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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지키려는 내연남 아내 ‘청산가리 소주’ 먹인 불륜녀, ‘무기징역’

중앙일보 2017.11.02 21:16
[사진 ytn 뉴스 화면 캡처]

[사진 ytn 뉴스 화면 캡처]

 
“당신 남편과 만나고 있어요. 이혼해 주세요”, “가정을 지키고 싶어요. 내 남편과 헤어져 주세요. 여기 3억 5000만원.”
 
한 유부남의 불륜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을 맞았다. 아내 이모씨는 사망에 이르렀고 내연녀 한모씨는 살해 혐의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23일 대법원 2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한모(48·여)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살인 사건이 벌어진 때는 2015년 1월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에서다.  
 
사건의 불씨는 2014년 2월 초등학교 동창 모임에서 시작됐다. 이 자리에서 만난 유씨와 한씨는 내연 관계를 시작했다.  
 
내연 관계를 아내 이씨에게 알린 건 불륜녀 한씨였다. 한씨는 유씨가 아내와 이혼할 것으로 기대해 두 사람의 관계를 이씨에게 알렸다.
 
하지만 이씨는 자식을 생각해 이혼을 거부했다. 한씨에게 3억5000만원을 건넸고 돈을 건네받은 한씨는 남편과 다시 만나지 않을 것을 약속했다.
 
하지만 한씨는 유씨와 만남을 지속했다. 이씨도 결혼생활을 유지했다. 아슬아슬한 관계가 이어지면서 결국 일은 터지고 말았다. 한씨가 청산가리를 구입해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다. 불륜이 시작된지 1년도 안돼 벌어진 사건이다.  
 
재판 과정에서 한씨는 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 유씨가 아내를 살해했을 가능성을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이씨는 한씨와 남편의 불륜관계를 알면서도 3억5000만원을 주면서 가정을 지키려했고, 딸을 위해 잘 살겠다는 메모도 남겼다”며 “이씨가 딸이 안방에서 자는 상황에 충동적으로 자살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이씨의 남편이 귀가해 한씨에게 이씨가 죽은 것 같다고 전화한 시간까지 간격은 6분이 채 되지 않는다. 그 사이에 청산가리가 든 소주를 마시게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내연관계에 있던 이씨 남편에게 집착하고 일부러 불륜 사실을 이씨에게 발각되도록 한 점, 부부 사이를 계속 이간질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이씨가 이혼하지 않는 것에 앙심을 품고 살해한 것으로 보인다”며 한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2심은 “한씨의 범행은 한 생명을 빼앗고 그가 필사적으로 지키고자 했던 가정까지 파괴한 것”이라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그러면서 “한씨는 ‘피해자 역시 다른 남자와 친밀한 관계에 있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고인이 된 피해자를 근거 없이 모독하고 피해자로부터 받은 3억5000만원을 피해자의 딸 등 유족에게 반환할 의사도 없다고 분명히 발언했다”며 “범행 후 정황 역시 참작할 만한 점이 전혀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 무기징역형을 확정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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