부통령 전격 해임
부인 그레이스 집권 청신호
다음 달 부통령에 지명할 듯

해외 도피 중인 부통령 성명
"고집불통 무가베에 맞서겠다"
전례 없는 도전으로 정국 혼돈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왼쪽)과 그의 부인 그레이스. [AP=연합뉴스]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왼쪽)과 그의 부인 그레이스. [AP=연합뉴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시몬 카야 모요 정보부 장관은 “음난가그와 부통령은 의무를 다하지 않았으며, 기만과 불충(不忠)을 드러냈다”며 해임한다고 발표했다.
부인 그레이스 집권 위해 부통령 경질 
부통령 전격 경질은 무가베 대통령의 부인인 그레이스가 공개적으로 집권 의지를 드러낸 이튿날 이뤄졌다.  
AFP통신은 5일 그레이스가 수도 하라레에서 열린 교회 집회에서 연설한 내용을 보도했다. 그레이스는 대중 앞에서 “무가베에게 내가 대통령직을 물려받아야 한다고 했다”며 “내게 자리를 넘겨주고 싶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현재 짐바브웨에서 부통령직은 매우 중요한 자리다. 무가베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죽겠다”며 평생 집권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가 재임 중 사망하면, 부통령이 그 권한을 대행하게 된다. 그레이스를 부통령에 앉혀 놓아야 자연스럽게 대통령직 부부 승계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것이다.  
 6일 경질된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 그는 무가베의 유력한 후계자였다. [AP=연합뉴스]

6일 경질된 음난가그와 전 부통령. 그는 무가베의 유력한 후계자였다. [AP=연합뉴스]

짐바브웨 정부는 경질된 음난가그와를 비난하고, 그레이스의 승계를 못 박는 분위기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국영 매체 헤럴드는 지난 주말 짐바브웨 남부 불라와요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한 그레이스가 군중들로부터 집단 야유를 받은 사건 배후에 음난가그와의 지지자가 있다고 보도했다.  
무가베 “마법으로 반역 꾀해” 맹비난
무가베 대통령은 8일 직접 음난가그와를 비판했다. 그가 “마법을 사용해 반역을 꾀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지자들 앞에서 “음난가그와가 예언자를 찾아가 무가베가 언제 죽느냐고 물었지만, 예언자는 그(음난가그와)가 먼저 죽는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레이스의 측근인 조나단 모요 고등교육장관도 이날 음난가그와가 정부의 다이아몬드 150억 달러어치를 훔쳤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짐바브웨 집권당 ‘아프리카민족동맹-애국전선(ZANU-PF)’의 청년 연맹과 여성 연맹은 그레이스를 부통령에 지명할 것을 요구했다. 
외신들은 그레이스가 다음 달 열리는 집권당 특별회의에서 부통령에 지명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가베 대통령의 지지자. 초상화 아래엔 '1980년부터 믿어왔다'고 써있다. 무가베는 1980년부터 집권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무가베 대통령의 지지자. 초상화 아래엔 '1980년부터 믿어왔다'고 써있다. 무가베는 1980년부터 집권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그러나 탄탄대로일 것 같은 그레이스의 앞날에 예상치 못한 암초가 나타났다. 암살 위협을 피해 해외로 도피한 음난가그와가 성명을 발표하면서다.
암살 위협에 도피 중인 음난가그와 반격
그는 “무가베는 자신이 평생 국가를 통치할 자격을 가졌다고 믿는 고집불통”이라며 “ZANU-PF는 무가베나 그 부인의 것이 아니다”라고 강력 비판했다. 또 “당은 독선적이고 제멋대로이며 자기 잇속만 차리는 피라미들이 장악하고 있다”며 “짐바브웨로 돌아가 무가베와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음난가그와는 무가베의 특보로 독립 게릴라전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 빈틈없는 민첩성으로 ‘악어’라는 별명을 얻은 그는 정보당국 수장 등을 지내며 무가베 집권 내내 오른팔 역할을 했다. 
독립투쟁 참전군인들의 강력한 지지를 받는 등 정치적 기반도 탄탄하다. 대중 지지도에서도 그레이스를 압도한다.  
짐바브웨 참전군인회의 크리스 무츠반그와 회장은 “그레이스는 결혼이라는 쿠데타로 권력을 획득한 미친 여자”라고 맹비난했다.  
지난 5일 집회에 참석한 그레이스. 그는 이날 집권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AP=연합뉴스]

지난 5일 집회에 참석한 그레이스. 그는 이날 집권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AP=연합뉴스]

이런 음난가그와를 그레이스는 오랫동안 견제해 왔다. 지난 8월 음난가그와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독극물에 중독됐을 때도 그레이스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다. 그레이스는 국영 TV에 출연해 부인했지만, 의혹은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 
무가베에 대한 내부 도전 전례없어 
“무가베에 맞서겠다”는 음난가그와의 반격으로 짐바브웨에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무가베의 권력을 향한 이런 반발과 위협은 전례가 없다”고 평가했다. 국제위기감시기구의 피어스 피구는 “지금까지 무가베는 외부로부터의 도전만 받아왔다. 내부로부터의 도전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변변한 야당도 없는 상황에서 음난가그와가 무가베의 철권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가 됐다는 분석이다. 
가디언은 이달 말 음난가그와의 지지자들이 집회를 열고 세를 과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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