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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반달곰 국립공원 벗어나 광양·곡성까지 이동

중앙일보 2017.11.08 06:00
지리산 반달가슴곰 숫자가 늘어나면서 국립공원 구역을 벗어나 멀리까지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민들과의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중앙포토]

지리산 반달가슴곰 숫자가 늘어나면서 국립공원 구역을 벗어나 멀리까지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민들과의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중앙포토]

지리산 반달가슴곰 일부가 올해 들어 국립공원 구역을 벗어나 광양·곡성 등 먼곳까지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지역 주민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립공원공단, 지리산 곰 행동권 공개
올해 들어 공원구역 벗어나는 일 잦아
"과거 빨치산 이동통로와 정확히 일치"
주민들과 충돌, 갈등 발생 우려 제기돼
장이권 교수 "수용 가능한 곰 64마리"
현재 47마리 수용 능력의 73%에 해당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의 문광선 복원기술부장은 7일 강원도 원주시 한솔오크밸리에서 열린 ‘멸종위기 야생동물 복원 심포지엄’에서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행동권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7일 강원도 원주시 한솔오크밸리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복원 심포지엄이 열려 반달가슴곰 등의 복원 현황과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강찬수 기자

7일 강원도 원주시 한솔오크밸리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 복원 심포지엄이 열려 반달가슴곰 등의 복원 현황과 개선 방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강찬수 기자

이에 따르면 지리산 반달가슴곰 가운데 경북 김천 수도산으로 두 차례 이동했다가 포획되면서 관심이 집중됐던 3년생 수컷 KM-53 외에 다른 곰들도 전파발신기 추적을 통해 국립공원 구역 밖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행동권 분석. 곰의 위치를 나타내는 작은 점들의 분포를 보면 2004~2015년에는 곰들이 대부분 지리산 국립공원 구역 내에서 활동했음을 보여준다. [자료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행동권 분석. 곰의 위치를 나타내는 작은 점들의 분포를 보면 2004~2015년에는 곰들이 대부분 지리산 국립공원 구역 내에서 활동했음을 보여준다. [자료 국립공원관리공단]

올해 들어 8월까지 분석한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행동권. 대부분은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 내에서 활동했지만 일부는 국립공원 구역을 벗어났다. 오른쪽 위는 경북 김천 수도산까지 이동한 KM-53의 이동경로다. 지리산 국립공원의 동쪽으로는 경남 산청 웅석봉까지, 남쪽으로는 전남 광양시 백운산까지, 서쪽으로는 전남 곡성군까지 곰이 이동하기도 했다. [자료 국립공원관리공단]

올해 들어 8월까지 분석한 지리산 반달가슴곰의 행동권. 대부분은 지리산 국립공원 경계 내에서 활동했지만 일부는 국립공원 구역을 벗어났다. 오른쪽 위는 경북 김천 수도산까지 이동한 KM-53의 이동경로다. 지리산 국립공원의 동쪽으로는 경남 산청 웅석봉까지, 남쪽으로는 전남 광양시 백운산까지, 서쪽으로는 전남 곡성군까지 곰이 이동하기도 했다. [자료 국립공원관리공단]

이들 곰들은 동쪽으로는 경남 산청군 산청읍 웅석봉, 남동쪽으로는 경남 하동군 화개면 형제봉, 남서쪽으로는 전남 광양시 백운산, 서쪽으로는 전남 곡성읍 등 공원 밖까지 이동했다.
문 부장은 또 “2004~2015년에는 곰들이 주로 국립공원 내에서 활동했고 공원 구역을 벗어나더라도 인접 지역에 한정됐으나, 올해 들어 비교적 멀리까지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이 지난 6월 경북 김천시 대덕면 수도산 자연휴양림에서 포획한 반달가슴곰. 이 3년생 수컷 곰은 지리산에서 수도산까지 두 차례나 이동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이 지난 6월 경북 김천시 대덕면 수도산 자연휴양림에서 포획한 반달가슴곰. 이 3년생 수컷 곰은 지리산에서 수도산까지 두 차례나 이동했다. 프리랜서 공정식

지리산에서 김천 수도산까지 이동한 KM-53의 이동 경로 (붉은색) [자료 국립공원관리공단]

지리산에서 김천 수도산까지 이동한 KM-53의 이동 경로 (붉은색) [자료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관리공단 송동주 종복원기술원장은 "사실 국립공원 구역 밖이지만 산줄기로는 지리산과 이어진 곳들이고, 곰들에게는 국립공원 경계가 의미가 없다"며 "곰들이 다닌 지역은 과거 한국전쟁을 전후한 지리산 빨치산들이 이동했던 경로 그대로"라고 말했다.
그 당시 빨치산들도 동물들이 다니면서 낸 길을 따라 다녔기 때문이다.
광양 백운산만 해도 지리산에서 섬진강만 건너면 바로 닿을 수 있는 곳이고, 올해는 특히 심한 가뭄 탓에 강물이 줄면서 곰들이 쉽게 건널 수 있었다는 것이다.
또 전북 남원시 주천면의 밤재 고개를 넘고 섬진강을 건너면 바로 전남 곡성읍에 도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송 원장은 "곰들도 두살에서 네 살 정도일 때 호기심이 많아 이곳저곳 많이 다닌다"며 "나이가 더 들면 학습 효과가 생겨 엉뚱한 곳으로 잘 가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리산에서는 2004년부터 국립공원관리공단이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진행 중이며, 현재는 곰이 모두 47마리로 늘어난 상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2020년까지 자체 존속 가능한 수준인 50마리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복원사업을 진행해왔다.
복원사업 시작 당시 지리산에는 먹이 자원이 풍부해 곰이 100~200마리까지 서식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는 이날 주제발표에서 “지리산국립공원 생태계가 수용할 수 있는 반달가슴곰 숫자는 64마리 수준(56~78마리)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의 연구원들이 지리산에서 전파 발신기를 이용해 반달가슴곰 위치를 탐색하고 있다. [중앙포토]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의 연구원들이 지리산에서 전파 발신기를 이용해 반달가슴곰 위치를 탐색하고 있다. [중앙포토]

장 교수는 “지리산의 공간 면적과 먹이 자원, 반달가슴곰의 생활사(Life-cycle) 특성과 행동권, 장애물 등의 자료를 분석 모델에 입력해 100차례 이상 시뮬레이션해서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지리산에 서식하는 47마리는 수용 능력의 73%에 해당하는 셈이다.

장 교수는 “반달가슴곰의 자원 경쟁으로 인해 지리산 이외 지역으로 나가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사람들과의 갈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단절된 서식지를 연결하고, 늘어난 곰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등 적정 개체 수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사람과의 갈등을 많이 일으키는 반달가슴곰의 연령대가 대부분 4년생 이하인 것을 고려할 때, 이 연령대의 곰을 특별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지리산과 덕유산 생태계를 연결한다면 이들 지역에 200마리 정도의 반달가슴곰을 수용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편, 국립공원관리공단 측은 지리산 외에 설악산이나 오대산 등에서도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립공원연구원 김의경 책임연구원은 “설악산·오대산 등 북부권에도 175마리 정도의 반달가슴곰 수용이 가능한 것으로 분석됐다”며 “북부권에도 곰을 복원한다면 먼저 설악산과 오대산에 방사한 뒤 자연스럽게 방태산까지 확산·이동하도록 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반달가슴곰과 산양 복원을 주제로 8일까지 진행되는 이번 행사는 환경부와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주최했으며, 국내외 전문가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 150여 명이 참석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g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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