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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의회 간 태영호 “군사비보다 드라마, 톰과 제리가 北바꿔”

중앙일보 2017.11.02 14:58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 공사가 1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 공사가 1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군사옵션보다는 한국 드라마나 김정은 신격화를 깨뜨리는 맞춤형 정보 유입이 북한을 더 변화시킬 수 있다.”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 공사가 1일(현지시각)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들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태 전 공사는 청문회에서 공화당 마이클 맥콜 의원이 “만약 군사옵션이 실행된다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하자  “예방전쟁이든, 정밀타격이든 한ㆍ미 연합군이 전쟁에 이길 것이란 점에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우리는 수많은 인명의 희생을 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대북 군사옵션은 자동으로 수 만기의 장사정포와 단거리미사일의 한국에 대한 보복 공격을 초래할 것”이라며 “북한군 장교들은 최고사령부의 추가 지시가 없더라도 북측에 어떤 상황이든 발생하면 (발사) 버튼을 누르도록 훈련받아 왔다”고 설명했다. 
태 전 공사는 “대북 군사행동을 결정하기 전에 우리가 모든 비군사적 옵션을 시도했는지 한 번 더 생각할 필요가 있다”며 “최소한 김정은을 한 번은 만나 그의 생각을 이해하고 ‘지금 방향으로 계속 갈 경우 파멸할 수 있다’고 설득하는 노력을 벌어야 한다”고도 말했다.

"'김정은=숨겨진 아들' 아무도 몰라…'신 아니다'부터 알려야" 
태 전 공사는 또 “북한 전역에 자유시장이 늘어나고 있고 주민들은 한국의 드라마를 보고 있다”며 “우리가 김정은 정권의 공포통치를 바꿀 순 없지만, 바깥 세계의 정보를 공급함으로써 북한 주민이 맞서도록 교육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외부의 정보 유입이 소련과 동유럽의 몰락이나 베를린 장벽 붕괴를 이끌었다”면서다.

그는 에드 로이스 외교위원장이 “북한 주민들에게 어떤 종류의 메시지를 중점적으로 북한에 전달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냐”고 묻자 “북한 체제는 지도자인 김정은을 신격화함으로써 작동하기 때문에 아킬레스건이 뭔지부터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주민들은 김정은의 생일이나 어머니, 김정일의 셋째 아들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유일한 백두혈통이라고 세뇌받아 왔다”며 “하지만 김정은은 지난 5년간 할아버지 김일성과 함께 찍은 사진 한장도 공개하지 못할 정도로 김정일의 숨겨진 자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정은이나 아버지 김정일, 할아버지 김일성까지 김씨 왕조의 전원이 ‘신이 아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게 첫 번째”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같은 통제 사회에 정보유입이 가능하냐”는 데 대해선 “김정은 정권도 처음엔 주민을 체포하거나 공개 처형하기도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며 “결국 아버지 김정일의 영화 수장고를 개방해 옛 소련과 동유럽 영화 DVD를 팔도록 허가했고 장마당에선 톰과 제리, 라이언킹, 미녀와 야수 같은 미국 애니메이션이나 한국 드라마를 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5년 전 만해도 DVD나 외부저장장치(USB)가 필요했지만, 요즘은 손톱만 한 휴대전화 SD카드에 저장해 반입하기도 쉬워졌다”고 말했다.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 공사가 1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태영호 전 주영국 북한 공사가 1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증언하고 있다.

"중국이 강제 송환 중단, 국경 개방하면 북 붕괴 시간문제"    
태 전 공사는 이날 “미국은 중국이 대북 경제제재를 유지하는 것뿐 아니라 국제난민협약에 위배되는 탈북자 강제 송환을 중단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중국 정부는 탈북자를 송환할 경우 고문과 강제노동에 처할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다. 그는 “1989년 베를린 장벽 붕괴와 독일 통일 과정에서 헝가리 정부가 국경을 개방해 서독으로 망명을 도왔다”며 “중국이 탈북자들을 도와 한국으로 탈북 경로를 개방할 경우 중국 국경에서 대규모 탈북이 발생해 북한 체제는 매우 짧은 시간 내에 붕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대규모 탈북이 자국 내 혼란이나 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한국 정부가 모든 탈북자를 수용하기 때문에 핑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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