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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청와대 상납'은 관행?…뇌물죄 판단한 검찰의 논리

중앙일보 2017.11.02 16:22
지난 10월 31일 국정원 의혹과 관련해 긴급 체포돼 서울중앙지검에 압송된 안봉근,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 [연합뉴스]

지난 10월 31일 국정원 의혹과 관련해 긴급 체포돼 서울중앙지검에 압송된 안봉근,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 [연합뉴스]

검찰이 지난 1일 안봉근·이재만 전 비서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며 적은 혐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및 국고손실이다. 이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관 신분으로 재직하면서 매달 1억원씩 4년간 현찰로 받은 국가정보원의 원장 개인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본 것이다. 액수는 다르지만 같은 성격의 돈을 받은 조윤선·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도 뇌물 수수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특가법상 뇌물수수는 수뢰액이 1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징역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안봉근·이재만 특가법상 뇌물수수 영장 청구
"대가성 없어도 직무관련성 인정돼 적용 가능"
'개인 착복' '윗선 전달' 따라 혐의 적용 갈릴듯
공소시효 10년, 이명박 정부 시절도 사정권

하지만 형법상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뇌물을 준 사람이 어떤 '대가'를 바라고 준 것인지가 입증돼야 한다. 대가 없이 그냥 준 돈이라면 '검은 돈'처럼 보여도 법적인 처벌이 불가능하다.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국정원 특활비의 청와대 상납은 관행"이라는 반론이 이와 맞닿아 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1일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관행적으로 써온 것으로 역대 정권에서도 계속해왔던 일"이라며 "지난 정부에만 맞춰 청와대가 뇌물을 받은 것처럼 표현하는 것에 분개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주장은 "관행이라서 봐줘야 한다"는 단순 논리가 아니라 "특별한 '대가'를 기대하거나 인식하지 않고 청와대와 국정원이 되풀이 해오던 '정치적 유산'"이라는 법리적 반박이 내포돼있다.
 
하지만 검찰은 '뇌물죄' 성립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검찰 수사팀 관계자는 두 전 비서관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 지난달 31일 기자들에게 "돈이 이런 식으로 전달되면 안된다"며 '관행'의 불법성을 지적했다. "대가성이 있는 돈이냐"에 대한 질문에는 임명권자인 대통령과 국정원 직원들의 관계를 강조했다. "청와대가 하위 기관인 국정원의 인사, 예산, 평가권 등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공무원 신분인 청와대 관계자들이 돈을 받았다면 재판부가 공정한 직무에 방해를 끼쳤다고 판단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설명이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혐의에 대해 법원이 이미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하지 않았느냐"며 "특히 다른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았던 조윤선 전 장관에 대해서도 자택 압수수색 영장을 다시 집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니 그 의미를 헤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장은 "이같은 검찰의 법리적 판단은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적용됐던 '포괄적' 뇌물죄와 연관이 있다. 대가성이 명확지 않아도 대통령의 직무 범위가 넓기 때문에 관행이라는 말로 뇌물죄를 피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선 "향후 재판에서 뇌물죄를 둘러싼 치열한 법리 공방이 펼쳐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판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국정원으로부터 건네받은 특수활동비가 개인적이거나 불법적인 용도로 쓰이지 않고 청와대 운영 예산과 비슷한 성격으로 활용됐다면 법정에서 다툼이 있을 것"이라며 "돈이 어떤 목적으로 쓰였는지가 가장 중요한 판단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각각의 피의자에게 적용될 법리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달라질 전망이다. 국정원에서 청와대에 건네진 현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최종적으로 누구에게 전달됐는지에 따라서다. 
 
두 전직 비서관의 경우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현금을 제3자에게 건네지 않고 개인적으로 쓴 부분이 있다면 뇌물 수수죄가 적용될 수 있다. 매달 500만원씩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건네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조윤선,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들이 국정원의 돈을 받아 청와대 윗선 등에 전달하는 '단순 전달책'으로 드러난다면 형법상으론 ‘증뢰물전달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증뢰물전달죄란 뇌물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전달한 사람에게 적용된다.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검찰은 현금 전달의 ‘출발지’로 지목한 박근혜 정부의 전직 국정원장들(남재준, 이병호, 이병기)에겐 특가법상 뇌물 공여와 국고손실 등을 적용한 상태다. 
 
검찰이 곧 이명박 정부 시절의 국정원 특수활동비도 수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 특가법상 뇌물죄의 공소시효(10년) 안에 있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위법한 상황에서 특수활동비가 오갔다면 수사를 해야 한다. 관행이라고 해서 혐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이전 정부도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잘못 건네진 의혹이 있다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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