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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남자가 가장 섹시하게 보일 때

중앙일보 2017.11.08 04:00
직장에서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일에 열중하는 남자는 섹시하다. 외모와 크게 상관이 없으니 신기한 일이다. 
 

고혜련의 내 사랑 웬수(18)
아내들, 요리하는 남편에 섹시함 느껴
역지사지로 아내의 고생 이해하는 계기

 
요리하는 남자들. [중앙포토]

요리하는 남자들. [중앙포토]

 
근데 에이프런을 두르고 요리하는 남자의 모습, 역시 이에 뒤지지 않는다. 부엌에 어깨가 떡 벌어진 남자가 서 있기만 해도 마치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것처럼 기분이 환해진다는 것이 아내들의 이구동성이다. 매일 붙어 다녀 식상한 그 남자에게서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가슴이 넓고 마음이 따뜻한 남자, 그런 남자 말이다. 아내의 얼굴에 저절로 미소가 번진다.  
 
아내와 함께 서서 요리를 하고 상을 차리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집안에 행복감을 쏟아낸다. 어쩌다 남편이 라면이라도 끓여 놓았다며 아내를 부를 때 아내는 그 맛이 어떻든 별안간 소풍 가는 아이처럼 기분이 가벼워진다.  
 
그 기분을 남편이 어찌 알랴. 그러나 한번 아내가 병 져 누워 단 몇 끼라도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고 식탁을 차려 본 경험이 있는 남자는 이런 아내의 심정을 쉽게 이해하리라.
 
자신이 끙끙대며 해 내놓은 음식을 접시까지 핥아가며 먹어주는 가족이 있다는 게 색다른 기쁨이 샘솟게 한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그런 체험은 아내가 차린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일부러 몇 번씩 젓가락질하는 배려의 선한 마음을 내게 할 것이고, 남은 음식이 아까워 정성스레 포장해 냉장고에 넣는 수고도 기쁘게 하게 되리라.
 
 
요리학원, 남자 수강생들로 북적   
 
 
[창녕=연합뉴스] 남성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요리교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창녕=연합뉴스] 남성 어르신을 대상으로 한 요리교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정말 바람직하게도 언제부터인가 요즘 각종 문화센터 요리강좌에 남자 수강생이 늘고 있어 이 나라 남자들이 선진국 사람이 돼 가는구나 하는 느낌에 쾌재를 부르게 된다. 결혼을 앞둔 젊은이들만 있는 게 아니다. 중년과 노년의 남편들도 이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웬 쾌재냐고? 단 며칠, 몇 번이라도 식구들을 위해 장보고 요리하고 그 뒤치다꺼리를 해본 이들은 아내의 끊임없는 노고를 조금이나마 이해하지 않을까 해서다. 그런 이해가 소통을 불러오고 그게 곧 가정의 행복으로 이어지니까 말이다.
 
“캔에 든 파인애플과 양파를 함께 갈고 거기에 겨자와 마요네즈를 넣어 만든 소스로 샐러드를 만들어주니 식구들이 아주 좋아하더라고요. 멋진 요리가 그렇게 쉽게 태어나는 줄 몰랐어요.” 서울 도심 어느 구청 문화센터 요리 교실에서 만난 50대 변호사 남성은 잔뜩 부풀어 있었다. 저녁 시간을 이용해 다섯 번의 강좌를 들으면 이탈리안 요리 10가지를 배워 아내와 아이들의 생일상을 멋지게 차려줄 수 있다는 설렘 덕분이란다.
 
남은 삶의 큰 무기를 장만한 것 같아 매우 뿌듯하다는 그는 ‘세계 유명 요리사들은 대부분 남자아니냐’며 자신을 독려한단다.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사진제공=JTBC]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사진제공=JTBC]

 
그렇다. 음식을 하는 남자는 매력적이다. 여유와 훈훈함이 깃든 성품의 소유자 같아서 여성들에게 매력 만점이다. 요즘 TV 요리 프로그램에서 활약 중인 남성 요리사들이 얼마나 주부들의 환호를 받는지 옆에 앉은 남편들은 때론 시샘을 느낄 것도 같다.
 
 
밥 나누는 사이 
 
우리는 흔히들 서먹해 친분이 없는 사이를 ‘밥 한번 안 먹은 사이’라 하고, 별로 호감을 주지 않는 사람을 ‘밥 한번 안 사는 사람’이라고 지칭한다. 매일 먹는 밥이 별거일 리 없는데도 밥을 나누는 사이는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다.
 
자연스레 별 일없이 밥 같이 먹고 싶어지는 사이는 중요하고 아름다운 관계임이 틀림없다. 오죽하면 밥을 함께 먹는 사람이란 단어가 식구일까. 그 밥은 식구들의 몸을 휘돌아 건강과 활력을 주고 같은 것을 배설케 하니 어찌 가까워지지 않으리.  
 
아내를 위해 가끔 밥을 하는 남자가 되자. 가정의 행복과 화평은 기본이고 되로 준 것, 곧이어 말로 받을지어다.
 
고혜련 (주)제이커뮤니케이션 대표 hrko321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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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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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련 고혜련 (주)제이커뮤니케이션대표 필진

[고혜련의 내 사랑 웬수] 기자로 은퇴한 출판인. 결혼이 흔들리고 있다. 인륜지대사의 필수과목에서 요즘 들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선택과목으로 주저앉았다. 결혼 한 사람들은 ‘졸혼(卒婚)’과 ‘황혼 이혼’도 서슴지 않는다. 결혼은 과연 쓸 만한가, 아니면 애당초 폐기해야 할 최악의 방편인가? 한 세상 울고 웃으며 결혼의 명줄을 힘들게 지켜가는 선험자들의 얘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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