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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외고, 내년부터 일반고보다 신입생 먼저 못 뽑는다

중앙일보 2017.11.02 14:00
지난 9월 서울자립형사립고연합회가 주최한 ‘예비 고1을 위한 서울 자사고 연합 설명회’가 서울 이화여고 유관순 기념관에서 1500여명의 학부모ㆍ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중앙포토]

지난 9월 서울자립형사립고연합회가 주최한 ‘예비 고1을 위한 서울 자사고 연합 설명회’가 서울 이화여고 유관순 기념관에서 1500여명의 학부모ㆍ학생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중앙포토]

현재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내년에 자사고나 외고·국제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졌을 때는 일반고 중 희망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없게 된다. 내년부터는 자사고와 외고·국제고가 일반고와 동시에 신입생을 모집하기 때문이다. 자사고 등이 일반고보다 먼저 신입생을 모집해 우수 학생을 선점한다는 비판에 따른 조치다. 자사고나 외고 등에 지원했다가 합격하지 못하면 선호도가 낮은 일반고에 강제 배정될 가능성이 높게 된다. 
 

교육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자사고·외고·국제고, '전기'서 '후기' 모집 전환
불합격시 '비선호 일반고' 강제 배정 감수해야
전문가들 "지역 명문 일반고 경쟁률 높아질 것"

2일 교육부는 현재 중 2 대상의 2019학년도 고교 신입생 모집부터 자사고·외고·국제고를 전기모집에서 후기모집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교육부가 2일 입법예고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내용.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를 후기모집으로 옮기는 것이 핵심이다.

교육부가 2일 입법예고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내용.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를 후기모집으로 옮기는 것이 핵심이다.

현재 중3은 8~11월에 모집하는 과학고·외고·국제고·예체능고·마이스터고·특성화고·자사고 등에 우선 지원한다. 전기모집에서 불합격하면 12월부터 모집하는 일반고에 지원하면 되기 때문에 일반고 진학에서 불이익이 전혀 없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는 전기모집 고교 중 자사고와 외고·국제고가 일반고처럼 후기모집으로 바뀐다. 과학고나 마이스터고·특성화고 등은 계속 전기모집으로 남는다. 

 
이번 개정안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며 국정과제에도 포함된 바 있다. 교육부 심민철 학교정책과장은 "자사고와 외고·국제고는 입시 위주 교육을 하고 있어 전기에 우선 선발하도록 배려할 필요성이 낮다"며 "일반고보다 앞서 선발하면서 우수 학생이 우선 배치되고, 학교 서열화와 일반고 침체 문제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과학고 등을 전기모집으로 유지한 이유에 대해 심 과장은 "과학고는 90% 이상이 이공계로 진학하며, 예체능고도 97%가 예체능계로 진학해 특정 분야 인재 양성이라는 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반면 어학 인재 양성이라는 취지로 설립된 외고와 국제고는 어문계열 진학 비율이 각각 32%, 18%에 그친다. 
특목고인 과학고와 예술고, 외고 등의 학생들이 해당 분야로 진학하는 비율. 어학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외고 국제고의 어문계열 진학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목고인 과학고와 예술고, 외고 등의 학생들이 해당 분야로 진학하는 비율. 어학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외고 국제고의 어문계열 진학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사고와 외고 등이 후기모집을 하게 되면 경쟁률이 현재보다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은 자사고·외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면 후기모집 일반고에 지원하는 데 불이익이 없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자사고·외고에서 불합격할 경우 선호도가 낮은 일반고에 가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내년부터는 후기모집 때 자사고나 외고·국제고에서 1곳을 지원할지, 아니면 일반고를 지원할지 선택해야 한다. 외고·국제고에 지원하면서도 동시에 일반고 지원을 할 수는 없다. 
 
자사고와 외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면 모집 인원을 채우지 못한 자사고·외고의 추가 모집에는 지원할 수 있다. 여기서도 입학할 학교가 결정되지 않으면 모집 정원이 남아 있는 일반고에 임의로 배정된다. 지역에 따라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일반고에 우선 지원한 학생들이 1 ·2지망으로 먼저 배정된 이후에 자리가 남은 학교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 교육부는 자사고나 외고 등에 지원하는 학생에게는 '불합격하면 교육감이 임의로 일반고에 배정하는 것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서류도 제출하도록 할 예정이다.
 
자사고와 외고가 후기모집으로 바뀌어도 전형방식은 달라지지 않는다. 외고는 영어 내신성적과 면접 등을 반영한 자기주도학습전형을 현행대로 유지한다. 자사고도 지금처럼 서울은 1단계 추첨선발 후 2단계에서 면접을 보며, 이외 지역은 1단계 내신, 2단계 면접 형식을 유지한다. 
지난 6월, 서울지역 자사고 학부모들이 종로구 보신각에서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폐지 방침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중앙포토]

지난 6월, 서울지역 자사고 학부모들이 종로구 보신각에서 서울시교육청의 자사고 폐지 방침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중앙포토]

자사고·외고, 그리고 이들 학교에 자녀를 보내려는 학부모들은 개정안에 반대하고 있다. 서울 중동고 오세목 교장(서울 자사고교장협의회장)은 "외고·자사고에 지원했다가 떨어져 비선호 일반고에 가야 한다는 것은 '외고·자사고 지원하면 불이익 주겠다'는 의미가 아니냐. 이는 외고·자사고 고사((枯死) 전략이다"고 말했다. 오 교장은 "학교 측과 한 마디 논의도 없이 학생·학부모들의 학교 선택권을 박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녀의 외고 진학을 고려하고 있는 학부모 양모(46)씨는 "자사고 진학을 희망하는 가정으로선 위험 부담을 감수해야 할지 고민이 커졌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전국 외국어고, 국제고등학교 학부모들이 서울 정동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정부의 외국어고, 국제고 폐지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6월 전국 외국어고, 국제고등학교 학부모들이 서울 정동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정부의 외국어고, 국제고 폐지를 규탄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앙포토]

자녀를 일반고에 진학시키려는 학부모 사이에선 상위권 경쟁이 치열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일반고에 자녀를 보내려는 오모(45)씨는 "외고·자사고 경쟁률이 떨어지고 우수한 아이들이 인기 좋은 일반고로 많이 오지 않겠느냐. 일반고에서 내신 경쟁이 힘들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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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 전문가들도 자사고 등 경쟁률이 낮아지고 지역 명문 일반고 경쟁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지금도 인기 일반고는 1지망 지원자가 많아 추첨 배정되기 쉽지 않은데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좋은 일반고에 들어갈 확률이 높지 않고 자사고 경쟁률이 떨어진다면 자사고에 소신 지원하는 경우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서·전민희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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