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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다닌 대기업 떠나 어릴적 쇼콜라티에 꿈 이룬 김희정씨

중앙일보 2017.11.02 15:39
대기업(SK네트웍스)을 그만 두고 프랑스에서 쇼콜라티에 자격증을 딴 뒤 서울 이태원에 스튜디오 '르 페셰미뇽'을 연 김희정 파티시에 겸 쇼콜라이티에가 자신이 만든 다양한 초콜릿을 앞에 두고 포즈를 취했다.  신인섭 기자

대기업(SK네트웍스)을 그만 두고 프랑스에서 쇼콜라티에 자격증을 딴 뒤 서울 이태원에 스튜디오 '르 페셰미뇽'을 연 김희정 파티시에 겸 쇼콜라이티에가 자신이 만든 다양한 초콜릿을 앞에 두고 포즈를 취했다. 신인섭 기자

 
소녀의 입주변엔 늘 초콜릿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케이크나 과자 종류가 손에서 떨어져 본 적이 별로 없었다. 빵이나 초콜릿을 만드는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 결국 여러개의 썩은 이가 보상으로 돌아왔다. 공부를 꽤 잘했다. 명문고(이화외고)-명문대(연세대)를 졸업한 뒤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대기업(SK)에 입사했다. 철이 들어 초콜릿을 어딘가에 묻히는 수준은 벗어났지만 그래도 다양한 디저트를 맛 보는데서 달콤함을 느꼈다. 직장생활은 안정적이었지만 행복하지 않았다. 그렇게 회사 생활 10년째에 접어들 무렵 그는 결심했다. 회사를 떠나 어릴 적 꿈을 실현하기로. 그리고 미식의 천국 프랑스로 향했다.

명문고-대 나와 대기업 다니다 "행복하지 않다"며 어릴적 꿈 좇기로 결심
프랑스서 10~20대들과 몸으로 부딪치며 파티시에 쇼콜라티에 자격증 따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이 행복하지 않으면 전업 고민해야
나는 무모하게 질렀지만 전업할 때 미리 준비하는 기간 가져야"

 
김 대표가 직접 만든 다양한 초컬릿들. 프랑스를 상징하는 닭부터 부엉이 등 재밌는 캐릭터들이 많다.

김 대표가 직접 만든 다양한 초컬릿들. 프랑스를 상징하는 닭부터 부엉이 등 재밌는 캐릭터들이 많다.

 
김희정(38) 르 페셰 미뇽 대표는 2014년 4월 10년이나 다닌 회사에 사직서를 던졌다. 많은 샐러리맨의 로망을 실현하는 순간이었다. 당시 명예퇴직을 선택해 제법 큰 돈을 퇴직금으로 쥐었지만 불안한 마음이 컸다. 고교 때 배운 프랑스어는 한참 발전시켜야 했고, 그가 목표로 한 제과명문 ENSP(Ecole Nationale Superieure de la Patisserie, 국립고등제과학교)은 체력이 한창좋은 10대, 20대 학생들이 주를 이뤘다. ‘30대 중반의, 아시아의 자그마한 체구의, 프랑스어도 미숙한 내가 잘 해 낼 수 있을까. ’ 그래도 그를 이끈 건 꿈이었다.  
 
 
김 대표는 달지 않으면서 건강한 초콜릿을 만들고 싶다. 견과류가 들어간 초콜릿 , 금가루를 입힌 초컬릿 등이 눈에 띈다.

김 대표는 달지 않으면서 건강한 초콜릿을 만들고 싶다. 견과류가 들어간 초콜릿 , 금가루를 입힌 초컬릿 등이 눈에 띈다.

 
1년간 프랑스어를 공부한 뒤 ENSP에 합격했다. 리옹에서도 100㎞나 떨어진 이쌍죠라는 시골로 유학을 갔다. 한국인은 커녕 동양인도 찾아보기 어려운 지역이었다. 유학 당시 그의 특별한 이력 때문인지 ‘어릴 적 꿈을 이룬 여성’이란 제목으로 지역신문에 기사가 실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 ENSP는 어려운 파티시에와 쇼콜라티에 과정을 각각 8개월만에 집중적으로 마스터해 주기 때문에 수업 강도가 높기로 유명해요”라며 “다른 학교보다 비싼 학비를 주고도 ENSP을 택한 건 그런 이유였어요.  최고의 제과학교라는 것 외에 빠른 시간내에 자격증을 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죠”라고  설명했다. 과정을 마친 뒤 파티시에 프랑스 국가자격증을 땄다. 그러나 김 대표는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프랑스 유학시절 김 대표를 소개한 지역 신문.

프랑스 유학시절 김 대표를 소개한 지역 신문.

 
“파티시에 일을 하면 할수록 쇼콜라티에 과정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급 제과에 초콜릿은 그야 말로 화룡점정처럼 꼭 필요한 부분이었어요.” 파티시에 과정을 마친 그는 곧바로 쇼콜라티에 과정에 등록했고 역시 프랑스 공인 쇼콜라티에가 되는 데 성공했다. 쇼콜라티에 자격증은 여러 군데서 딸 수 있지만 프랑스 국가 공인자격증을 딴 뒤 한국을 돌아와 활동하는 이는 매우 드물다는 것이 관련업계 인사들의 얘기다.
김 대표는 최근  ‘핫’하다는 이태원 경리단길 근처에 베이킹ㆍ초콜릿 스튜디오를 열었다. 이태원 초등학교와 중앙박물관 뜰이 시원하게 내려다 보이는 곳이다. 김 대표는 “우선은 집에서 간단히 할 수 있는 베이킹 스쿨을 열 거예요. 오는 6일부터 첫 클래스를 개최하는데 현재 블로그(http://blog.naver.com/pechemignon_heejung) 를 통해서 신청을 받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회사명 ‘르 페셰 미뇽’의 뜻은 ‘작은 죄’이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달달한 디저트를 가리키는 관용어구이다. 단 음식을 먹을 때는 좋지만 체중이 늘 수 있기 때문에 죄책감을 느낀다는 의미가 담겼다. 김 대표는 “처음엔 베이킹 스튜디오로 시작하지만 이후 초콜릿 강습으로 확대하고 나아가 파티시에이자 쇼콜라티에인 제가 맛있는 디저트를 만들어 많은 분들이 행복하게 드실 수 있도록 양산하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의 스투디오에선 오는 6일부터 초콜릿 무스 케익 등의 제작법을 하룻만에 배울 수 있는 베이킹 스쿨이 개설된다.

김 대표의 스투디오에선 오는 6일부터 초콜릿 무스 케익 등의 제작법을 하룻만에 배울 수 있는 베이킹 스쿨이 개설된다.

 
 
김 대표에게 전업을 꿈꾸는 ‘후배 샐러리맨’들에게 어떤 팁을 주고 싶냐고 물었다. 그는 “아무리 직업을 그저 생계수단으로만 생각하려 해도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직장생활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땐 반드시 다른 걸 생각해 봐야 해요. 그건 바로 자기 꿈입니다”라며 “그러나 무모하게 저지르라고는 하고 싶지 않아요. 전 무대책으로 여기까지 온 측면이 있지만 반드시 시간을 갖고 꼼꼼히 준비하라는 조언을 해 드리고 싶습니다”고 답했다.  
김 대표는 이어 “프랑스에서도 최근 안정적 직업 버리고 손으로 하는 파티시에나 목수 등에 종사하는 사람들 늘어나고 있어요”라며 “사람은 결국 평생 자신이 행복해 하며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마련인 것 같아요”라고 활짝 웃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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