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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역 연극배우 김영 "10·26 없었다면 역사 바뀌었을 것"

중앙일보 2017.11.07 00:01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11월 14일)을 앞두고 12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 기념공원에서 시민참여연극 ‘박정희, 박정희’가 무대에 오른다. 6일 오후 경북 구미시 한 소극장에서 만난 배우 김영씨.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 역할을 맡았다. 프리랜서 공정식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11월 14일)을 앞두고 12일 경북 구미시 상모동 박 전 대통령 생가 기념공원에서 시민참여연극 ‘박정희, 박정희’가 무대에 오른다. 6일 오후 경북 구미시 한 소극장에서 만난 배우 김영씨.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 역할을 맡았다. 프리랜서 공정식

 
"연극을 준비하면서 만약 10·26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본인의 말처럼 1980년에 권력을 내려놨다면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아마 그랬다면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물론 대한민국의 역사가 완전히 뒤바뀌었겠죠."

5·16부터 10·26까지 박정희 일대기 그린 연극
박정희역 맡은 원로배우 김영…"뜻밖의 캐스팅"
"그에 대한 역사적 평가 생각해보는 계기 될 것"

 
6일 경북 구미시 원평동 한 소극장. '맥아더 장군 선글라스'와 야전 군복을 입은 한 남자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망원경으로 하늘을 바라보는 시늉을 했다. 하늘엔 꽁무니에서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치솟는 미사일이 보였다. 1978년 9월 26일, 한국이 세계에서 7번째로 유도탄을 개발·생산하는 나라가 되는 순간이었다.
6일 오후 경북 구미시 한 소극장에서 배우들의 연극 연습이 한창인 가운데 박 전 대통령 역할은 맡은 배우 김영씨가 대본을 암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6일 오후 경북 구미시 한 소극장에서 배우들의 연극 연습이 한창인 가운데 박 전 대통령 역할은 맡은 배우 김영씨가 대본을 암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박정희 전 대통령의 모습을 하고 무대에 오른 남자는 40년 이상 '연극밥'을 먹은 배우 김영(61)씨다. 영화 '간신' '식객' '제보자', 드라마 '내 딸, 금사월' '최고의 연인' '뿌리깊은 나무' 등 76년부터 현재까지 셀 수 없이 많은 작품에 출연한 원로배우다.
 
이번에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중 하나로 공연되는 시민참여연극 '박정희, 박정희'의 주연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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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박 전 대통령이 61년 5·16 군사정변을 통해 권력을 얻은 시점부터 79년 10·26 사건으로 그가 서거한 시점까지를 그렸다. 오는 12일 오후 2시 경북 구미시 박정희 대통령 생가 특설무대에서 공연된다. 올해 상반기 공모를 통해 모집한 시민 배우 4명도 단역으로 출연해 의미를 더했다.
10·26 사건을 앞두고 갈등이 빚어지는 연극의 한 장면. 왼쪽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역할의 배우 이병술씨, 오른쪽은 차지철 경호실장역을 맡은 배우 장용석씨. 프리랜서 공정식

10·26 사건을 앞두고 갈등이 빚어지는 연극의 한 장면. 왼쪽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역할의 배우 이병술씨, 오른쪽은 차지철 경호실장역을 맡은 배우 장용석씨. 프리랜서 공정식

 
김씨는 "처음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너무 뜻밖이어서 놀랐다"고 했다. 그는 "박정희 역할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배우 몇 분이 계신데 제가 박 전 대통령 배역을 맡았다고 하니 의아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런 역사적 거인의 삶을 연기하게 될 줄은 꿈도 꾸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대학생 시절 TV에서 봤던 박 전 대통령을 떠올렸다. 그러니 연습을 할 때 절로 그의 말투나 행동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의 무뚝뚝하고 날카로운 인상이 기억 속 깊이 자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대본을 펼쳐보기 전 김씨는 박 전 대통령의 탄생 100돌을 맞아 만들어진 연극인 만큼 그를 찬양하는 내용들이 가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씨는 "박 전 대통령의 업적도 업적이지만 그에 대한 여러 비판적 시각도 담겨 있어 박 전 대통령을 객관적으로 그리려 노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6일 오후 경북 구미시 한 소극장에서 배우들의 연극 연습이 한창이다. 박 전 대통령 역할을 맡은 배우 김영씨가 육영수 여사 영정이 비춰진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6일 오후 경북 구미시 한 소극장에서 배우들의 연극 연습이 한창이다. 박 전 대통령 역할을 맡은 배우 김영씨가 육영수 여사 영정이 비춰진 스크린 앞에서 연기하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실제 연극엔 경부고속도로 건설, 새마을 운동 등 박 전 대통령의 긍정적 면모들도 등장하지만 유신 개헌, 인권 탄압처럼 부정적 측면도 조명된다.
 
김씨는 극중에서 박 전 대통령이 고향 구미서 보낸 어릴적 추억을 떠올리는 장면을 이 연극의 백미로 꼽았다. 박 전 대통령이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을 임명하면서 고향 후배인 김 전 부장에게 "우린 함께 같은 달을 바라보며 살아 왔다"고 말하며 대통령으로서 겪는 번뇌를 털어놓는 장면이다.
1975년 1월 31일 건설부(정부종합청사)를 초도 순시하는 박정희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왼쪽 둘째), 김재규 건설부 장관(오른쪽). [중앙포토]

1975년 1월 31일 건설부(정부종합청사)를 초도 순시하는 박정희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왼쪽 둘째), 김재규 건설부 장관(오른쪽). [중앙포토]

 
한편 박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되고 구속된 상황에서 이 연극을 한다는 게 다소 부담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란 시각에 대해 김씨는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에서조차 싸늘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연극을 연출하는 사람도, 연기하는 사람도 눈치를 보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김씨는 "이 연극을 통해 박 전 대통령이 과연 '독재자'였는지, 아니면 '민족의 영도자'였는지 관객들이 자문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나 연출자, 스탭들에게 누가 되진 않을지 걱정이지만 40년 연기 인생의 내공으로 최선을 다해 잘 해보고 싶다"고 했다.
 
구미=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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