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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의 寫眞萬事]트럼프 방한 앞둔 혼돈의 광화문거리

중앙일보 2017.11.06 15:34
 6일 보수와 진보 진영이 동시에 집회를 열고 있는 서울 광화문 미 대사관 옆 인도에서 양립할 수 없는 주장들이 눈과 귀를 어지럽게 했다.
 
자유애국모임 회원들이 6일 광화문 미 대사관 옆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춘식 기자

자유애국모임 회원들이 6일 광화문 미 대사관 옆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춘식 기자

 
같은 시간 반트럼프 반미투쟁본부 회원들도 광화문 미 대사관 옆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춘식 기자

같은 시간 반트럼프 반미투쟁본부 회원들도 광화문 미 대사관 옆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김춘식 기자

“6.25 전쟁 당시 미군 5만여 명이 전사하고 10만 명이 부상을 당했습니다. 지난 70여 년 한국은 미국과 함께 성장하고 미국의 협력으로 대한민국을 수호했습니다”-자유애국모임
“지구상 악의 제국이 미국입니다. 미국은 전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며 수많은 민중을 학살했습니다. 지금도 미국은 일본 남한과 함께 북침을 위한 선제 핵타격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반트럼프 반미 투쟁본부
 
“우리는 우리를 노예로 삼으려는 북한과 중국의 공산주의자들의 시도로부터 우리를 구출하기 위해 수많은 미국의 젊은 병사들이 피를 흘렸던 이 땅에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것을 영광스럽고 기쁘게 생각합니다”-자유애국모임
“전쟁광 미치광이 트럼프가 유구한 세월 평화롭게 지내온 우리땅에 내일 기어들어 온다고 합니다. 핵전쟁의 위협을 고조시키는 트럼프에 맞서 민중들이 일떠서야 합니다.”-반트럼프 반미 투쟁본부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하는 피켓과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을 수배하는 피켓이 나란히 등장했다. 김춘식 기자

트럼프 대통령을 환영하는 피켓과 김정은 노동당위원장을 수배하는 피켓이 나란히 등장했다. 김춘식 기자

 
반트럼프 반미투쟁본부 회원들. 피켓으로 보아 참석자 대부분은 민중당민주 당원으로 보인다. 김춘식 기자

반트럼프 반미투쟁본부 회원들. 피켓으로 보아 참석자 대부분은 민중당민주 당원으로 보인다. 김춘식 기자

인간 하나하나가 관점이다. 모든 인간은 자기 관점의 주체이자 타인의 관점으로부터 자유롭다. 소위 ‘나는 나대로 생각하겠다’라는 전제에 조금도 이의가 없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향하는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 광화문에서,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병력 바로 옆에서, 체제 수호를 위해 함께 피를 흘린 동맹인 미국 대사관 옆에서, 체제의 적인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구호를 외치고, 자신이 속한 사회와 그 사회를 함께 지킨 동반자를 조롱하는 자유조차 허락하는 이 현실을 수용하는 단 하나의 이유는 ‘나는 나대로 생각하겠다’ 라는 전제를 거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애국모임’ 회원들이 바라보는 미국과 미국 대통령 트럼프라는 존재는 바로 옆 ‘반트럼프 반미 투쟁본부’ 소속 집회참가들이 바라보는 미국이나 미국 대통령과는 확연히 다르다. 두 단체의 회원들은 국적만 같을 뿐 사물을 바라보는 인식,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 사용하는 언어등에서 완전히 외계인이다. 민중민주당 구성원들이 주축일 것으로 보이는 반트럼프 반미 투쟁본부 소속원들에게 북한의 핵실험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훨씬 이전인 2006년부터 시작됐고, 따라서 핵실험을 위한 준비는 그보다 아주 오래전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이나 증거는 보고 싶지 않거나 인정하기 싫은 팩트일 게 분명하다. 그들은 2006년 이후 6차례에 걸쳐 감행된 북한의 핵실험과 핵폭탄의 인질이 된 남한 국민들의 안위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없이, 북핵의 사후적 조치인 사드 배치나 미국 전략자산의 운용에 대해서만 공격을 집중하고 있다.
 
자유애국모임 회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김춘식 기자

자유애국모임 회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김춘식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하는 피켓. 김춘식 기자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하는 피켓. 김춘식 기자

 
양 진영 사이에서 미 대사관 경비를 서고 있는 경찰병력. 김춘식 기자

양 진영 사이에서 미 대사관 경비를 서고 있는 경찰병력. 김춘식 기자

 자유민주주의의 위대함은 자신의 체제에 대한 공격까지 허용하는 포용성과 도저히 공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이는 이 두 진영이 불과 30여 m 거리를 두고 상반된 구호를 외치는 현장에서 역설적으로 증명된다. 이념이나 종교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위해 헌신하는 인간의 특질이 인류가 이룩한 진보의 원동력이라는 주장은 일부 진실이고 일부 거짓이다.
트럼프 방한을 앞둔 광화문 거리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용인하고 있는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자유가 과연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가를 묻는 질문의 장소이며,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신봉하는 소수의 해악이 침묵하는 다수를 어떻게 억압하는지 목격하는 현장이기도 하다. 
 
 
김춘식 중앙일보 포토데스크 부국장 kim.choon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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