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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의 힘이 학교를 옮기다...논란 인천 도림고 결국 이전키로

중앙일보 2017.11.02 16:21
인천 도림고 홈페이지. [사진 홈페이지 캡쳐]

인천 도림고 홈페이지. [사진 홈페이지 캡쳐]

 
인천의 한 고등학교가 주민들 의견에 따라 인근 지역으로 옮기게 됐다. 기존 학교를 다른 곳으로 옮길 때 학부모와 주민 여론을 수렴해 결정하기는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이전 논란 빚은 학교를 여론조사로 결정한 첫 사례
구월농산물시장 이전 부지, 도림고와 불과 80m 거리
시교육청, 반대하는 주민과 갈등 해소 위해 설문 실시

학부모·주민 대부분 70% 이상 찬성...교육질 저하 우려
2021년 3월 새학기 시작, 원인 제공한 시가 307억원 부담

 
인천시교육청은 남동구 도림동에 위치한 도림고를 2021년 인근 남동구에 조성 중인 서창지구로 옮기기로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도림고는 2003년 현재의 부지에서 개교했다.
 
학교 이전이 공식화 된 것은 여론조사의 힘이 컸다. 시 교육청은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여론조사기관에 의뢰했다. 이후 올 9월 18일~10월 20일까지 남동구 구월·만수·도림·서창·논현동 등 주민 1500명을 대상으로 ‘도림고 이전 재배치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1090명(72.7%)이 찬성한 것이다. 찬성 이유로는 52.4%가 ‘인근 지역 도매시장 및 산업단지 조성 계획에 따른 교육의 질 악화 우려’라고 밝혔다. 반대한 주민들도 있었지만 찬성 의견을 뒤집지는 못했다. 
인천시교육청 전경 [사진 다음로드뷰]

인천시교육청 전경 [사진 다음로드뷰]

 
이같은 결과는 시 교육청이 자치 실시한 설문 조사결과와 다르지 않았다. 올 9월 도림고 학부모 737명과 도림고 입학이 가능한 인근 학교 39개교(초교 26개교, 중학교 13개교) 예비학부모 2만9745명을 대상으로 했다. 당시 설문조사에서 찬성이 각각 87%와 72%가 나왔다. 
 
이처럼 도림고 이전 문제가 갑자기 불거진 이유는 인천 구월농산물도매시장 이전 문제 때문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8월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악취와 교통체증 유발 등 포화상태에 놓인 도매시장을 2019년까지 현 도림고 맞은편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이전 부지는 도림고와 불과 왕복 8차선 도로를 사이(80m 거리)에 놓고 마주보는 위치해 있는 곳이다. 또 인근에 남촌 일반산업단지와 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계획도 수립된 곳이기도 하다.
이전 예정인 인천 구월동농산물도매시장 조감도. 사진 왼쪽 아래 녹지공간이 도림고 정문이 위치한 곳이다. [사진 인천시]

이전 예정인 인천 구월동농산물도매시장 조감도. 사진 왼쪽 아래 녹지공간이 도림고 정문이 위치한 곳이다. [사진 인천시]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시 교육청은 차량증가에 따른 소음과 악취, 안전사고 등 교육환경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 현 위치에서 3.5km 떨어진 택지개발지구(서창지구) 내로 옮기는 방안을 세웠다.
 
하지만 학부모와 인근 지역 주민들간 의견 충돌이 빚어졌다. 이전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중학교도 없는데 고등학교 마저 이전하면 통학 불편은 물론 원도심 공동화를 불러올 수 있다”며 맞섰다. 실제 남촌·도림동 주민자치위원회가 주민 2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도림고 이전 반대 진정서를 인천시와 시 교육청에 제출하기도 했다. 시 교육청이 주민들의 갈등을 봉합하고 이전을 추진하기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이유다.
인천시 구월농산물도매시장이 이전 부지가 도림고 맞은편으로 확정돼 도림고 이전문제가 불거졌다. 사진 왼쪽 상단에 위치한 도매시장이 가운데 아래쪽 노란부지로 이전한다. 바로 맞은편이 도림고다. 도림고는 오른쪽 서창지구로 이전한다. [사진 인천시]

인천시 구월농산물도매시장이 이전 부지가 도림고 맞은편으로 확정돼 도림고 이전문제가 불거졌다. 사진 왼쪽 상단에 위치한 도매시장이 가운데 아래쪽 노란부지로 이전한다. 바로 맞은편이 도림고다. 도림고는 오른쪽 서창지구로 이전한다. [사진 인천시]

 
시 교육청은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이전을 공식화 했다. 행정절차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다음 달 말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에 도림고 이전 재배치를 의뢰하기로 했다. 심사가 통과되면 2018년 1~2월 행정 예고하고, 같은 해 3월 시의회에 심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 착공하고, 새 학기는 20213년 3월로 예정했다. 
 
학교 용지 매입과 신축비용(예상금액 307억원)은 농산물시장 이전 사업으로 원인을 제공한 인천시가 부담하기로 했다.
인천시교육청

인천시교육청

 
박융수 인천시 교육감 권한대행은 “학교 이전 재배치를 위해 주민 여론을 조사한 것은 전국 최초 사례”라며 “학교를 옮기는 것이 완전한 해결책은 아니지만 가장 나은 대책이라는 데 공감하신 것 같다. 학교 이전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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