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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전 직장동료 평판 묻는 전화, 어떻게 말해줄까?

중앙일보 2017.11.09 06:00 경제 8면 지면보기
10월 말부로 똑 부러지게 일하던 직원이 퇴사했다. 만약 누군가가 이 직원에 대한 평판을 묻는다면 나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잠시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누군가 전 직원에 대한 레퍼런스를 묻는다면? [중앙포토]

누군가 전 직원에 대한 레퍼런스를 묻는다면? [중앙포토]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평판조회 대상이 되는 동시에 데리고 있었던 전 직원의 평가를 내리는 ‘레퍼리( referee)’가 되기도 한다. 인사부에 몸담고 있다면 퇴사한 전 직원에 대해 문의해오는 전화가 제법 있을 것이다.  
 
그 직원이 정상적으로 나간 케이스라면 모를까 문제는 그렇지 않은 경우 어디까지 얘기해줘야 할 것인가? 실제로 최근 들어 인사담당자로부터 꽤 많이 듣는 질문이다. 우리나라도 평판조회가 채용의 한 과정으로 자리 잡아 가는 상황이니 점점 더 평판 요청문의가 많아지고 있지만, 이를 위한 내부규정이나 관련 법규가 존재하는 경우가 흔치 않다.  
 
이미 몇 년 지났지만 금융권의 고객회사가 의뢰했던 케이스가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 회사는 특이하게도 이미 채용한 직원에 대해 입사 후 검증제도가 있었다. 물론 검증프로세스는 채용이 결정되기 전에 이루어져야 바람직하다.하지만 빡빡한 채용 일정으로 평판조회 결과에 문제가 없다는 전제 아래 조건부 채용할 수 있다. 이는 본인조회동의서만 있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은 없다.  
 
 
[서울=연합뉴스] 청년, 중, 장년, 경력단절 여성 등 구직자들이 취업박람회에 서둘러 입장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울=연합뉴스] 청년, 중, 장년, 경력단절 여성 등 구직자들이 취업박람회에 서둘러 입장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평판조회에 본인 동의서 필수 
 
그런데 전 직장에서 그 직원에 대해 좋지 않은 평이 있어, 그게 단순한 소문인지 사실인지 궁금하다고 채용담당자가 알려왔다. 평판조회를 진행한 결과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안 나듯 그 직원에 대한 불미스러운 소문이 사실이었다. 덧붙여 추가적인 내용도 발견되었다. 
 
회사에서 좋지 않게 퇴사했으며, 퇴사 후에도 본인이 담당하던 고객 계좌에 접근하는 등 규정에 위배되는 행동을 했다는, 꽤 사실에 입각한 구체적인 내용이 나왔다. 평판조회 결과를 전해들은 고객회사는 그 직원을 불러 채용취소의 사유를 얘기하면서 권고사직을 통보하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그 이후에 벌어졌다. 이 직원이 자신을 불리하게 평가한 전 직장의 직속 상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업계에 떠도는 불리한 소문으로 얼마간 취업이 힘들 것이라며 본인 1년 치 연봉을 웃도는 손해배상금액도 청구했다.과연 법원은 누구의 편을 들어주었을까?
 
 
[서울=연합뉴스] 구직자가 두 손을 곱게 모은 채 채용 게시판을 살피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울=연합뉴스] 구직자가 두 손을 곱게 모은 채 채용 게시판을 살피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 직원은 1심에서 패소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항소했고, 결국 대법원까지 갔다. 최종 판결은 그 직원의 완패. 만약 그 직원의 상사가 한 이야기가 사실이 아니라면 어떻게 됐을까? 또 그의 동의 없이 제3자인 우리가 평판조회를 진행했다면? 판결은 아마 그 반대였을 것이다.  
 
만약 사실과 다르게 이야기를 지어냈다면  적극적인 취업 방해에 해당한다. 또 서면동의 없이 평판조회를 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의 위반행위이기 때문에 형사법에도 저촉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평판조회는 본인이 아는 사실을 단순히 답하는 행위라 동의서가 필요하지 않다고 여긴다. 
 
하지만 조회 내용엔 개인정보가 포함되기 때문에 반드시 당사자의 동의서가 필요하다. 우리는 소송 때 당사자의 서면 동의서를 내용 증빙으로 보냈는데, 그게 선의의 피해자를 보호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무심코 받은 전화 한 통에 전 직원에 대해 아는 대로 미주알고주알 동의서 확인 없이 이야기했다가는 법정에 불려갈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세종=연합뉴스]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세종=연합뉴스]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역시 금융권 현직 임원의 내부추천으로 채용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된 후보자가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 관문인 평판조회 결과가 좋지 않았다. 외국계 컨설팅회사에서 파이낸스 매니저를 담당했지만 금전적 사고를 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팀워크를 해치고 성격이 이기적이라는 것이 함께 일한 전 직장 직원들의 공통적인 평가였다.
 
내부추천이라 별 탈 없이 검증을 통과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인사담당자가 예상외의 조회 결과를 통보받고 고심한 끝에 떨어뜨리게 되었다. 그 후보자를 추천한 임원이 진행상황을 물어와 인사담당자는 아무 생각 없이 평판이 좋지 않아 채용이 힘들 것 같다는 말을 했다. 또한 그 임원도 본인이 들은 바를 후보자 본인에게 가감 없이 귀띔하기에 이르렀다. 가벼운 행동이었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당연히 채용될 거라고 귿게 믿던 후보자가 이전 직속 상사를 찾아 스토킹과 협박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회사로 찾아와 업무를 방해하고, 소송한다는 등 협박하면서 무려 6개월을 끊임없이 괴롭혔다. 평판조회를 진행한 우리에게도 잘못된 보고서 때문에 탈락했다며 항의하고 협박했다.
  
고객회사에서는 이렇게 비정상적 성향의 사람을 채용하려고 했으니 놀란 가슴을 다시 한번 쓸어내렸다. 인사담당자의 기밀관리 부주의로 의도치 않게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 것이다.  
 
 
평판 제공 관련 사내규정 만들어야   
 
 
[서울=연합뉴스] 성공적인 인생 이모작을 위해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가 채용 게시판을 살피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울=연합뉴스] 성공적인 인생 이모작을 위해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가 채용 게시판을 살피고 있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서두에 언급한 대로 채용 평판조회가 일반화하고 있는 가운데 평판 문의가 많아지면서 자칫 분쟁으로 이어질 소지도 커지고 있다. 예로 든 사례와 같은 리스크를 피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평판 제공과 관련된 사내규정이 있는 게 좋다. 물론 자세한 규정이야 회사가 알아서 정하겠지만 꼭 염두에 두어야 할 필수 사항이 있다. 누가 언제 누구로부터 문의를 받을지 모르니, 이를 전 직원과 공유해야 한다.
 
첫째,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평판 문의가 들어온 조회대상자의 친필 서명동의서를 반드시 육안으로 확인해야 한다.  
둘째, 외부에 공개할 수 있는 정보의 범주를 설정하는 것이다. 모든 질문에 곧이 곧대로 대답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사생활 침해 등의 논란의 여지가 있을 수 있는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은 배제한다든지, 개인적인 주관을 배제하고 사실에 입각한 내용만 얘기한다든지 하는 범주를 설정해야 안전하다.  
셋째, 문의하는 주체가 기밀정보에 대한 보안을 철저하게 지킬 수 있는지, 내용을 왜곡 없이 잘 전달할 수 있는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 지인이 아니라면 조회자의 신분을 확인해봐야 한다.  
 
같이 일한 동료에 대한 평판 요청 전화에 응대하기 전에 되새겨야할 사항들이다.
 
정혜련 HiREBEST 대표 nancy@youn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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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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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련 정혜련 HiREBEST 대표 필진

[정혜련의 영원한 현역] 인력개발에 잔뼈가 굵은 HR 전문가. 은퇴를 하면 꼭 재무적 이유가 아니라도 활기찬 삶을 위해 재취업을 하는 것이 좋다. 그러나 학교 졸업 후 첫 직장에 취직하려면 경쟁력있는 스펙을 쌓아야 하듯이 재취업에도 그에 맞는 스펙과 경력이 필요하다. 은퇴에 즈음한 독자들을 대상으로 사례별로 준비해야 할 경력관리 방법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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